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핵 부지를 위한 정부의 힘 자랑 돈 자랑질

2014년 1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원전시설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신규핵발전소 부지 확보를 위한 행보가 노골적이다 못해 천박하다. 원전가동 역사 35년 만에 새롭게 추가한 두 곳의 신규핵발전소 부지가 만만치 않자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내세워서 힘자랑, 돈자랑을 했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한 영덕군과 핵발전소가 건설중인 울진군을 차례로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들 지역에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출처 국무총리비서실
 

삼척에선 힘자랑 영덕에선 돈자랑한 정부

 
지난 11월 24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이 김양호 삼척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인 김대수 전 삼척시장이 공무원을 동원해 관권선거를 자행하고, 주민동의 없이 원전유치에 나섰다고 주장해 김대수 후보로부터 지난 7월에 고소당한 건으로, 이미 경찰수사결과 허위사실 유포혐의가 없음으로 결론 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주민투표로 신규 핵발전소 유치 취소가 확인된 지금에 와서 검찰이 나서서 김양호 시장을 기소한 것은 탈핵활동에 대한 탄압이자 지자체를 굴복시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조폭과 다를 바 없는 ‘힘자랑’이다. 이와 동시에 삼척시에는 시 공무원 전자결제계정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다. 
 
한편, 검찰이 김양호 시장을 기소한 24일,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산업부 장차관은 영덕을 방문해 신규핵발전소를 추진하면 1조5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날은 영덕 주민들이 신규원전유치 재검토 주민투표 청원을 영덕군의회에 했고 영덕군의회가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서 논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정부는 영덕군이 삼척의 영향을 받아 신규원전 유치 반대 분위기가 확산될까 ‘돈자랑’한 것이다.
 
삼척시민들은 ‘우리가 뽑은 탈핵시장 우리가 지킨다’며 1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영덕군의회는 원전특위를 만들어서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하기로 했고 신규원전부지 대가용 지원금을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다. 
 
정부의 돈자랑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정당성 없이 핵발전소, 핵폐기장 추진하면서 흔히 해온 일이다. 1990년대 말까지 500억 원이었던 핵폐기장 유치비용은 2000년대 들어서 3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유치하는 지자체가 없으니까 양성자가속기를 덤으로 얹어준다고 하고 더 나아가 한수원 본사 이전까지 약속한 것이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다. 애초 3000억 원의 지원금을 약속할 당시에는 중저준위 핵폐기장과 고준위 중간저장시설이 함께였지만 경주에는 중저준위핵폐기장만 들어간 상황이다. 고준위핵폐기장을 추진할 때는 지역 지원금이 ‘3조 원이냐 30조 원이냐’라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힘자랑 역시 마찬가지다. 한전은 한빛원전(구 영광원전) 5, 6호기 건설허가 과정에서 한수원(당시 한전)의 무리한 추진에 제동을 건 영광군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한전은 당시 원자력법 제11조에 명시된 부지 사전승인이나 건설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건축법 상의 ‘증축 허가’를 가지고 영광원전 5, 6호기 추가 건설을 강행하려 했다. 이에 대해 증축 허가 취소를 한 영광군에 대해 한전이 감사원 감사청구를 한 것이다. 
 
전 삼척시장인 김대수 시장이 신규원전을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중앙정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2010년 12월 김대수 시장이 검찰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즈음 김대수 시장은 삼척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삼척시의회의 동의가 주민투표를 한다는 조건부 동의임에도 김대수 당시 시장은 주민투표를 하지 않고 삼척시 원자력유치협의회를 통해 97.6퍼센트의 조작된 서명부를 유치 근거로 정부에 제출했다. 그리고 일 년 후 2011년 10월 1심에서 김대수 시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뇌물을 준 사람은 유죄였지만 뇌물을 받은 사람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정부는 2011년 12월 23일 삼척시를 영덕과 함께 신규원전부지 후보지로 발표했다.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반대와 김양호 삼척시장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며 촛불을 든 삼척 시민들 ⓒ이옥분
 

원전 지을 곳이 없는 최대 원전밀집 국가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규원전 부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기존 원전 부지에서는 추가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빛원전(구 영광원전)은 서해안의 얕은 수심으로 인한 온배수 피해로 더 이상 추가 가동할 수 없고 월성원전은 방폐장 부지 사용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인해 더 이상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고리, 신고리 원전 부지에는 12기, 한울, 신한울 원전(구 울진, 신울진) 부지에는 10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으로 이미 세계 최대 원전밀집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때문에 현재 21.7기가와트(GW)의 원전 설비를 43기가와트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것으로도 부족해 신규원전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도 변함없이 원전 확대 정책을 세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인 우리나라는 2012년에 삼척과 영덕에 신규원전 부지를 지정고시했다. 이로써 동해안은 삼척부터 부산까지 포항을 제외하고 모든 행정구역(삼척, 울진, 영덕, 경주, 울산, 부산)에 원전 시설을 입지시키겠다는 계획이 추진되었다. 동해안은 핵 단지가 될 것이다. 만약에 동해에 대규모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줄줄이 원전 단지들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신규 원전 건설은 물론이고 신규 부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인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는 없다. 부안 핵폐기장 사태 이후 정부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역 의회의 동의를 형식적으로나마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자체를 돈으로 유혹하고 흔들거나 검찰과 감사원을 앞세워서 지방 정부를 협박한다. 이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사실, 원전이 건설되는 기간 동안의 반짝 건설경기를 제외하면 원전이 지역 재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원전 주변 지역을 통해서 확인된 사실이다. 지자체 세수에서 원전으로부터의 지원금이 늘어날수록 중앙정부의 지원금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세입세출은 다른 지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은 원전 전기 생산량당 지원되기 때문에 원전에 문제가 생겨서 생산량이 줄어들면 지원금도 줄어들게 된다. 어업과 농업, 관광업 등 기존의 경제는 원전 가동으로 인한 온배수 피해, 방사능 피해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주민들은 결국, 원전 내의 단순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원전이나 핵폐기장을 유치했다고 해서 지원해주는 지원금 역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인프라, 즉 도로나 교량 건설 비용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지역 건설업자를 통한 일시적인 경기 부양효과가 있을지언정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탈핵운동은 민주주의 회복에서 시작

 
최근 들어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기난방 급증으로 인해 최대전력 소비가 처음으로 8000만 킬로와트(kW)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가동된 발전소들에서 생산한 원전 10기 분량의 전기는 예비전력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신규 핵발전소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며 전력수요전망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임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수명 끝난 원전과 신규원전의 계획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말까지 수립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원전을 대폭 늘리는 구실이 된 전력수요가 과대 예측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전을 줄이면서 온실가스도 줄이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무능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회유하고 탄압하기 전에 제 역할이나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탈핵운동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원전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민들은 삶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더 이상 핵발전소는 필요 없다고 말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yangwy@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