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3] 덕담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밝았습니다. 상서로운 흰소띠의 해입니다. 벌써부터 애프터 코로나19 시대를 향한 희망찬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OECD 경제전망」 보고서(2020.12.1.)를 통해 한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로 전망되며, 2021년은 2.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한국판뉴딜을 통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겠다고 밝히고 2021년에 21조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대규모 국가예산 투자를 통해 경제 회복을 한다는 이런 회복 시나리오는 단순히 GDP 성장률이 됐건 경제와 환경의 동반성장(그린뉴딜)이 됐건 모두 그 근본에 애프터 코로나19 시대 ‘회복’의 핵심이 ‘경제 회복’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회복(super compensation)이라는 근력 트레이닝 용어가 최근 사회학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근력 운동으로 상처 받은 근육이 휴식하며 더 강한 근육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초회복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사회적 집단면역이 확보된 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차용한 것입니다. 이런 애프터 코로나19 시대의 초회복은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재건’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이 내세운 ‘거대한 재설정’ 슬로건과 비슷한 말입니다. 내용도 비슷합니다. 공정성, 공공성, 지속가능성 등이 ‘재건과 재설정’의 키워드입니다. 그냥 경제 회복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초회복을 하자는 것이니 말입니다. 참 좋은 덕담입니다. 
곰곰 생각하다가 “참 헛말입니다.” 하는 소리가 신음소리처럼 비어져 나왔습니다. 저 좋은 말들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수십 년이나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덕담을 하고 싶어집니다. 나와 이웃에게서 효과를 보았고 위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하고픈 덕담입니다. 
 
“전국민이 기본소득을 받는 원년이 되길 바랍니다!” 
소수가 많이 버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다수가 고루 버는 게 사회 전체의 소비 확대에 유리하고 경제 회복에 유리하다는 건 상식입니다. 공정성, 공공성,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핵심에 사회 구성원들이 생존의 한계를 시험받지 않는 경제적 자립이 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자랑할 게 아니라, 뉴딜에 예산 많이 쓴다고 경제 회복을 기대할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일정한 기본소득을 보전 받아 생존 그 자체의 시험에서 벗어나 생활을 꿈꾸게 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기본소득이 그 방법 중 확실한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얀 소가 그런 생활을 꿈꾸는 시민들을 태우고 느릿하게 올 한 해를 걸어가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우보행으로 느려도 확실한 사회적 진전을 만드는 한 해를 이루어가길 기대합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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