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의 경고

한라산 구상나무 순림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 구상나무가 전 세계에 알려진 지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20년 미국의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서』 1권 3호에 어네스트 윌슨이 구상나무를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WILS)’라는 학명으로 세상에 존재를 알린 것이다. 당시 윌슨은 1917년 10~11월 초 한라산과 지리산에서 표본을 채집했다. 
 
사실, 구상나무는 윌슨의 학계 보고보다 훨씬 전인 1907년 식물학자이자 신부인 ‘포리’와 ‘타케’ 신부에게 표본이 채집됐고 그 표본이 미국에 전해져 아놀드식물원에서 이미 재배되고 있었다. 학계 보고 전후로 이후 구상나무는 유럽에 이르기까지 세계로 널리 퍼져 최고의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구상나무 열매
 
한반도 특산식물, 구상나무를 해외에서는 ‘한국 전나무’로 부른다. 한자식 이름으로는 ‘제주백회(濟州白檜)’라고 불리고, ‘제주전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주와 각별한 관련을 가진 나무라는 게 드러나는 이름들이다. ‘구상’이라는 이름도 제주 사투리인 ‘쿠살’에서 비롯된 것이라 전해진다. 쿠살은 성게를 이르는 말로, 구상나무의 잎이 성게 가시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리 불리게 됐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우선 한라산을 비롯하여 덕유산, 무등산, 지리산 등지에서도 자란다. 자생지가 다수지만 한라산 구상나무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다른 곳과 달리 한라산 구상나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순림, 즉 ‘숲’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대부분의 고산식물이 그렇듯이 빙하기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를 거치는 경로로 제주도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상나무 외에도 백록담에서 자라는 돌매화나무와 시로미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후 후빙기를 거치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기후와 척박한 토질 등의 환경에 적응하며 피난처로 고산 및 아고산지대에 해당하는 한라산의 정상부에서 격리된 채 군락을 이루게 된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한라산 구상나무
 
결국 기후의 영향과 더불어 섬으로 고립됐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구상나무 순림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숲의 기원이 된 기후의 영향이 오늘날에는 반대로 한라산 구상나무의 멸종을 부를지도 모른다. 100년 이내, 금세기 안에 한라산 구상나무 멸종의 우려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한라산의 고산식물들 상당수가 고사하거나 극히 일부만이 정상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구상나무 또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994년에 구상나무를 절멸위기종으로 지정했다. 
 
눈으로 뒤덮인 구상나무 순림으로 향하는 길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2006~2015년 10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 자연림의 15%가 감소하는 등 2000년대 이후 감소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한라산 구상나무 자연림 전체 면적은 626㏊로 2006년 738.3㏊에 비해 15.2%(112.3㏊)나 줄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구촌의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구상나무가 서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구상나무가 전하는 경고음을 새겨들어야 한다.
 
글·사진 / 강정효 사진작가
 
* 월간 함께사는길 9월호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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