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솜방망이 처벌? 반환경범죄 양산하는 사법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죄질이 매우 나쁜 환경범죄에 대해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작년 3~5월, 울산지방검찰청이 대기 측정값 조작 및 공장하수 수질 조작을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매수했다는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할 당시에는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면서 떠들썩했다. 울산시민들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된 짓을 한 악덕 기업인과 하수인들에 대해 분노하면서 일벌백계로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4월 27일, 울산지방법원은 고작 2명 집행유예, 4명 벌금형을 선고했다. 조작사건 수사를 시작할 때는 태산이 떠나갈 듯 시끌벅적 요란했으나 재판까지 거친 사법처리 결과는 쥐새끼 한 마리 잡는데 그친 셈이다. 이처럼 환경 사범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 반환경적인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반복된다.
 

발암물질 조작 배출해도 솜방망이 처벌 

 
울산지역 기업체들과 측정대행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농도를 조작해 배출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으나 이에 대해 사법부는 2명 집행유예, 4명 벌금형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높다
 
실제 울산에서 일어난 대기질 조작 사례를 보면 꾸준히 반복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2009년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의혹을 제기한 성암소각장의 배출값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 측정업체 간부 2명이 구속되었다. 2010년에는 양산지역 배출업체와 울산의 측정업체가 공모하여 배출 수치를 조작한 것이 적발되어 불구속 기소되었다. 2013년 9월에는 독가스인 염화수소 방출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되어 업체 임원 2명이 구속 기소되고 관련 직원들도 다수 기소되어 4명이 실형, 1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한동안 조작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서 근절된 것처럼 보였으나 조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만 적발되지 않았을 뿐임이 드러났다. 
 
2019년 여수 국가산단에서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1급 발암물질 염화비닐과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을 불법 배출하다 적발되어 큰 파문을 일으켰을 당시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국가산단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울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울산 국가산단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 울산 국가산단에서도 대기측정 조작 및 배출 하수 수질을 조작한 것이 적발되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매우 오래 전부터 조작이 계속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배출값을 조작하는 환경범죄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적발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임을 알 수 있다. 
 
환경범죄에 대한 처벌이 허술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폐기물 불법매립, 산림 훼손, 형질변경 등은 거의 일상화되어 있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환경단체나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서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원상복구 행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에 그친다. 고발은 불법이 이뤄진 규모가 아주 크거나 지역사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켜서 언론과 환경단체가 주목하는 경우에나 이뤄진다. 그렇지만 수사과정에서 무혐의로 끝나거나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아니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더 많다. 
 
작년에 일어난 대기측정 불법 조작사건의 경우는 전국 뉴스를 탈만큼 대단히 큰 사건이고 관련 업체도 여럿이어서 기소된 피의자만 50명이 넘었으나 모두 불구속 기소였고 벌금형에 그쳤다. 담당 공무원을 매수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한 업체와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불법행위 잡아내고도 허술하고 더딘 재판

 
한 농장주가 녹지자연도 1둥급 지역을 벌목하여 불법으로 개설한 임도
 
환경범죄에 대한 사법처리가 얼마나 허술하고 더딘지, 시작은 거창하나 끝이 왜 흐지부지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를 소개한다. 이 사건은 작년 5월 19일(부처님오신날) 울주군 범서읍 시골동네에서 반달가슴곰이 출현하는 소동으로 시작됐다. 조사결과 이 곰은 인근 농장에서 불법으로 사육하는 곰 4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 곰을 생포하여 사육하던 농장으로 되돌려 보냈을 뿐, 불법 곰 사육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기관은 없었다. 곰 탈출소동이 전에도 있어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낙동강유역청에 의해서도 한번 고발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불법 곰사육농장주는 벌금형을 받고도 전혀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고, 불법적인 곰사육(실상은 감금)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동이 계기가 되어 울산환경운동연합에 시민 제보가 몇 건 접수되었다. 불법적인 곰 사육은 빙산의 일각일 뿐, 이 농장주는 오래 전부터 산림 훼손(벌목)과 형질변경을 상습적으로 계속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현장답사를 나가보니 그 농장이 자리한 지형적인 조건은 그야말로 천연요새나 다름없었다. 외길을 따라 해발 200m쯤 올라간 지점에 평평한 개활지 수십만 제곱미터가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주인이 진입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접근 불가였다. 그래서 담당공무원, 언론기자, 심지어 경찰조차도 현장접근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형상으로 요새여서가 아니라 정치적 힘을 가지고 이 농장주를 비호하는 배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공무원이나 경찰도 법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구속기소가 된 적이 있었는데 벌금형으로 풀려났고, 그 이후에도 더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니 그야말로 이 농장은 치외법권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인 경로는 막혀 있어서 산을 넘어 답사를 해보니 제보가 모두 사실이었다. 몇 년간에 걸쳐 불법개설한 임도만 해도 3~4km는 족히 넘었고, 농장 세 곳에 중장비 몇 대씩 비치해 놓고 있었다. 여러 가지 불법에 대한 증거자료를 꼼꼼히 모아 방송사에 제보한 후 울주군수를 면담하여 “군에서 엄중 대처를 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불법을 비호하거나 직무유기로 단정하고 울주군을 상대로 싸우겠다, 대신에 엄중 대처를 한다면 경찰청을 상대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겠다”며 적극대응을 요청했다. 다행히 울주군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불법실태를 조사하여 울산경찰청에 고발했고, 경찰청도 반부패 사범으로 분류하여 특별수사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는 경찰청 홈페이지에 경찰청장에게 불법실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마침내 작년 9월 30일 악행을 취미생활처럼 해 오던 농장주가 구속기소 되었다. 법을 우롱하듯 불법을 일삼던 사람이 일단 구속까지 이르게 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였다. 울주군수가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었고, 고발을 담당한 사법경찰 공무원도 보기 드물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농장주를 비호하던 정치 실세가 야인으로 돌아간 것도 변화라면 변화였다.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인데 재판과정을 지켜보니 이 농장주는 법무법인 세 곳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했을 정도로 자금력을 동원한 영향력도 상당했다. 공판과정을 직접 방청하면서 모니터링 중인데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발장을 쓴 담당 공무원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면서 ‘나무를 베어 반출하는 것을 봤느냐’, ‘나무를 베어낸 시기가 다르다’, ‘형질변경을 농장주가 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이미 처벌받은 것이 중복됐다’, ‘면적계산을 부풀렸다’ 등 엉뚱한 증거를 제시하며 울주군에서 작성한 고발장과 공소장에 첨부된 증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농장주가 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불법현장을 낱낱이 파악한 필자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거짓말임이 뻔히 보이는데도 어쩔 도리가 없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공판담당 검사가 이러한 피고측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거의 반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사범 양형기준 대폭 강화해야

 
관계 공무원을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시켜 증인 심문을 길게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 공판 일정이 마냥 늘어지니까 증인심문을 겨우 두 차례 했는데 법정 구속기간이 만료됐다. 법정구속만료 며칠을 앞두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이어졌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석허가를 받고 풀려났고 며칠 안 돼 해외여행 허가를 받아서 출국한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은 피고인이 활개를 치면서 권력과 금력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다. 
 
힘들게 싸워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피의자가 죄의식을 갖고 반성하기는커녕 보란 듯이 더 큰소리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무력감과 자괴감이 엄습한다. 그렇지만 우리 환경연합이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법의 심판을 받도록 싸울 것이다. 환경일꾼들이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허술한 법 체계도 보완이 필요하며, 특히 환경사범에 대한 양형기준은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글·사진 /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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