4대강사업 뒤치다꺼리를 국민 혈세로 하겠다고?

국민의 혈세가 실패한 4대강사업의 후속 예산으로 여전히 낭비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 페인트 통을 멘 화가는 손전등에 의지해, 댐의 벽면에 거대한 균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 화가의 그림은 기능을 상실한 댐 해체를 요구하며 벌인 퍼포먼스로 영화 『댐네이션』의 일부 장면입니다. 미국은 현재 해체한 댐의 개수가 1100개입니다. 댐의 해체와 강의 복원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러나 1만8000여 개의 댐이 있고, 밀집도 1위인 한국은 아직 1개의 댐도 해체하지 않고 있습니다. 
 
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조금씩 댐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댐 사이로 균열을 내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국회 예산 심사에서 4대강사업과 댐 관련 예산의 삭감이 바로 그 방증입니다.
 
 

예산감시 2년 만의 쾌거 4대강사업 후속 예산 삭감

 
지난 2013년 1월에 결성하여 그해 3월 예산학교를 시작으로 정부예산 대응을 함께 해왔던 예산감시네트워크는 환경연합, 경제개혁연구소, 나라살림연구소, 녹색연합, 문화연대, 참여연대가 모인 연대기구입니다. 햇수로 2년 동안의 활동으로 흡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지만, 4대강사업 관련 예산이 상당히 삭감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환경연합이 지적했던 사업을 중심으로 문제예산이 국회 예산심사를 거치며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는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수정안에는 4대강사업의 뒤치다꺼리 예산에 대한 삭감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비(8조 원)에 대한 이자 지원 80억 원, 경인아라뱃길지원사업 100억 원, 국가하천유지보수(4대강사업으로 인한 16개 보 유지관리 비용) 250억 원 등이 삭감되었습니다. 이 삭감예산은 관련예산 5939억 원의 6.5퍼센트에 해당합니다. 이번 국회 예산심의 결과는 『댐네이션』의 화가가 그린 균열처럼 언젠가는 해체될 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결과라 할 만합니다.
 
삭감된 예산 중에 가장 대표적인 4대강사업 관련 예산은 국가하천유지보수입니다. 이 사업은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를 관리하기 위해, 2012년도부터 신규로 편성되어 매년 평균 19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형 사업입니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는 4대강사업의 완공시점을 2012년으로 명기하고 있으나, 완공 당해 연도부터 관리가 아닌, 보수 개념의 국가하천유지보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부 요구내용에는 4대강 본류의 제방과 배수문, 준설 등의 유지관리와 지자체에 지원하는 자전거길과 수목관리비가 포함되어있고, 아라천 유지관리비가 있습니다. 4대강사업을 하면서 이미 준설을 다 하였음에도 준설비가 계속 지출되는 것은 모래가 계속 쌓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해결 불가능한 일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라천 유지관리비는 여러분이 아시는, 바로 그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을 말합니다. 정부는 경인아라뱃길사업이 완공된 2012년 아라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하여 관리비를 지원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국회 예산 심사에서 이 국가하천유지보수 사업이 250억 원이 삭감되었고, 별도의 경인아라뱃길사업에 대한 지원금은 100억 원이 삭감되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허공의 삽질 우려돼

 
또한 눈여겨 볼 예산은 ▲수자원공사 지원금입니다. 정부안 3170억 원 중 80억 원이 삭감되었습니다. 수자원공사에 대한 지원은 4대강사업 마무리 시점부터 줄기차게 지적이 되어왔던 것입니다. 수자원공사의 임원들은 직접 4대강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는데, 4대강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를 왜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줘야 하느냐라는 문제에서부터 악화된 재무구조에 대한 자구노력은커녕 임원 성과급 지급까지, 그 비난 여론이 높았습니다. 수자원공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부채에 대한 이자 지원 결정을 근거로 들었지만, 처음으로 이 수자원공사에 대한 지원 예산이 삭감된 것입니다. 국회 예산심의 회의 때 수자원공사 자구노력에 대한 질문에 국토교통부는 “자구노력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해지면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지난 2014년 정부예산안 수정안의 부대의견에는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추진에 따라 발생한 공사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자구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2014년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자원공사는 과연 어떤 자구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의문입니다.
 
4대강사업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 이외도 ▲친환경창조경제구축지원(신규)이나 ▲하이브리드차량 구매보조금 지원(신규) 예산도 각각 2억 원과 100억 원이 삭감되었습니다. 그러나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연구비 20억 원은 삭감되었지만, 설계비가 100억 원이 증액되었습니다.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국가 물역량을 결집하고 물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환경부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업체 288개의 ‘입주 희망 여부’에 대해 70퍼센트가 넘는 210개 업체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 사업이 실패할 경우,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허공에 삽질하게 되는 셈입니다.
 
4대강사업 관련 예산의 일부가 삭감된 것은 앞으로 정부가 댐과 관련된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예산 삭감을 합의했던 국회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번 예산 심의도 여야의 힘겨루기, 쪽지예산, 밀실심사 등의 폐단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에 급급해 국회 예산심의의 본질을 잊은 것 같습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은 진즉 “쪽지예산을 근절하자.”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발언은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쪽지예산은 “민원성으로 봐야”하며 “절박한 것들은 살리”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문제는 절박한 민원성 예산이 알고 보면 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라는 겁니다.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인천서구강화군 갑)은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50억 원 증액을 요청했습니다. 문화관광복합센터라는 이름으로 회센터를 지으려는 목적입니다. 이 문화관광복합센터 예정지는 시천교이고, 시천교는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 안에 있습니다. 이학재 의원뿐만 아니라,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짬짜미 예산을 챙겼습니다.
 
이대로 4대강사업 뒤치다꺼리에 계속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다 우리 돈입니다!

 
정부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고, 국회가 철저하게 심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합니다. 정부예산은 나와 먼 얘기 같지만, 실상 나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입니다. 예산 심의에 임하는 의원들이 진짜 제 돈 인양 쓴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모 언론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디… 마음대로 주무르지 말아 주십시오. 그거 원래 우리 돈입니다.”

정위지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 활동가 wiji@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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