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 도시의 미래 06] 도시 시민들의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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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적 선물의 경제학을 주창한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는 시장이 사회발전의 중요한 기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그의 인정에는 그러나 양보할 수 없는 전제가 있다. 토지와 노동, 그리고 화폐에 대한 공공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실 자본주의의 자해적 행태를 보면 확연히 그 전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토지가 상품이 된 극단에 존재하는 문제들은 부동산 부자들의 지대경제체제 따위가 아니다. 그 이상의 심대한 문제는 바로 자연생태계의 몰락이다. 상품으로서의 토지 착취는 환경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문제인 것이다. 당연히 규제가 존재하지만, 그 규제는 시장의 공격 아래 날로 무력해지고 있다. 노동을 공공규제보다 시장에 일임해서 벌어진 문제는 노동과 소득의 질 하락,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고용안정성의 극단적 저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파트타이머들로서 ‘을’의 운명을 강요받게 됐다. 화폐에 대한 공공규제의 고삐가 풀린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금융은 괴물이 되었다. 미국 월가와 연방준비은행의 기침소리에 세계경제는 폐렴에 걸린다. 사기적 금융상품이 서민의 등을 치고, 투자를 빌미로 개도국 경제에 들어간 외자가 이윤만 빼먹고 도주해도 잡을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오늘날 자본주의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갈아버리는 ‘악마의 맷돌’이 되었다.
이 정글의 경제체제, 현실 자본주의는 결코 기후변화 회피행동에 나서지 않으며, 핵 발전과 화석연료의 확대유지를 위해 행동한다. 현실자본주의는 현존 화석연료체제 위에 존재하는 상부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의 에너지체제를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시민공동체가 건설해야 기후변화가 불러올 인류 공멸, 지구생태계 파탄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 어떻게 ‘시민의 에너지 주권을 확대하는 기후변화 회피행동’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대안의 자본주의는 무엇을 가지고 자기실현에 나서는 동시에 기후·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경제와 기후를 함께 구하는 방법
국가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차원에서 공공성을 기반에 둔 새로운 경제규칙과 그 규칙들의 총합으로서의 ‘새로운 정치경제체제의 구현’은 사실상 전 세계 사회공동체의 동시 혁명에 준하는 세계시민행동에 의해서만 온전한 의미에서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상적 희망이되 현실적 가능성은 낮은 비전이다. 지금 당장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가능한 수준과 범주에서 펼치고 그들이 연대하는 것이 현실 자본주의 수선의 길이다. 우리는 그러한 ‘교정력’을 ‘협동조합’과 ‘지역공동체’에서 찾는다. 
협동조합이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작동원리를 가졌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과 조합원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생활협동조합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생협은 안전한 농수산식품을 생산하는 생산자 조합원들의 농촌과 그러한 유기농수축산물을 안정적으로 소비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 소비자 조합원들이 함께 구성한다. 세계적으로 생협의 성장세는 거의 모든 경제단위들의 두 배 이상이고 한국에서는 두 자리 수 성장률로 나타난다. 이러한 성장속도에 비견할 수 있는 분야는 재생가능에너지 부문밖에 없다. 둘 다 대안의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생협만이 협동조합의 자장 아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현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도 협동조합주의의 세례를 받은 기구와 그 기구와 함께 경제행위를 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 총경제에서 비영리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퍼센트에 육박한다. 세계 협동조합의 수좌에 있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지역경제의 45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유럽연합 국내총생산(GDP)의 11퍼센트는 협동조합의 몫이다. 해고 없는 노동과 협동조합을 위한 신용협동조합, 착한 물품을 적정가격에 유통시키는 시장이 협동조합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경제에서 협동조합주의를 따르는 공동체들이 존재하는 지역의 경제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현실 자본주의에 맹종하면서 그 시스템의 동력이 되어 기후변화를 심화시켜온 석유와 핵전기 중심의 화석연료체제를 무너뜨리고 시민의 에너지 주권이 보장되는 대안의 재생가능에너지체제를 건설하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그러므로 시민의 직접참여와 지배력을 인정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을 대기업과 같은 대자본, 거대기술 소유자들에게 맡기지 말고, 지역조합의 형태로 다수의 시민들이 몇 십만 원씩 출자해 우리 동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기지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기후변화를 막는 ‘신의 한 수’가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시도는 세계적인 차원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진행되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협동조합, 기후변화 저지에 나서다
우리나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의 진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역사회의 결합체들이며, 특별히 교육현장의 참여가 높다. 

시흥시민햇빛발전소는 지난 2012년 1월 9일, 경기도 시흥시청 별관 옥상에서 30㎾p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설(전지판 120장, 면적 172제곱미터)을 가동 개시했다. 시청 옥상이 소형 발전소로 변한 것이다. 시흥시민햇빛발전소(주)가 97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태양광 시설 때문이다. 시흥시민햇빛발전소는 2011년 10월 환경단체인 시흥의제21실천협의회 등이 앞장서 만든 주식회사다. 지역 주민과 기업체, 공무원 등 67명의 주주가 10만~200만 원씩 출자했다. 가동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3만9867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 전력을 한국남부발전㈜에 팔아 19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옥상 임대료 등 관리비용(10퍼센트)을 제외하면 순수익이 1400여만 원이다. 남부발전과 12년간 장기 판매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기반도 마련한 상태다. 이런 성과로 2012년 11월에는 경기도가 선정한 녹색성장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흥시민햇빛발전소 대표이사는 “발전소 건립 이전에는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기 생산량도 늘고 수익도 발생하면서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햇빛발전 설비 주변에는 태양열과 풍력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를 소개하는 교육 패널들이 전시돼 있다. 이 쓸모없었던 공간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견학을 오는 명소가 됐다. (참조: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홈페이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난 5월 21일 햇빛발전소 호수동 1호기 준공식을 열었다. 중앙도서관 별관 옥상에 30킬로와트급 햇빛발전소를 호수동 주민 120여 명이 조합원으로 출자, 9000만 원을 들여 건설한 것이다. 이날 준공식은 시장, 시의회 의장, 호수동 에너지절약마을만들기 추진협의회, 조합원,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주민주도형 햇빛발전소로 추진, ‘시민이 에너지다’라는 슬로건으로 주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여 받은 수익금은 출자조합원들에게 배당하고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지원도 할 예정이라 한다. 
협동조합추진협의회장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조합원 모집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주민이 직접 생산,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자부심과 노력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참조: 기초일보 2013.5.22)

