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주민소환제란 무엇인가 _ 정연정

주민소환은 대표자들이 특정한 집단의 이해를 대표하게 되었을 때 특수집단의 부당한 이해를 압박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다


2007년 5월부터 발효되어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방공무원이나 의원들을 임기 중에 해임하고 다시 선출할 수 있는 제도로 정의될 수 있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임기제로 규정된 지방행정과 정치의 핵심 직위들이 주민들의 직접적인 불신임을 통해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것이 되는 주민소환제는 지방의 민주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선출직 지방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는 선거를 통해 특정한 임기 내에 권한을 보장받는 공직자들의 사적인 행위와 영리추구 행위가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더욱더 심화되어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6명의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31퍼센트인 5명의 시도지사가 뇌물 수수 등의 각종 비리로 구속되거나 유죄취지의 판결을 받은 바 있고, 또 232명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21퍼센트인 49명이 형사처리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시·도의원과 시·군·구 의원까지 합하면 불법을 저지른 선출직 공직자의 비율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대표자들이 주민에 대한 도덕적, 법적 책임을 방기하는 도덕적 해이가 지방에 확산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의원들의 부정부패를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은 선거이고, 이러한 선거는 일정한 주기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정부패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여전히 지역주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방의 민주주의는 선거일정에 얽매인 무수한 사회적 비용을 창출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에서 진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리인 문제’는 단순한 주민의 선거만으로 다루어질 수 없고, 더 나아가 대의제적 과정과 절차가 일상적인 견제장치 없이 부정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민소환제의 의미와 역할
주민소환제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는 주민참여나 주민의식 차원에서 발견될 수 있는 의미다. 주민참여 또는 주민통제 강화와 관련된 제도로서 주민소환제는 공직자의 책임성을 확보하여 유권자들이 무능하고 부정직한 공직자들을 다음선거까지 기다리지 않고 해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주민통제를 강화시키는 것은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면, 주민소환은 주민참여, 그리고 지방자치의 내실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주민소환은 특정한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활동에 대한 인사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특히 이러한 대표자들이 특정한 집단의 이해를 대표하게 되었을 때 특수집단의 부당한 이해를 압박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다. 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당연히 특정 이해집단과의 관련성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상태에서 당선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노출되지 않았던 특정집단과의 관련성은 재임기간 동안에 다양한 정책사업들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에 대한 주민들의 견제는 보편적 이해를 침해하는 특정이해의 비민주적 경향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주민소환은 이러한 다수의 보편적 이해를 침해하는 특정 이해집단의 정치적 대표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민소환은 주민의 과도한 행동주의를 제한함으로써 주민 저항을 제도적으로 여과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주민들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지방공직자의 활동이 주민복리에 위반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수동적으로 감당하기보다 실질적으로 반대하려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반대경향은 거주지역을 타 자치단체로 옮기는 이탈행위로까지 연결되거나 심지어는 강력한 저항행위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고양시의 러브호텔 건설을 둘러싼 고양시장 소환운동이 법제도상의 한계에 부딪쳤을 때 지역주민들은 지방세 납부거부라는 일종의 불복종운동을 수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소환은 지방행정에 대한 중앙통제로 인해 지방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다. 지방 공직자에 대한 법적인 통제수단이 구비되어 있지 못한 경우 국가의 감독관청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중앙의 통제수단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치적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지방자치단체장이 비리를 발생시키거나 무책임한 경우 법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이를 규제하는 다양한 조치가 중앙 감독기관에 의해 고안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지방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손상받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소환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문제를 자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중앙의 지방관여도를 낮추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7월 23일 경기도 하남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남시 주민소환추진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전국 처음으로 김황식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 등 선출직 4명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하남시 선관위로 청구인 서명부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


