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9] 학교가 차려주는 식탁

1992년 10월 2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한 사건의 환경피해자들의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 요구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1991년 3월 14일과 4월 22일 2차에 걸쳐 발생한 낙동강 폐놀 유출사고로 인한 자연유산·사산·기형아 출산 등 임산부 피해와의 인과관계는 물론 이와 관련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표였다. 가해자가 분명한 국민의 환경피해에 대해 당국의 인식은 그렇게나 관대하고 낙후된 것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낙동강은 1994년 1월 4일 톨루엔, 벤젠으로 인한 수돗물 오염사건을 다시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2008년 끝판왕이 출현했다. 4대강사업 추진이 공식화된 것이다. 끝내 4대강에 사실상 대형댐인 16개 보가 건설됐고 강들은 보에 막힌 호수가 됐다. 
 
흐름을 잃은 강들에는 녹조라떼라는 신조 풍자어가 생길 정도로, 봄부터 가을까지 녹조가 번성했다. 낙동강 녹조 창궐은 어떤 일을 불렀을까. 환경연합이 2021년 11월 낙동강 인근의 노지 재배 배추와 무,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 판매 중인 현미를 구입해 분석한 결과, 무와 배추에서 각각 1.85μg/kg, 1.1μg/kg의 마이크로스시틴이, 현미에서는 1.3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의 하나인 남조류가 만드는 발암성 독성물질로 간, 신경, 생식계에 치명적인데 조리 과정에서 가열해도 분해되지 않는다. 시험 재료가 된 시판 배추, 무, 쌀로 식탁을 차리고 체중 30kg가량의 아이가 먹었을 때(쌀 150g, 배추 및 무 50g 섭취 가정) 마이크로시스틴 섭취량은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OEHHA)의 간병변기준치를 1.8배, 독성기준치를 6.3배나 초과하게 되고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독성기준치는 11.4배나 초과하게 된다.
 
주식인 쌀, 부식 주재료인 배추와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더구나 그 식재료들이 특별한 조건에서 구한 게 아니라 시판 중인 농작물이었다는 점에서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역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가 참여한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가 학교급식 안전을 촉구하며 ‘녹조 독성 식탁을 학교가 차려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마치 1992년 페놀 피해자 엄마들의 호소를 ‘인과관계 없음’이라고 무시했듯이 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어떤 지역 교육 당국도 녹조 독성 식탁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전예방원칙은 환경피해를 막는 정책행동의 기준이다. 예상되는 명백한 위험에 눈 감고 녹조가 피는 강, 그 강물로 농사를 지은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된 농작물의 시중 유통, 나아가 학교급식 식재료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현실은 사전예방원칙을 비웃고 있다. 낙동강 수질오염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도전사가 한국 물관리 정책의 진화사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역사의 상처는 되풀이될 뿐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