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기인가 수소제거기인가?

조건부 운영허가가 난 신한울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2021년 7월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를 조건부로 승인하였다. 신한울 1호기는 국내에서 27번째로 지어진 1400MW 용량의 원전으로, 설계 수명대로라면 60년간 가동될 예정이다. 원래는 올해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시운전 과정에서 발견된 오류로 인해 상업운전 시점이 9월로 연기됐다.
 
신한울 1호기는 작년 조건부 운영허가를 받기 전까지 여러 안전성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에, 원안위는 운영허가 조건으로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이하 PAR)에 대한 실험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실시하여 2022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시 후속조치를 이행할 것, △항공기재해도 저감을 위해 비행횟수 제한 등의 조치에 관한 협의를 관련 기관과 1차 계획예방정비 전까지 진행한 후 필요시 후속조치를 이행할 것, △예상가능한 항공기 충돌로 인해 피폭선량 제한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누출을 야기할 수 있는 재해 빈도 평가방법론을 개발하여 이를 반영한 항공기재해도 평가 결과를 1차 계획예방 정비 전까지 제출할 것,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 15장 개정본을 상업운전일 이전까지 제출할 것을 부가하였다. 
 

수소폭발 막을 장치가 화재를 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조건은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피동형 PAR 수소 제거 성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PAR는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당시 발생한 수소 폭발과 같은 중대사고를 막기 위해 국내 원전에 설치된 설비다. 당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전력 공급이 차단되어 수소를 제거하는 기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이후 후쿠시마 후속 조치로서 설치된 PAR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비상상황에도 작동될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 PAR는 산소와 수소가 반응하여 물이 나오게 하는 과정을 통해 수소를 제거하고, 촉매체가 이 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원리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안전 설비의 성능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작년 2월 공익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OECD의 수소제거장치 국제공동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독일의 베커사(Becker Technology)에 의뢰하여 국내 원전에 설치된 PAR(세라컴 사)에 대한 성능실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공급자 상관식(공급자가 제시한 성능)에 현저히 미달하고, 살수(사고 후 격납용기의 고온, 고압을 낮추기 위한 살수계통의 작동)조건에서 촉매체가 떨어져 나와 불티가 날리는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수소제거율이 떨어지면 수소폭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PAR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또, 촉매체가 떨어져 나와 불티가 날리는 현상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되었다. 이로 인해 원안위는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PAR(KNT 사)에 대해 수소제거율과 촉매이탈 등의 실험을 진행하고 올해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내라는 조건으로 운영허가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재와 불꽃이 튀는 현상, 급격한 압력 상승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던 실험 조건이 실제 중대사고 상황과 비슷한 조건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화재는 격납용기의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3차 실험은 수소 농도가 8%인 습식 조건에서 수소를 제거하는 실험이었는데, 수소 농도가 7%까지 올라갔을 때 화재가 발생했다. 중대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설비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또, 실험 도중 압력이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수소 농도가 6%인 1, 2차 실험 조건에서는 촉매체인 백금이 떨어져 나가 불꽃이 튀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소제거장치의 안전성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한수원은 올해 3월까지 PAR의 수소제거율과 촉매이탈 등의 실험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해야 운영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원안위는 이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작된 성능 불구 운영허가, 이제 취소해야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탈핵시민운동은 신한울1호기 운영허가는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핵발전소를 하나 더 늘리는 일이라며 운영허가 반대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수소제거장치를 둘러싼 문제는 안전성뿐만이 아니다. PAR는 국내에 설치되던 시점부터 시험성적서 위조 문제 등이 있었다. 2013년 5월, 원전부품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내진시험보고서와 내환경시험보고서 등 2건의 기기검증서를 위조한 PAR(세라컴 사)이 영광 한빛 핵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원전에 설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수원은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재조사 및 전수검사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 알았던 PAR 문제는 성능실험을 통해 검증과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지난 4월 11일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등 호남권 탈핵 단체들은 한빛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를 모두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경연합 또한, 작년 2월 공익제보를 통해 PAR의 성능 결함이 드러난 이후부터 신한울 1호기를 포함한 국내 원전에 설치된 모든 수소제거장치에 대해 성능검사와 재검토를 실시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리고 수소제거장치 문제뿐만 아니라 항공기 재해도와 관련된 안전성 강화 대책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신한울 1호기의 조건부 운영허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운영허가 조건을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신한울 1호기에 대해 원안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글 / 송주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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