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 시작한 홈트가 위험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홈트레이닝(이하 홈트)이 우리의 몸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홈트용품에 포함된 유해물질 때문이다. 최근 여성환경연대와 한국소비자원이 각각 실시한 홈트용품 유해물질 검출실험 결과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홈트용품 중 하나인 경량 아령에서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프탈레이트 가소제(DEHP)가 최대 635배 이상 검출된 것이다. 논란이 된 일부 제품은 리콜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홈트용품 유해물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올해 여성환경연대가 홈트용품 유해물질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홈트용품 시장의 눈부신 성장 뒷면에 존재하는 유해화학물질 규제 부실의 만성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해화학물질은 일상 곳곳에 숨어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유해물질 안전성 관련 표기도 안전기준도 없어

 
여성환경연대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11일까지 약 3주간 총 689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홈트용품 안전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안전성 실태조사 결과, 홈트용품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소비자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우려를 느끼고 있음이 나타났다. ‘사용하고 있는 홈트용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423명(61.4%)의 참가자들이 유해물질 정보에 대해 꽤 혹은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느끼는 홈트용품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우려와 심각성에 비해 유해물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턱없이 낮다. ‘홈트용품 구매 당시 유해물질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532명의 응답자가 제조사 상세페이지(77.2%)라고 밝혔다. 소비자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홈트용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안전성 관련한 표기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만 봐서는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안전성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홈트용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을 해소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월 여성환경연대는 시중에서 유통 및 판매 중인 아령, 폼롤러, 요가매트 등 주요 홈트 용품에 대한 유해 물질 검출실험을 실시했다. 검출 대상이 된 유해물질은 현재 전안법상 유해물질 안전기준에 포함되어 있는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 BBP) 총 3종이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실시한 검출실험 결과, 일부 아령에서 최고 30.51%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가 검출되었다. 현재 아령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운동에 사용하는 짐볼이나 요가매트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량을 총합 0.1% 이하로 규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305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찬가지로, 한국소비자원의 홈트용품 유해물질 검출 실험에서는 아령 7개 제품에서 최소 22.3%에서 최대 63.58%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바 있다. 
 
아령에서 검출된 DEHP의 경우 불임, 자궁내막증 등 여성질환을 유발하고 아동에게는 자폐, 주의력결핍장애(ADHD) 등의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유해물질이다. 유럽연합에서는 2010년 중반 이후로 강력하게 프탈레이트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아령과 같이 피부에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홈트용품 제품군의 경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포함한 주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국내에서는 많은 홈트용품들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기준 없이 판매되고 있다. 요가매트와 짐볼만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상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요가매트, 짐볼과 거의 동일한 합성수지제로 코팅된 경량 아령이나 폼롤러의 경우 구체적인 유해물질 관리 기준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강력한 규제 필요

 
현재 국내에서 유해화학물질을 가장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곳은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이다.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따르면, 프탈레이트 가소제 총 6종(DEHP, DBP, BBP, DINP, DIDP, DnOP)은 총합 0.1% 이하여야 한다. 아령, 폼롤러, 피트니스 밴드와 같이 실내에서 주로 사용하며 신체 접촉이 많은 홈트용품 제품군의 경우,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맞도록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전안법상 총 3종의 프탈레이트 가소제(DEHP, DBP, BBP)를 규제하고 있지만, 규제기준에 해당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롭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홈트용품의 대부분이 플라스틱류 제품이기 때문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건강문제가 우려되는 대체 가소제들이 사용될 수 있다. DINP, DIDP, DnOP와 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대체 가소제가 사용된 생활용품에 대한 유해화학물질 조사 및 관련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은 REACH(신화학물질관리규정)에 따라 피부 접촉이 이루어지는 모든 소비재에 유해화학물질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에 포함되는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뿐만 아니라, 규제대상이 되는 제품군의 확대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프탈레이트 가소제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홈트용품 브랜드들이 건강한 몸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제품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 우리가 소비자로서 진정으로 궁금한 것은 인플루언서의 광고와 브랜드 순위가 이야기해주지 못하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몸이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 속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유해화학물질이 우리의 몸에 쌓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점차 축적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매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입장에서 알맞은 운동방식, 규격, 소재, 안전성 등을 고려하는 홈트용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즉, 소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구매 단계부터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정확한 스펙의 홈트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홈트용품을 구매할지 말지 여부부터 시작하여, 나에게 어떤 홈트용품이 적합한지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와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온라인 가이드라인 링크: https://vbals0mfru4.typeform.com/to/KaXp51Bw). 해당 가이드라인이 홈트용품 진열대 앞에서 서성거리며 고민하던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선택을 내리기 위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가까운 미래에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홈트용품, 안전한 운동을 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글 / 김이학영 여성환경연대 시민참여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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