요안햇빛발전소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원불교 서울 외국인센터와 요안햇빛발전소는 이미 2005년 10월 26일부터 햇빛발전을 시작했고, 발전량 일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담당 교무는 ‘석유가 고갈되고 있어,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삶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설치 당시 발전용량은 3킬로와트, 설치비용 2400만 원으로 지금에 비하면 매우 고가였다. 옥상의 10평 공간에 모듈 40개가 가지런히 태양을 향해 놓여있다. 한 해에 평균 3000킬로와트시를 생산하고, 한전은 1킬로와트시에 711.14원으로 구입했다. 이 역시 최근의 전력매입가보다 고가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한창 시행되던 시기의 현상이다. 같은 가격으로 15년 또는 20년 동안 계속 매입해주는 조건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10킬로와트시의 전력도 생산한다. 지난 7년 동안 전력 판매수익으로만 10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앞으로 8년 후면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데, 사실 지금은 3킬로와트 용량의 발전기가 1000만 원대인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기술발전이란 이런 것이다. 곧 원불교 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발전사업을 일으켜 상생의 정신을 실천하고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조: 오마이뉴스 2013.5.27)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은 현재 전국적으로 35만 세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 생협이다. 지금 한살림은 핵 없는 사회를 위해 햇빛발전소를 협동조합방식으로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출자자를 모집 중이다. 햇빛발전소는 올해 완공예정으로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보동리 소재 한살림 새 물류센터 지붕(약 2314제곱미터)에 설치되며, 이곳에서 매년 약 35만 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약 1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이를 통해 매일 이산화탄소 518톤을 감축하고 소나무 18만6624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 발전소 설립을 위한 출자금 목표는 9억 원이며 출자를 희망하는 사람은 1계좌 10만 원씩 한 사람이 최대 200계좌(2000만 원)까지 출자할 수 있고 한살림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 출자금에 대해서는 매년 출자금의 5퍼센트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12년 후에 출자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참조: 뉴스와이어 2012.11.5)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가장 따끈따끈한 사례일 것이다. 지난 6월 1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고등학교에서 ‘햇빛발전소’ 준공식이 열렸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립한 1호 햇빛발전소다. 학교에 시민발전소가 지어진 것은 ‘삼각산고 햇빛발전소’가 처음이다. 삼각산고등학교는 교사회의와 학교운영위를 통해 햇빛발전소 설치와 부지사용을 허가했고, 결국 20킬로와트 용량의 햇빛발전소가 삼각산고 옥상에 설치됐다. 이 학교 교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과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교에 햇빛발전소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삼각산고등학교에서만 모두 37명이 협동조합 출자자로 참여했다. 조합에 참여한 지역의 한 주민도 일상과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항상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학교에 있다는 것이 좋았으며 아이들 교육에도 좋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참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환경운동가, 삼각산고 학생과 교사, 강북구 주민 등 모두 225명이 십시일반으로 6000만 원가량의 출자금을 모았다. 이 출자금은 발전설비 구매 및 시공비용, 한국전력의 전력계통에 연결하는 비용으로 사용됐다. 앞으로 이 협동조합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해 얻어지는 수익을 조합원 배당,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에너지 교육, 햇빛발전소 확대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참조: 기초일보 2013.6.14/오마이뉴스 2013.6.15)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다
이상의 사례는 선도적이거나 제법 규모가 있는 소수의 경우일 뿐이다. 현재 더 많은 햇빛발전협동조합이 구성되어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협동조합들도 출자와 이윤배당을 한다. 그러나 기업의 방식은 아니다. 조합원 공동토의와 합의로 배당률과 배당의 한계선을 결정하며, 조합 운영의 목적 또한 다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지속적인 생산과 이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력의 유지가 1차 목적이고, 이윤 획득과 배당은 그 이후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탄소와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면서 지역경제의 토대를 고용의 유지를 통해 강화할 뿐 아니라, 발전소 건설과 유지과정에 참여하는 관련 제조업체의 성장에도 기여해 국민경제의 안정에 이바지한다. 
기후변화의 파국을 막으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는 최후의 시간은 2013년 지금부터 대략 10년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기여자이자 또한 최대의 피해자인 도시는 협동조합주의를 무기로 지역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가 되어 자기구제에 나서고 있다. 이 흐름의 확대가 희망의 증거다. 우리는 인류 최후의 고향, 도시에서 문명의 붕괴를 경험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손에 쥔 희망의 싹을 뿌리 깊은 거목으로 성장시킬 전력투구의 시간이다.

정인환 협성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greeninw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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