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82] 비독점적 슬픔에 대하여

 
진돗개 암수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다. 나이가 많은 수컷이 먼저 떠났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홀로 남은 암컷이 개 짖는 소리가 아니라 소의 울음소리를 같은 것을 토해 놓았다. 이게 늑대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하울링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개들은 자신의 보호자와 분리불안을 겪거나 어딘가 아프거나 자기의 존재를 인식시키려고 할 때 하울링을 한다고 했다. 이 울음소리에는 신화적인 해석도 있다. 이집트에서는 죽은 자들의 신인 아누비스를 불러내는 노래라고 하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혼 사냥꾼들의 사냥개가 울부짖는 소리라고 한다. 그러니 확실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암컷 진돗개의 하울링은 애도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들 중 그 누구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애도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갖고 있을까. 이 질문에 관해서 굳이 제인 구달까지 거슬러가지 않는다고 해도, 다만 인간의 언어로 충분히 번역할 수가 없을 뿐, 동물 여기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가 널리 펴진 것은 부정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바버라 J 킹의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는 이런 견해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는 책이다. 개와 고양이처럼 친근한 동물들은 물론이고, 돌고래와 들소, 곰과 거북이 등 먼 곳에 있는 동물들이 상실을 겪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CBS의 『선데이 모닝』과 제니퍼 홀랜드의 책 『흔치 않은 우정』에 소개된 매우 유명한 코끼리가 있다. 생추어리에서 함께 생활하던 코끼리 타라 그리고 윙키, 시시는 함께 생활하던 티나가 죽었을 때 자기들만의 제의를 펼쳐보였다. 
 
“이튿날 티나를 묻기 위해 생추어리 직원들이 모였다. 타라와 윙키는 무덤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이어 시시가 합류했고, 세 코끼리는 그날 밤과 다음 날을 그곳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애도를 하는 데 개체 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타라는 소리 내 울부짖었고 직원들이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랐다. 시시는 묵묵히 시신을 지켰고, 윙키는 경직된 채 주변을 서성거렸다. 또 하루가 지나고, 시시는 생추어리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어떤 선택을 내렸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놀랄 수밖에 없었던 선택을. 시시는 자신이 아끼는 타이어, 자신의 둘도 없는 애착물을 티나의 무덤 위에 올려놓았다. 시시의 타이어는 며칠 동안 그곳에 놓여 있었다. 죽은 코끼리 티나를 추모하면서.”
 
추모하는 동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살하거나 자해하는 동물 또한 있다. 이를 테면, 2011년 중국의 어느 곰 사육장에서 새끼 곰의 담즙을 채취하려 했을 때, 새끼 곰이 고통에 울부짖는 것을 본 어미 곰의 대응이 그렇다. 엄청난 힘으로 새끼 곰을 껴안아 새끼 곰은 목 졸려 죽었고, 어미 곰은 벽에다 자기 머리를 박고 죽었다. 각종 생체실험에 동원되는 침팬지들 역시 자기 몸을 반복적으로 흔들고, 털을 뽑고, 배설물을 먹기도 하는 등의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 바버라 J 킹은 감정을 표출하는 동물들에 대해서 세심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과도한 의인화 역시 경계한다. 책은 닭의 슬픔과 염소의 슬픔을 구별하고, 짝을 잃은 원숭이의 이상 행동이 애도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비집고 나타난다. 동물들에게도 슬픔이 있다. 인간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일반화되지 않는 감정의 양태들이 존재한다. 죽음을 추모하거나 상실을 애도하는 일이 인간과 동물 양쪽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는 것 보다, 그 어느 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든다. 또 질문하게 만든다. 인간다움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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