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부는 녹색바람 _ 이충식



지난 7월 말, 서울환경운동연합과 CJ(주)는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개월간 끌어온 보존료 논쟁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고도 생각된다. 문제의 아질산나트륨이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공전에서는 보존료가 아닌 발색제로 규정되어 있어서, ‘보존료 무첨가’라는 표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번 일은 애매한 규정을 만든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왜 소비자와 환경단체는, 기업에게 법적인 책임을 넘어서는 사회책임을 요구하고 있을까?

국가를 초월한 20세기 기업들
여러 학자들은 한 시대의 건축물은 그 시대의 권력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대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대규모 건축물은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것이었다. 고대의 피라밋, 하늘로 치솟은 유럽의 성당이나 동남아시아의 사원들이 대표적이다. 이 시대의 권력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시대는 왕과 국가의 시대였다. 16세기 이후 300년 동안 지어진 건물 중, 가장 큰 것들은 대부분 궁전이나 의회와 같은 건물이었다.

최근 100년 동안 세워진 가장 큰 건물들은, 도시 한복판에 세워진 기업의 건물이다. 뉴욕의 크라이슬러빌딩이나 시카고의 시어스타워 같이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정하고 있는 것은, 그 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기업의 건물들이다. 오늘날에는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들이 종교나 정부를 대체하고 있다는 가장 가시적인 증거인 셈이다.

이런 증거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의 워싱턴에 본부를 둔 <정책학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 IPS)>라는 연구기관이 2000년 12월에 『지구적 차원에서의 기업권력 확대(Top 200: The Rise of Corporate Global Power)』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100대 경제 집단 중, 국가가 49개를 차지하는 반면 기업은 51개로 국가를 앞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네럴모터스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덴마크,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고, 월마트는 핀란드보다도 큰 기업이다. 그리고 상위 5개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세계 182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보다 크고, 200대 기업의 연간 매출액 합계는, 상위 10개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연간 GDP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제가 만들어 낸 세상
20세기 후반, 냉전이 끝나고 사회주의가 붕괴한 후, 시장경제의 세상이 되었다. ‘규제완화’, ‘자유시장’, ‘자유로운 기업활동’ 이라는 구호가 들려오고, 세상이 점차 구호대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2년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가 그린 세상의 모습은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다.

이 그림은 기업 주도의 경제질서가 얼마나 불평등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퍼센트의 부자들이 전 세계 소득의 83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1960년대 상위 20퍼센트 인구의 소득은 하위 20퍼센트 소득의 약 30배였지만, 1990년에는 그 격차가 60배로 벌어졌다. IPS의 보고서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200대 기업의 경제규모는 세계 경제규모의 27.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기업의 고용은 0.78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200대 기업의 이익이 362.5퍼센트가 증가하는 동안에 고용은 14.4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반성의 시대
미국 경제가 전후 황금기(1945년 ~ 1970년대)의 절정에 이를 무렵, 미국의 사회 역시 격동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올랐고, 베트남 전이 발발하여 반전운동이 일어났으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긴 시기였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발표되고, 1964년 미국의 시민권법이 제정, 1970년 ‘지구의날’ 행사가 시작되었으며, 1972년 베트남전에서 네이팜탄에 의해 몸에 불이 붙은 소녀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또한, 환경에 관한 첫 번째 국제회의인 스톡홀롬 환경회의가 개최되었고, 1979년에는 미국의 스리마일섬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국가적인 쟁점들이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사회 속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사건이 ‘제네럴모터스(이하 GM)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이었다.

이 운동은 랄프 네이더와 4명의 변호사가 주주총회에서 주주투표라고 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미국 최초의 운동이었다. 1970년 이들은 GM의 주식을 산 다음, 주주총회에서 △GM의 경영진은 정관을 수정하여 일반사람들의 건강, 안전, 복지를 주요 업무의 하나로 한다 △기업책임에 관한 위원회를 설치한다 △GM이사회의 범위를 넓혀 ‘일반사람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사회의 멤버로 참여시킨다’라는 세 가지의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시도했다.

결의안은 부결되었지만, 승리는 이들의 것이었다. 몇 달 후의 GM 이사회에서 공공정책위원회의 창설이 결정되었고, 그 수개월 후 최초의 흑인이사가 임명되었으며, GM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철폐를 위해 가톨릭 및 기독교 각 종파와 성공회가 연합한 <기업책임을 추구하는 초교파센터(ICCR)>가 1970년에 설립됐다. 이 조직은 교회가 가진 5천억 달러(약 600조원)의 주식으로 남아프리카와 거래하는 미국의 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다. 또한 ICCR은 투자전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의 연기금과 공동으로 <환경에 책임을 갖는 경제를 위한 연합(CERES)>을 발족시켜, 기업이 환경을 지키도록 규정한 10항목의 ‘세레스 원칙’을 만들었다. ‘세레스 원칙’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유엔과 협력하여 <환경에 책임을 갖는 기업활동운동(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을 조직하고,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관련한 여러 측면에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환경경영, 지속가능한 기업의 조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내의 논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성과론이다.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능률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회문제에 신경을 쓰면, 비용이 증가하여 이익이 줄어들고, 이는 고용 기회의 상실,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사회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사회적 성과론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권력과 영향력이 증대되어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 또한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결국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기업의 비용 지출이 증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발전이 기업의 발전에도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따로 분리시키지 않고, 두 가지를 같이 다루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 추구이지만 그것이 기존의 단기적인 이익 추구와는 구별되는 장기적인 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주주에게도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동, 인권과 같은 사회문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직접적으로 높이기 어렵지만, 환경문제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이 녹색 변화의 중심
20세기는 기업의 권력이 국가나 정부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으로 커진 시기였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소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나 사회책임투자와 같은 운동이 가능했던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유권자이며, 소비자이고, 또한 기업의 투자가임을 자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에서 언급한 ‘정부의 정당한 권리는 통치를 받는 사람들의 동의에 유래한다’라는 문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국가가 가진, 기업이 가진 권력을 시민의 손에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한다’가 아닌 ‘내가 한다’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21세기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며 개혁의 거센 바람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충식 astra@greenfund.org
환경재단 기획팀 부장



