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80] 도시를 버리지 않고도 새와 사는 일

 
쿵! 일 년에 한두 번쯤은 거실 유리창으로 새가 머리를 박는다. 고층 아파트가 아닌데도 그렇다. 새는 세차게 머리를 박은 다음 반사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힘껏 날갯짓을 한다. 그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대로 마당으로 곤두박질 쳐서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땅에 묻어주는 게 유리창 안에서 그 끔찍한 사고현장을 목격한 나의 뒷수습이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럴 때 나는 묻게 된다. 나는 목격자일까, 아니면 방관자 혹은 유도자일까. 
 
가끔은 원망을 할 때가 있다. 이제 이런 방해물 가득한 곳으로 날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까. 이쯤이면 이제 학습 능력이라는 게 생길만 하지 않은가. 이것이 얼마나 뻔뻔하고 오만한 질문인지 『도시를 바꾸는 새』는 단 한 문장으로 깨닫게 만들어버린다. “새들이 도시에 오는 이유는 도시가 탄생하기 전에도 왔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빌딩을 건설하고 도시를 만들었다고 해서 새들이 다른 곳으로 가진 않는다는 말이죠.” 새들의 비행의 역사에 인간들의 도시 건설의 역사를 갖다 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질문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그들의 비행경로와 더불어 살 수는 없는 일일까, 하는 종류의 질문들로 말이다. 
 
『도시를 바꾸는 새』는 이런 질문 위에서 쓰인 책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를 꿈꾸는 티모시 비틀리는, 도시에서 새와 함께 살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기록해두었다. 이를 테면, 미국 프로농구팀 밀워키 벅스의 홈구장 파이서브 포럼은 새의 안전을 고려한 건물을 디자인했는데, 건물 전면부에 무니가 있는 유리창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시카고의 조례에 따르면 오후 11시부터 해가 뜰 때까지 건물의 불필요한 불빛을 모두 끄도록 하고 있다. 한밤에도 반짝거리며 빛나는 도시의 불빛은 새의 방향 감각에 곧잘 오류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적용되는 뉴욕의 건물 외벽의 기준 조건은, 지상에서 20미터 높이까지 그리고 옥상 녹지에서 3.5미터 높이까지의 외벽에 새를 위한 유리를 사용할 것, 유리 차양, 난간, 방음벽 등 새에게 위험한 시설과 이동 방향을 착각하게 만드는 수평 유리 패널같이 새가 날아서 지나는 곳에도 새에게 안전한 재료를 사용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도시를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실현가능하고, 새의 행로를 조정하는 일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들이다.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가장 처음 만나는 장벽, 그리고 가장 나중에 부수게 되는 장벽은, 인간중심주의의 시선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를 테면, 새의 눈으로 상상하기. 도시를 계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새들, 더 나아가서는 더 많은 동물의 입장에서 상상해 본다면, 도시라는 공간은 매우 다른 꼴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옥상의 녹지부터 뒤뜰, 그리고 도심의 가로수까지, 도시에는 새를 위한 서식지로 탈바꿈할 장소가 아주 많다. 특히 도시 속 자연 공간은 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지만 홍수를 방지하고 도시의 열을 낮추며 탄소를 포집하고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등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도심 곳곳의 자연 공간에서 쉬거나 산책, 탐조 같은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어느 먼 곳에서 멸종하는 새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망가진 열대우림을 지금 당장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다. 다만 도시로 날아오는 새들을 위해서 인공둥지를 설치하거나 새끼 새의 먹이가 되는 애벌레를 위해서 식이식물을 기르거나 공터에 야생화 씨를 뿌릴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먼 곳에 닿을 수 없지만, 새는 우리에게로 날아와서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날아갈 테니까 말이다. 새에게 조금 더 안전한 도시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계절에는 창밖으로 그림이라도 걸어둘 작정이다. 유리창으로 머리를 박는 새 한 마리는 어쩌다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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