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 도시의 미래 05] 도시민들이여 에너지 농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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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 독립에 성공한 

독일 쉐나우 마을 ⓒ함께사는길 이성수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확산과정은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모든 사회에서 배울 점이 많다. 독일 내 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전력 공급은 2011년에 20퍼센트, 2012년에 25퍼센트로 급성장했다. 독일정부는 2050년까지 전력의 8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앞서 100퍼센트 재생가능에너지 전력공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체제 전환의 강력한 추진력이 독일정부에서 나온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제도적 측면을 강조하는 살아있는 사례이지만, 에너지 전환의 모든 동력이 정부에서 나온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정책의지보다 시민의지

가장 큰 에너지 전환 동력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독일의 경험이 그것을 입증한다. 지난 2010년 말 기준 독일 내 설치된 재생가능 발전설비는 약 53기가와트(GW)였다. 1000메가와트(MW)급 핵발전소 53기의 용량에 해당한다. 이중 51퍼센트는 농부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설치한 용량이다. 독일의 4대 전력회사는 6.5퍼센트, 군소 전력회사들이 합쳐서 7퍼센트를 설치한 게 고작(함께사는길, 2013년 2월호 40p)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보면 독일 시민사회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의지와 제도적 유인’이 있었기에 민간의 높은 참여도 가능했다. 

불행하게도 독일사회를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 전력회사들이 민영화돼있고 남은 공영 전력회사들도 점점 더 신자유주의적 민영화 추세에 휩쓸려가고 있다. 전력 공공성의 약화는 다시 말하면 에너지 시민주권의 약화이다. 전력회사들이 전력이라는 공공재를 기업이익에 기초해 생산할 때 이를 공익을 중심으로 한 생산으로 전환시키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법」(2000년)과 그 전신인 「재생가능에너지 매입법」(1991년)을 통해 그러한 제도를 실현했다. 그러나 독일 시민사회의 놀라운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량은 그러한 제도를 현명하게 이용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이용한 시민들의 에너지 전환의지였다. 정책의지에 우선한 시민의지를 보여준 일인 것이다.

독일 남부의 주민 2500명의 작은 마을 ‘쉐나우(Schönau)’의 재생가능에너지 독립운동, 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Freiburg)’가 보여준 에너지 절약과 효율 실천, 에너지 수요조절과 절약기술효과를 전 세계에 알린 하노버(Hanover)의 생태지구 ‘크론스베르크(Kronsberg)’의 놀라운 에너지 효율기재 등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대부분 시민의 자각과 실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다른 방식의 에너지 전환을 앞서서 실천하는 곳도 있다. 영국의 남서부 작은 해안마을, 토트네스(Totnes)의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실험이나, 역시 영국 웨일즈 지역의 ‘중간기술연구 및 확산을 위한 적정기술센터(Centre for Appropriate Technologies)’ 등은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이라는 단선의 에너지 전환을 보강하는 삶과 대응하는 에너지의 생태적 생산과 소비기술의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만들어가는 참여자들은 대안의 에너지를 향한 열망을 자신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생활환경적 실천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조직을 통해 이루어나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은 기술의 문제 이전에 의식의 문제라는 깨달음이 그러한 실천의 기초인 것이다.


적정기술과 전력요금제의 개선은 전환의 열쇠

에너지 전환을 실천해가는 사회적 행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낯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서 민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바탕에 협동조합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개정된 협동조합 관련 법령에 의거해, 과거에는 3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야 하고 그 중 50명이 출자를 해야 만들 수 있던 협동조합을, 5인 이상의 조합 설립과 출자를 위한 조합원이 있으면 만들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이렇게 작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조합이라 해도 ‘발전사업자’ 등록을 하고 ‘생산설비’를 갖춰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면 이를 ‘전량 발전회사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양광발전설비를 초·중·고 학교와 관공서 옥상에 설치하면 생산뿐 아니라 교육효과도 크기 때문에 도시의 에너지 전환과정 초기에는 학교와 관공서에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 등 광역지자체(지방정부)에서 옥상임대차비용을 덜어주려는 제도적 노력을 ‘공유재산 관리조례’ 개정 등을 통해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교육청 등의 유의미한 제도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아 햇빛발전의 확산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민간의 재생가능에너지 확산 의지를 제도 개선으로 후원하는 일이 더 확대되어야 도시 에너지의 전환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현재의 온난화 속도대로라면 2100년이면 한반도의 기온은 현재보다 섭씨 5도 이상 높아진다. 그 결과는 파국이다.기후변화의 두려운 미래가 현실화되기 전에  공공부문과 민간은 공동의 의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햇빛발전 단가는 아직 석유나 핵발전 같은 전통적 에너지원에 비해 비싸고 다른 재생가능에너지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햇빛발전은 일조량이 많은 주간에 주로 전력을 생산한다. 하루 중 전력소비가 높은 첨두부하 시간대에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결국 햇빛발전이 첨두부하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요금체계를 시간대별로 그리고 전력소비량에 따른 누진요금제의 효율적 적용으로 바꾸면 햇빛발전의 경제성은 크게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첨두부하관리(Peak Management)’의 하나인 ‘수요관리방안으로서의 태양광전지(PV-DSM; Photovoltaic as a Demand-Side Management)의 활용’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확대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이런 지점에서 드러나야 한다. 첨두시간대의 전력요율 및 누진요율 제도 개선을 통해 시민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는 제도적 시그널을 보내는 일이 그것이다.