국내 기업들에게서도 이전부터 그룹사 차원의 환경경영선언이나, 개별 공장과 기업 차원의 환경경영시리즈(ISO 14000) 인증활동이 벌어져 왔다.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환경경영활동이 최근에는 서비스업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기존의 환경경영을 한층 심화시킨 환경가치경영을 선언하고 기업활동 전반을 녹색화하는 일대 녹색구상을 발표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의 기업활동은 이제 환경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정한 것에서부터 차별화된다. 환경이 경영의 부속요소이거나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전홍보활동의 일환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기업활동의 목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고객과 소비자를 비롯, 사람과 자연을 위해 필요한 환경가치 창출을 위해 지난 4월 29일 환경가치경영 선언문과 경영방침을 발표하고, 환경가치경영 3대 사업으로, △협력업체 환경네트워크 구축, △친환경 매장 운영, △환경 사회공헌을 정하고, 2008년말까지 이들 사업에 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위해 3천여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그린구매 프로그램 진행 △환경가치 경영 시스템 공유, 전사적인 친환경네트워크 구축 △사내 사이버환경교육 과정 진행 △유기농 브랜드 푸룸 런칭 △매장의 친환경 인테리어 도입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또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서 환경재단 만분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환경재단 만분클럽은 기업 매출액의 만분의 일을 매년 환경재단에 기부하여 환경보호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현재 유한킴벌리, 삼성전자, LG칼텍스정유 등을 비롯 55개 기업과 학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100대 경제집단

순위   국가 / 기업
1    미국 United States
2    일본 Japan
3    독일 Germany
4    프랑스 France
5    영국 United Kingdom
6    이탈리아 Italy
7    중국 China
8    브라질 Brazil
9    캐나다 Canada
10    스페인 Spain
11    러시아 Russian Federation
12    한국 Korea, Rep.
13    멕시코 Mexico
14    호주 Australia
15    인도 India
16    네덜란드 Netherlands
17    아르헨티나 Argentina
18    스위스 Switzerland
19    벨기에 Belgium
20    스웨덴 Sweden
21    인도네시아 Indonesia
22    오스트리아 Austria
23    터키 Turkey
24    홍콩 Hong Kong, China
25    덴마크 Denmark
26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
27    다임러 크라이슬러 DaimlerChrysler
28    노르웨이 Norway
29    태국 Thailand
30    사우디아라비아 Saudi Arabia
31    포드자동차 Ford Motor
32    월마트 Wal-Mart Stores
33    폴란드Poland
34    남아프리카 South Africa
35    그리스 Greece
36    핀란드 Finland
37    미츠이 Mitsui
38    이토추 Itochu
39    이란 Iran, Islamic Rep.
40    미츠비시 Mitsubishi
41    포르투갈 Portugal
42    엑손 Exxon
43    GE General Electric
44    토요타자동차 Toyota Motor
45    싱가포르 Singapore
46    이스라엘 Israel
47    쉘 Royal Dutch/Shell Group
48    마루베니 Marubeni
49    말레이시아 Malaysia
50    콜롬비아 Colombia
51    스미토모 Sumitomo
52    필리핀 Philippines
53    베네쥬엘라 Venezuela
54    IBM Intl. Business Machines
55    AXA
56    이집트 Egypt, Arab Rep.
57    시티그룹 Citigroup
58    폴크스바겐 Volkswagen
59    NTT Nippon Telegraph & Telephone
60    칠레 Chile
61    BP BP Amoco
62    닛쇼이와이 Nissho Iwai
63    일본생명 Nippon Life Insurance
64    지멘스 Siemens
65    알리안츠 Allianz
66    아일랜드 Ireland
67    페루 Peru
68    파키스탄 Pakistan
69    미국우정성 U.S. Postal Service
70    마츠시타전기 Matsushita Electric Industrial
71    뉴질랜드 New Zealand
72    히타치 Hitachi
73    필립모리스 Philip Morris
74    ING Ing Group
75    보임 Boeing
76    AT&T
77    Sony
78    Metro
79    닛산자동차 Nissan Motor
80    체코 Czech Republic
81    피아트 Fiat
82    Bank of America Corp.
83    네슬레 Nestle
84    Credit Suisse
85    우크라이나 Ukraine
86    혼다자동차 Honda Motor
87    Assicurazioni Generali
88    Mobil
89    HP Hewlett-Packard
90    Deutsche Bank
91    유니레버 Unilever
92    알제리아 Algeria
93    스테이트팜생명 State Farm Insurance Cos.
94    Dai-ichi Mutual Life Insurance
95    헝가리 Hungary
96    Veba Group
97    HSBC Hsbc Holdings
98    Fortis
99    방글라데쉬 Bangladesh
100    도시바 Tosh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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