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위해 [특집]

“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시킬 필요 없다.”
 
“원전에 밸브가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옆집에 에어컨 두 대를 달아 시원하다니까 우리집도 에어컨을 한 대 더 달자는 논리.”
 
“사고 확률은 길 가다가 하늘에서 비행기가 떨어져서 맞을 확률보다 낮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사결과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수명연장이 안 될 경우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에 대한 손실은 누가 책임지는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규제는 비용이 필요해 이득과 손실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고 모든 걸 다 하면 우리나라가 돈이 그렇게 많나?”
 
“다음 번 회의부터 이런 거(질문지) 갖고 오지 마라.”
 
위 발언들은 누가, 어느 회의에서 한 것일까? 놀랍게도 이는 모두 원자력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들의 발언이다. 심지어 월성1호기 계속운전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인, 지난 제34회, 제35회 원안위 회의 장면들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표결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허가하자 시민사회는 원안위 결정은 무효라며 반발했다 ⓒ정대희
 
 

심판이 선수로도 뛰는 꼴

 
원안위는 원전의 진흥과 규제가 독립되어야 한다는 IAEA 권고에 의해 2011년 설치된 기관이다. 원안위는 원전 관련 안전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게 운영이 되는지 관리•감독함과 더불어 원전과 방폐장 등의 건설•운영•변경허가를 결정한다. 태생적으로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을 추구해야 하며, ‘독립성 및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운영원칙일 수밖에 없는 기관인 것이다(「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2조).
 
결국 원안위가 원안위이기 위해서는 원전 진흥계로부터 독립적인 인사가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을 우선에 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위원회 구성에 관한 현행법 규정도 원자력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일 것을 요건으로 들고 있다(동법 제5조 제1항). ‘원자력’이 아닌 ‘원자력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을 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애초에 원안위를 설치했던 제도적 취지는 원자력안전에 방점을 두고, 원자력  뿐만 아니라 환경, 보건의료, 과학기술, 공공안전, 법률,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원자력 4명, 환경 1명, 보건의료 1명, 과학기술 1명, 법률 1명, 인문사회 1명으로, 원자력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가 압도적으로 다수인 구성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인지 ‘원자력위원회’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심판이 선수 편에 서서 발언하는 듯한 위 회의내용은 현재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심지어 원자력 분야 외의 전문가로 분류되는 위원마저 실제로는 원전업계와 밀착되어 있음이 월성1호기 계속운전 심사중에 뒤늦게 드러났다(언론과 국회의 문제제기 전까지 원안위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법은 원안위 구성에 있어 원전 진흥계와 인적 독립을 담보하기 위해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당연 퇴직함을 명시하고 있다(동법 제10조). 조성경 위원은 한수원의 신규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결격사유 중 하나인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 위원회 구성의 위법성과 함께, 결격사유 있는 위원이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표결까지 행한 회의 자체의 법적 하자까지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위 결격사유는 원자력이용자 및 원자력이용자단체와의 관계만을 제한하고 있을 뿐 산업부를 포함한 원전 진흥계 전체와의 관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원안위 위원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산업부의 업무에 종사·관여하고 있다. 심판(규제기관)과 선수(진흥기관) 간의 인적 단절 없이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 되면서, 심판이 선수에게 감정이입 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안위에 필요한 몇 가지

 
원안위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원안위가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될 필요가 있다. 2011년 처음 설치된 당시의 원안위는 대통령 소속이었으나 2013년 현재와 같이 국무총리 소속으로 위상이 변경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원안위는 기능상 독립된 기관이지만 실질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원안위는 차관급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원전 진흥 정책)나 미래창조과학부(원자력 연구개발 정책)와의 정책조율시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둘째는 원안위를 전원 상임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프랑스의 원자력규제청(ASN)은 5명의 각 위원이 모두 상임위원이다. 반면에 한국의 원안위는 위원수는 9명으로 많지만 상임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처장 2명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 원안위는 개별 원전의 허가를 결정하는 허가권자이다. 그런데도 원안위 사무처는 허가서류를 외부(그들에게 비상임위원은 ‘외부’이다)’로 유출할 수 없다며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허가서류를 비상임위원들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결국 허가서류를 직접 검토하려는 (극소수의) 비상임위원은 원안위 사무실을 방문해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는 방대한 양의 서류들을 원안위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열람만 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원안위 사무처의 밀실행정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전원을 상임위원으로 구성하여 최소한 사무처 직원과 동등한 자료접근권을 가진 위원이 상시적이고 심도 깊은 심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반대하는 전북환경연합과 전북도민들 ⓒ전북환경운동연합 
 
셋째, 위원회 구성에 있어 정부 추천 위원을 축소하고 대신 지역주민 추천 위원을 새롭게 포함해야 한다. 현재 원안위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5명의 위원은 사실상 정부가 추천하고(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제청하고 상임위원인 위원을 포함한 4명의 위원은 위원장이 제청함) 4명은 국회가 추천하여 전원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동법 제5조 제2항). 정부 추천 5명에 여당 추천 2명까지 고려하면 정부 측 인사가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쯤되면 분야의 편향에 이어 정부 편향까지 원안위의 상수로 볼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모든 위원들을 의회(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되 5명의 위원 중 동일정당 측 인사는 3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의회의 권한이 크다. 
 
한국도 정부 추천 위원을 위원장 포함 3명으로 축소하여 국회 추천 위원의 비율보다 낮추고, 추가로 지역주민 추천 위원을 2명 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원전안전에 대한 가장 큰 관심과 밀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은 원전을 이웃하여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들이 원전 관련 정책에 있어 의사결정권한을 갖도록 주민투표나 해당 지자체장의 동의권 등이 입법 논의되고 있는데, 원안위 구성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원이 상임위원이 되는 것을 전제로) 위원 전체의 겸직을 금지하고 위원이 되기 전 5년의 경력을 면밀히 검토해 원전사업자는 물론이고 원전 진흥기관과의 인적 단절이 확보되어야 한다. 원안위는 전체 위원 9명 중 겸직금지 의무 대상자는 2명의 상임위원에 불과하고, 조 위원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사무처는 법상 결격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인사 검증의 의지 혹은 능력이 부족하다. 원전사업자와 관련된 경력을 제한하고 있는 기간도 최근 3년에 불과하다. 반면 NRC와 ASN은 모든 위원이 위원 이외의 직위를 겸직할 수 없고, ASN은 임명 전 5년간 관련 산업분야와 연계된 이해관계를 모두 기록·보고하도록 하여 이해관계자와의 결탁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강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되어야

 
심판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특정 선수에게 감정이입하고 그 선수를 대신해서 공을 차기까지 한다면 아무도 그 경기의 판정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재판관이 일방 당사자와 불과 얼마 전까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던 관계라면 그 재판관이 경력이 많고 법적 판단에 충실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 판결은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이다. 한국의 원전 관련 정책결정이 다양하고 공정하게 구성된 독립적인 기관에 의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원안위가 원전업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믿어달라고 외쳐도 국민들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벌써 4년차 원안위이다. 이제는 제발 원안위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아주자.

박다혜 변호사·장하나 의원실 비서관 dahyepark@gmail.com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