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77] 삶에 새가 들어오는 순간

 
지난여름의 이야기다. 창문 밖 마삭줄 넝쿨 틈사이로 잘 위장된 둥지 하나가 보였다. 마당의 나무들은 곧잘 새둥지의 터전이 되곤 하는데, 유독 그 둥지가 눈에 띄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흠칫 놀랄 만한 일이기도 했다. 새집의 소재, 그게 문제였다. 하얀색 마스크. 끊어진 마스크 줄도 나뭇가지들 틈바구니에 잘 끼워져 들어가 둥지를 마무리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새들 역시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기가 녹록치 않구나 싶어 쓴웃음이 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그 새둥지로부터 한여름을 폭염을 갈가리 찢어대는 요란한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먹이를 물고 온 어미를 향해 고개를 있는 힘껏 쭉 뻗은 새끼들은 각자 최고의 데시벨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새들의 성장은 제법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담 벽면에 작디작은 발바닥을 딱 붙이고 날아오르는 연습을 했고, 둥지를 떠났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더불어 마스크로 완성된 새들의 집만 여전히 빈집으로 남아 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의 이야기다. 우리 집 개가 지하실 계단을 향해 고개를 처박고 컹컹컹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다. 겁이 많은 개는 지하실로 내려가지는 못하고, 단지 계단 아래에 무엇이 있다고 온힘을 다해 알릴뿐이었다. 내려가 보니, 동박새 한 마리였다. 그는 다리를 다친 듯 보였다.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었다.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은 저 작은 새를 우리 집 큰 개로부터 지키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개의 접근을 막은 다음, 그를 계단에서 꺼내 좀 더 안전하게 쉴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옮겨주어야 했다. 
 
새에게로 다가가는 손길에도 두려움이 가득했고, 어디로도 피하지 못하고 구석으로 움츠러든 새에게도 두려움이 느껴졌다. 받침대를 바닥에 대고 새를 들어 올리려는데, 계단 난간 옆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동박새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려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최대치를 뽑아내고 있었다. 딱 경고음으로 들릴 만한 소리였다. 다친 새를 옮기고도 그 경고음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여러 마리의 새들이 교대로 다친 새의 주변에서 보초를 서듯 서성거리거나 울어댔다. 어쩐지 그 다음부터는 인간의 일이 아닌 듯싶었다. 그들이 경계심이 낮출 수 있도록, 다시 어딘가로 날아갈 수 있도록, 그냥 두었다. 다음 날, 어떤 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이 책 『새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감수를 맡은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은 ‘삶에 새가 들어오는 순간’이라는 제목의 추천사를 썼고, 추천사에는 이 책의 원제가 『What It‘s Like to Be a Bird』 임을 밝히고 있다. 인간이라는 관찰자 중심이 아니라, 주인공인 새의 입장에서 새가 되어 새로서 살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늘을 날고, 먹이를 찾고, 짝을 찾아 노래하고, 둥지를 지어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새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기록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쓴다. 
 
“새들은 순간순간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 또한 그 새는 현지 조건에 따라 다른 재료를 활용하여 둥지를 더 빨리 짓거나, 추운 날씨에 대비해 단열재를 추가하는 등 방법을 바꾸기도 한다.”
 
“새가 만족감, 불안, 자부심 등의 감정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저마다의 목표를 이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나친 의인화라는 것은 알지만, 새들이 자신의 여러 욕구를 저울질하며 매일 복잡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달리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삶에 새가 들어오는 순간을 연이어 경험한 나로서는 얼른 저자의 편에 서서 이 책의 방대한 새 관찰기를 탐독 중이다. 끝내 그들의 언어를 배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언어가 있고, 생활이 있고, 생활이 있음을 나의 일상을 통해 깨우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새가 날아들지 모를 일이므로, 나는 일단 책으로라도 준비된 인간이고자 한다. 마당의 어느 새든 이걸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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