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코로나 플라스틱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감독의 2006년 작품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은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지 19년이 지난 2027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이 묵시록의 세계를 만든 원인을 분명하게 짚지는 않는다. 기후변화, 테러, 독감 대유행, 이민과 반이민주의 갈등, 경제격차가 불러온 사회불안,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제시될 뿐이다. 2022년 오늘의 세계는 『칠드런 오브 맨』의 영화적 상상력 속의 시간대에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지 모를 오늘의 세상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인가.
 

피와 바다

 
건강검진을 위한 채혈. 분석된 혈액 속에 고분자화합물(미세플라스틱)이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피는 생명의 이어짐을 담보하는 상징이자 물질적 기초이다. 혈액은 혈관을 타고 순환하면서 인체를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특별한 ‘물’이다. 인체 내 모든 물의 무게는 몸무게의 약 60%에 달한다. 그중 혈액과 그리고 인체세포 틈을 채우는 조직액(혈장과 비슷하지만 단백질 함량이 적다) 등이 인체 내 총수분의 30%를 차지한다. 혈액과 조직액의 주성분은 ‘물’이다. 물은 용해력이 커서 혈액과 조직액 속에는 다양한 원소가 녹아있다. 그 원소들의 조성과 함유량 순위가 바닷물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바다라는 점을 상기하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영화가 아닌 현실로서 오늘의 문제적 공통점은 피와 바닷물이 공히 절박한 오염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46억 년 지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인체와 바다의 원소였던 적이 없는 고분자화합물이 피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플라스틱이 천연소재 원료가 아닌 화학합성으로 만들어진 건 1907년 절연특성을 가진 플라스틱(베이클라이트)의 발명되면서다. 이후 폴리염화비닐(비닐, PVC),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이 만들어졌다. 애초 군용 전선피복물질로 쓰이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점점 쉽게 구부러지게 만들거나, 불에 잘 타지 않게 하고, 색상을 입힐 수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첨가를 통해 각각의 특성을 가진 다종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졌고 이를 원료로 한 플라스틱 제품들은 세계를 문자 그대로 점령했다. 오늘날 플라스틱 제품은 음식물 포장재와 의료기기를 포함해 인류의 생활과 산업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아틀라스 2021(PLASTICATLAS 2021)』에 의하면, 플라스틱 제품의 대중화가 시작된 1950년 이후 2017년까지 인류는 92억t의 플라스틱을 생산했고 그 중 10% 이하만 재활용됐을 뿐 나머지는 소각, 매립되거나 바다를 포함한 자연생태계로 버려졌다. 산업 분야에서 최대 플라스틱 사용 분야는 제품포장으로 2017년 총사용량 4억 3800만t 가운데 1억 5800만t이 제품포장재로 쓰였다. 세계적으로 거의 매년 4억t씩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포장재로 3분의 1 이상이 사용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않고 단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계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최종 집하장은 바다이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이 흘러가 태평양 해양에 지구 최대의 플라스틱 쓰레기장이 만들어졌다. 한반도 면적의 7.3배에 달하는 160만㎢의 그 플라스틱 쓰레기 섬은 지금도 파도에 부서져 끊임없이 미세플라스틱을 바다로 갈아 넣고 있다. 파도에 부딪히며 점점 작아지는 과정에서 해양성 조류와 어류, 포유류가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뒤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미세플라스틱 수준으로 작아지면 어류나 패류, 플랑크톤이 그걸 먹고 이어 먹이사슬의 연쇄 끝에 인간이 섭취하게 된다. 이미 플라스틱의 어패류와 인체 침투는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다. 
 