향후 기술 발전으로 햇빛발전기술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재생가능에너지원들의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그러한 기술의 진보를 기다리기 전에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재생가능에너지는 전력공급체계에서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전력요금체계를 재생가능에너지 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주택용(저압) 전력요금은 매 100킬로와트시(kWh) 마다 할증되어 부과된다. 전력사용 처음 100kWh까지는 59.10원/kWh이다. 그리고 이후 101~200kWh는 122.60원/kWh를, 다시 그 이후 201~300kWh는 183.00원/kWh를 각각 적용한다. 전기사용 300kWh를 넘기면서부터는 할증액이 크게 늘고, 급기야 500kWh 이상 사용 시, 500kWh를 초과한 사용분에 대하여는 690.80원/kWh를 적용하게 된다. 각 요금 구간마다 기본요금 또한 할증돼, 500kWh 이상의 전기를 사용한 가구는 1만2600원의 기본요금을 내야 한다. 이 가구는 500kWh를 초과하는 전력에 대하여는 첫 100kWh에 작용하는 59.10원/kWh에 무려 11.7배, 기본요금은 31.5배를 내야 한다(표 1 참조).

우리나라 전력요금이 사용량에 따른 할증체계를 갖게 된 것은 화석연료 고갈과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문제가 되자 취해진 제도적 조치였다. 주택용 전력 500kWh 이상을 소비하는 가정이 다시 추가로 500kWh를 사용할 경우 총비용은 500kWh까지의 총요금 11만1570원에 기본요금 할증액 5490원, 500kWh 초과분 50kWh에 대한 요금 3만4540원을 더한 총 15만16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계절별차등요금제’나 ‘시간대별차등요금제’까지 시행된다면 더 큰 비용을 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력 다소비 가구는 일반적으로 가구 내 구성원이 5인 이상이고, 특별한 전기낭비 요인을 가진 경우라 할 것이다. 보통 부모·자식 간의 2세대로 이루어진 3~4인 가구는 평균 400kWh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현재 아파트 외창 밖의 창틀에 설치할 수 있는 160Wp(최대출력단위)의 소용량 태양전지도 상용화되어 이미 판매와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 가구가 단독주택이라면 230Wp 용량의 태양광전지(Photovoltaics)를 옥상에 설치할 경우, 한 여름 주간시간의 전기사용량을 첨두시간대(오전11시~오후4시)에 줄이는 효과(Peak Shaving Effect)가 발생한다. 물론 첨두시간대가 아닌 주간에 계속 태양광발전을 함으로써 전체 전력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안정적으로 누진요율에 따르는 과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력사용량 300킬로와트시 이후부터 매 100킬로와트시마다 킬로와트시 당 273.20원, 406.70원, 690.80원의 전력요금을 내도록 차등화하면 현재의 햇빛발전 판매가격이 1킬로와트시당 206원임을 감안할 때 해당 가구는 햇빛발전을 통해 전력을 자가생산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된다. 재생가능에너지란 이런 것이다. 더 세세한 관찰과 조사, 비용편익 계산을 통해 제도를 가다듬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단가를 문제 삼는 낡은 사고는 이미 현실에서 극복돼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시민의지가 제도의 물결을 탈 때

중앙집권화 돼있는 대형 화석/핵발전소에 없어서는 안 되는 대규모, 장거리 송전망과 배전설비는 설비비용과 관리비용으로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한다. 대형발전소에서 전국의 최종 전력 소비지로 전력을 분배하는 송배전설비는 현행 전력체계에 달라붙은 짐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러나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고비용의 필요악인 것이다. 소형 분산형 전원체제인 재생가능에너지 체계는 이런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커뮤니티에서 조합의 형태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곳곳에서 벌일 수 있고 개인의 취향대로 설치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이러한 특성은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의 총비용이 재래식 전력의 총비용과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를 단기간에 일으킬 수 있게 한다. 근거리, 초근거리 송전,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직접 배전이 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통적 전력생산·소비체계가 가진 설비의 낭비, 비용의 낭비, 위험성을 최소로 줄일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재생가능 전기가 생산단가가 지금은 비싸도 점점 더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이유다. 

공공부문에서 조합 관련 법령이나 공유재산 관리조례의 개정은 당연한 일이다. 더 근본적이고 더 빨리 에너지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와 국내에서 두루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유효성을 입증해온 ‘발전차액지원(FIT; Feed-In-Tariff)’제도를 2011년 갑자기 중단하고 효과가 회의적인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제도로 급선회했다. 그 결과 민간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열기를 냉각시키고 말았다. 

이에 대한 제도적 반성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5월 초 서울시는 ‘서울시 FIT’를 발표했다. 재원의 과다투입을 중앙정부가 문제로 삼아 외면했지만, 사실은 석유나 핵연료 기반 에너지에 투자된 드러나고 숨겨진 모든 보조금을 합치면 FIT 지원 재정의 문제는 한낱 핑계에 다름 아니다. 

민간이 선도하는 재생가능에너지 확산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도시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후폭풍 피해를 줄이고 미국에 발생할지 모를 온난화의 파국을 막을 최선의 길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길을 가도록 정부가 정책의지를 가지고 제도를 정비해야 마땅하다. 시민사회가, 국가가, 세계가 이 대안의 경로를 전력으로 모색해야 미래에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사회, 우리들의 세계는 지속가능할 것이다.


정인환 협성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greeninw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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