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4] 개다래 씨앗의 새해 인사

임인년(壬寅年)입니다. 호랑이 해라고 호랑이처럼 기운차고 씩씩한 인사를 드리는 건 아무리 지어서라도 억지스러워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보다 개다래 씨앗의 새해 인사를 다짐처럼 전하는 것이 시절 상황에 맞는 자연스런 일이지 싶습니다. 개다래는 다래 열매와 달리 그 열매가 얼얼하고 쓴 맛입니다. 길상호의 시 「궁여지책」에는 제 못난 꽃으로는 나비를 꾈 수 없어, 푸른 잎을 백색으로 탈색시켜 꽃처럼 바꿔야 할 정도로 속 끓이는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 쓰고 쏘는 맛의 열매를 맺는 개다래의 사연이 나옵니다. 현실의 삶을 인내해야 할 시간으로 보는 시선이 씁쓸하지만 4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시국을 대입해 읽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의 종식이 연속적인 변이형의 출현으로 인해 언제까지 지연될지 몰라 ‘희망에 두려운 예감이 덧씌워진’ 시간이 될 듯합니다.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있어 달달한 다래 열매를 약속하는 말들이 넘쳐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래 열매처럼 쓴 것이니 엄정한 현실인식을 해야 선택에 실수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진동시킬 두 선거에서 쏟아져 나올 다래처럼 단 말들에는 우선 ‘핵발전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저탄소 사회가 가능’하다거나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재활용기술)으로 에너지 자립, 기후변화 대처가 가능’하다는 따위의 사실과는 전혀 다른 거짓말들도 있습니다. 또 고액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반사회적 약속처럼 애초에 그른 말들도 있습니다. 이런 거짓말과 그른 말들을 부리는 자들에게 따끔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실을 인내해야 할 시간으로 인식하는 일은 사실 슬픈 일입니다. 그런 슬픔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잎을 백색으로 탈색시키는 노고 끝에 나비를 부르는 데 성공했다’는 시화 속의 개다래처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불해야 할 ‘우리의 인내와 수고’를 아끼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당신이 우리 사회의 쓴 약이 되어 줄 개다래 씨앗의 하나인 줄 믿습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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