최종 집하장은 인체와 바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바다를 통해 해안가로 몰려와 쓰레기 해변을 만들고 있다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Headquarters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관해 2014~2020년 사이 발표된 50편의 논문과 19개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논문 『수산물 섭취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오염(Microplastic Contamination of Seafood Intended for Human Consumption)』(Evangelos Danopoulos 외 3인, ehp journal 2020.12호)에 따르면 굴, 홍합, 가리비 등에서 1g당 최대 10.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뒤를 이어 갑각류에서는 1g당 최대 8.6개, 어류에서는 1g당 최대 2.9개씩 검출됐다. 어패류 등의 섭취를 통해 인체 오염 가능성이 있음이 다수 논문과 연구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20년 8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디자인 센터(Biodesign 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 Engineering)>의 롤프 홀든(Rolf Halden) 소장은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병 연구를 위해 기증된 시신에서 취한 47개 인체조직 샘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폐, 간, 비장, 콩팥 등 인체 전 기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고 소화기관에서 혈관을 타고 기관에 침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혈액 속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는 2022년 3월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Amsterdam)의 생태독성학자인 딕 베탁(Dick Vethaak) 연구팀의 연구논문 『인체 혈액 속 플라스틱 입자 오염의 발견 및 정량화(Discovery and quantication of plastic particle pollution in human blood)』(Heather A. Leslie 외 5명, Environment International journal 2022.3.24. online)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22명의 성인 중 17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젖병을 사용하는 소아의 대변에서 성인의 10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지난 4월 7일 발표된 논문 『βFTIR 분광법을 이용한 인간 폐조직의 미세플라스틱 검출(Detection of microplastics in human lung tissue using μFTIR spectroscopy)』(Lauren C. Jenner 외 5인,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Journal 2022.4.7. online)에서는 살아있는 사람 13명 중 11명의 폐 조직에서 4종의 미세플라스틱 검출이 확인됐다. 피와 몸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의 기원은 플라스틱 제품이고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용량이 급증한 1회용품과 포장재가 압도적으로 많다.
 

코로나는 1회용품의 변명이 아니다 

 
2018년 카페 등 매장 내 1회용컵 사용에 대해 단속과 과태료 규정을 가진 사용금지 규제가 실시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위생안전을 지킨다는 이유로 20220년 이 규제가 유예됐고 재규제는 2022년 4월 1일로 예정됐다. 규제 유예와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1회용품 사용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폐기물량은 종이류 25%, 플라스틱류 19%, 발포수지류 14%, 비닐류 9%가 증가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플라스틱 1회용품과 포장 쓰레기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는 만인의 필수품이 돼 증가한 마스크 속 플라스틱(N95마스크 9g / 3-PLY 마스크 4.5g) 폐기물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 자료(1회용품 사용 규제 영향 분석서)를 보면 2020년 해당 규제의 유예 이후 매장 내 1회용컵 사용량은 2019년 대비 9% 증가했고 매장당 1회용컵 사용량은 6만1000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내 1회용품 단속을 하던 2019년 다회용 컵/식기 사용률 93.9%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단속을 유예했던 2020년 46.6%로 급격히 감소했다. 
 
1회용품 사용에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시행되는 규제 재개 시행 직전인 지난 3월 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위원장이자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수장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해당 규제를 유예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환경부는 이 발언 직후 ‘단속과 과태료 없는 계도 위주의 규제’를 4월 1일부터 시행했다. 사실상 무기한 제도 시행 유예와 같다. 이런 정책기조라면 6월로 예정됐던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실시, 11월의 매장 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또한 해당 일정과 규제 수준이 원안대로 갈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오염의 가장 큰 영향은 1회용품과 포장 쓰레기에서 나온다. 그걸 줄이지 않고 플라스틱 오염 저감은 불가능하다. 
 

실수를 끝내라

 
플라스틱은 제조 과정에서 독성화학물질이 첨가되고 인체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은 그것을 내뿜는다.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가되는 연화제의 일종인 프탈레이트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내뿜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인데 내분비계를 교란해 생식불능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부른다. 남북극 빙하에서 심해저까지 동식물 세포에서 인체 세포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가 지금처럼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과 투기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 끝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세상’일 수 있다. 이 불길한 상상에 설득력을 높이는 정책과 제도상의 실수를 계속해선 안 된다. 플라스틱 오염의 선봉인 1회용품 사용에 강력한 페널티를 주는 규제가 필요하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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