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81] 종전선언과 파이로프로세싱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종전선언’을 했다. 바이든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재천명됐다. 한편, 지난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공동의 원전수출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 두 대통령의 선언과 연설에 모두 핵, 그것도 무기로서의 핵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전력원으로서의 개발은 협조하지만 무기로서의 개발은 반대한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정책이다. 지난 5월 정상회담 팩트시트는 그것을 재확인시킨 것이었다. 양국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참여하고 해외 국가에 원전을 공급할 때 해당 수입국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이 팩트시트에 실려 있었고, IAEA 추가의정서는 ‘IAEA가 요구할 때 핵시설 사찰을 수용’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 수출이 핵무기 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양국의 핵 관련 공동행동 가운데 하나로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가 있다. 이른바 ‘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 기술’ 연구사업이다. 1974년 한미원자력협정 발효 이래 미국은 ‘미국 허락 없는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 금지’ 입장이었다. 2010년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은 파이로프로세싱을 요구하는 한국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 의견이 엇갈려 2015년에야 개정됐다. 개정 결과,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단독이 아니라 한미 공동연구였다. 이 장기 연구과제 보고서를 지난 9월 1일 <한미 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 운영위원회>가 승인했다. 그런데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고 정부가 설명한 보고서 결론은 이상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결론은 (보고서에) 없다. 다만 추가연구 제안이 나왔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만든 재생핵연료를 사용하려면 고속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고속로 개발사업의 경우, 일본의 ‘몬주’ 고속증식로 연구 및 실증사업이 1967년 시작돼 각종 사고로 얼룩진 끝에 2013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무기한 운전금지 명령을 받아 중단되면서 세계적으로 실패한 사업으로 공인된 것이다. 몬주의 실패가 공식화된 이후 한국은 미국과 공동으로 아니 사실상 감시를 받아가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개시했고 그 연구 결과가 이제 ‘타당성을 확인 못한 채’ 나온 것이다. 미국도 안 하고, 일본이 실패했고, 우리 또한 70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고도 결과를 못 낸 연구(그리고 사업으로 이어지는)를 ‘계속하자’ 제안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세계적 확산, 정부의 탈핵정책, 한국탈핵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력에 직면한 한국의 관산학 핵산업 이익동맹이 핵산업 계속 유지를 위해 내놓은 제안일 뿐이다. 더 이상 핵산업을 중심으로 뭉친 관산학 이익동맹에 휘둘려 혈세가 이 무망한 연구와 또 이 연구에 명줄을 기댄 핵산업에 낭비되어선 안 된다. 모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실증사업,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 완전 비핵화가 남북평화와 에너지 전환의 바른 경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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