일본과 미국의 주민소환제도
주민소환은 국가별로 다양한 법제도적 내용으로 구성·적용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이 다양한 정치 및 행정 환경 하에서 주민소환 제도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47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시행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해직청구제도와 의회해산청구제도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주민소환제도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일본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주민소환은 단체장에 대한 소환이었는데, 아키타현 고무라 촌장이 해임되었고, 1965년에는 동경도 의회의장 선거와 관련된 뇌물수수와 관련하여 17명의 도의원이 기소된 사건과 더불어 도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통일 리콜운동이 있었다.
1947년부터 1992년까지 일본 자치단체장의 해직청구와 지방의원 해임실적은 자치단체장의 경우 투표를 통해 해직이 결정되거나 사직한 경우가 전체의 36.7퍼센트이며, 기초의회의 경우는 43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주민소환 대상이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의회의 동의에 의해 임명되는 부지사, 조역, 출납장, 수입역, 감사위원 등 다양한 공직자들을 소환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인사평가로서의 의미라기보다 실제로 자치단체 부조리 및 부정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주민소환제도가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지방정부에서 주민소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주정부의 공직자를 해임하기 위한 주민소환제는 총 36개주에서 인정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제도가 활용되기 시작한 이유는 공직충원 과정에서 나타난 엽관주의의 폐해, 그리고 남북전쟁이후 도시화, 사회화 과정에서 힘을 키운 지역정당 보스에 의해 지방정부가 사인화되어가는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미국의 주민소환제도는 20세기 초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혁신주의 운동과 맥을 같이하며, 1903년 로스앤젤레스시 헌장에서 처음으로 주민소환을 명문화하고 이후 18개주와 콜롬비아 특구, 괌, 버진아일랜드에서 주정부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되어 확산되게 된다.
최근에는 2003년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사례가 있었으며, 주지사가 주민소환에 의해 해임된 것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이다. 물론 총 31번의 소환요청이 있었으나 실제 투표에 의해 실제 소환된 사례는 적은 편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소환결과는 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단 계열 정치세력들이 실제 소환을 지원하는 핵심세력이었다는 결과로 인해 주민소환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의 사례로서 제시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주민소환의 대상은 주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법관을 소환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주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기본적인 소환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가 10~50퍼센트 정도의 유권자 서명을 요구하여 소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소환결정투표는 주에 따라 임시선거로 실시되는 경우와 예비 선거나 총선거와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제 메커니즘, 부패의 대안의 가능성
일본과 미국의 주민소환제도 운영결과는 이제 막 제도가 도입되어 실행된 우리나라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는가가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일본의 주민소환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개인에 대한 해직 결정을 하기 위한 주민권한과 의회 전체를 해산하는 권한이 주민소환의 이름으로 주민들의 중요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어, 주민소환을 통한 근본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용이하다.
또한 소환의 대상이 단순히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다양한 직위를 포함하고 있어 지방의 정치적, 행정적 부패의 근본적 해결대안으로 주민소환제도가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특정한 인물에 대한 사후평가가 아니라 지방정치와 행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 네트워크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민소환이 영향을 미치려면 단순한 인물중심의 소환체계는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의 주민소환제도의 경우는 주별로 다양한 형태의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미국의 주민소환은 소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모든 주가 공통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즉 취임이후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는 주민소환에 의한 해직을 제한함으로써 정치적인 보복 및 패배로 인해 고의로 이루어지는 주민소환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임기 만료일이 1년 미만이 남았을 경우도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소환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지방자치 및 민주화에 기여하는 제도
주민소환제도는 이제 막 우리의 열악한 자치 환경에 접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주민소환이 공식화되기 전에도 다양한 자치단체에서 단체장을 비롯한 의원들의 소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아져, 소환제도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일종의 소환 과부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주민소환제도는 양날의 칼의 속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철저하게 민주적 방식으로 제한되고, 모니터링된다면 지방자치 및 민주화에 기여하는 바가 큰 제도이지만 자칫하면 정치적 경쟁의 보복 도구로 활용됨으로써 지역의 민심이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민소환이 실제로 운영되는 동안에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순수하게 배제할 수 있을까가 주민소환 제도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민소환은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소환운동을 조직화하기 위해 일정한 양의 재정 및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물질적인 지원을 감당할 만큼의 재정적 능력을 갖춘 지역 집단들이 소환운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러한 집단들이 해임당사자와 반대정당 또는 정파라면 주민소환의 진정성을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혹자는 주민소환이 민주주의를 가장한 소수 정파의 정치적 행위로 정의될 가능성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민주적 교육과 노력 역시 주민소환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정연정 ychung10@pcu.ac.kr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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