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안위는 원자력 마피아였나! [특집]

지난 2월 27일 새벽 1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위법 논란과 파행 속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안)를 표결에 부쳐 의결했다. 안전성 미해결 쟁점도 해결되지 않았고 위법논란도 해결하지 않은 채 표결을 반대하는 2명의 위원이 퇴장한 상태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수명 끝난 원전의 수명연장 심의였기 때문에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 심의에 대해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누더기 결정이었다. 전력수급이 시급하지도 안전성 논란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원안위가 원자력마피아의 일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수원으로부터 2000만 원에 달하는 활동비를 받은 조성경 위원에 대한 자격논란이 벌어졌지만 원안위는 이를 무시한 채 표결을 강행했다 ⓒ정대희
 
 

위법논란 1. 무자격 위원의 회의 참여

 
9명의 원안위 위원 중의 한 명인 조성경 교수는 2014년 6월 5일 기존 위원이던 염재호 교수와 교체되어 임명되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의 결격사유에 해당해 애초부터 자격이 없던 위원이었다. 이 법에는 위원의 결격사유로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을 들고 있고 이에 해당될 경우 ‘당연 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성경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의 신규원전부지선정위원회에서 2010년 12월 14일부터 2011년 11월 10일까지 일하고 1800여만 원의 비용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가 장하나 의원실에 제출한 (조성경 교수가 원안위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성경 교수 경력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 조성경 교수는 정부가 검증해서 위원이 되었으므로 떳떳하다는 입장이고 자격무효소송에 대리인으로 나온 변호인은 부지 선정위 활동이 ‘연구개발과제 수탁’이 아니므로 법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안위 사무처는 ‘부지선정위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활동이므로 원안위 위원으로서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자력사업자에게 신규원전부지를 정하는 것은 원전확대사업의 핵심사업이며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이 있다. 특히, 신규원전 부지는 1970년대 4개의 부지 선정과 1999년에 기존부지 인근에 신울진, 신고리 부지를 확보한 이후로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확보가 어려웠던 원자력산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참여해서 최종적으로 삼척과 영덕 신규부지를 결정한 위원으로 일한 것은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당연퇴직에 해당한다. 법에 이 항목이 명시된 이유는 원안위의 독립성 확보 때문이다. 원전사업자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위원이 원전사업자의 사업에 관여하는 등 관계를 맺을 경우 심의에 독립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으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이 조성경 교수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에 제외시켜 달라는 ‘기피’ 신청을 냈지만 위원장과 위원들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자격 논란이 있는 조성경 교수는 회의에서도 원전사업자인 한수원과 의견을 같이 했다. 조 교수는 개정 원자력안전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작성 시 지역의견수렴 과정을 수명연장 심의과정이 아닌 수명연장 결정 후에 사업자인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몰아갔다. 이런 위원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 회의에 참여하면서 원안위의 회의와 결정사항은 신뢰와 정당성을 잃게 되었다. 
 
 

위법논란 2. 원자력안전법 위반

 
지난 1월 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의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의견수렴절차를 거쳐서 작성돼야 했다. 이에 따르면 원전을 수명 연장하여 가동허가를 받으려는 사업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서 주민들에게 공람하고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재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했다. 부칙에는 103조를 지정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안위 사무처는 이 법 개정이 진행될 당시에 월성원전 1호기 심의가 끝났을 것으로 보고 고리원전 1호기 재수명연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회의에서 발언했다. 
 
하지만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가 늦어지면서 개정법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2007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9년에 제출된 것으로 8년 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월성원전 전반에서 방출되고 있는 요오드 131의 경우 유독 월성원전 1호기에서는 방출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한 것도 지적되었다. 사무처와 위원장은 법이 적용되는 시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신청하는 시점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위원 중의 한 명인 김광암 변호사는 월성원전 1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심의자료이고 현재 심의중이므로 보고서를 심의하는 기준은 개정되기 전의 법이 아닌 개정된 이후 현재의 법이라고 지적했다. 만약에 부칙에서 이 법 공표 이전에 신청된 경우는 제외한다고 했으면 심의자료가 구법 적용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런 조항이 없으므로 개정된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을 제외하고는 모든 법은 소급적용을 받기 때문에 심의중인 월성원전 1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위법 논란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 법제처 등 제 3자의 최소한의 유권해석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표결을 강행했다. 원안위는 법률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로 심의를 한 결과가 되었다. 
 
월성1호기 중단을 바라던 국민들의 외침을 원안위는 묵살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의도적인 자료 누락과 거짓보고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심의 과정에서 R-7 (Regulatory document 7)에서 요구하고 있는 격납용기의 안전성 확보 관련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사고 시에 원전 내부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기술기준이 강화되었다. 캐나다형 원전인 중수로 원전에서 이와 관련해서 강화된 기술기준이 R-7이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압력이 급증하게 되고 격납용기(격납건물)가 제대로 이를 차단하지 못할 경우 주변 환경은 방사능 오염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경험한 각국은 이에 대한 안전기술기준을 강화해 온 것이다. 
 
R-7은 1991년에 강화된 기술기준이므로 1983년에 가동을 시작한 월성1호기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았다. 김익중 위원은 월성2호기부터 적용된 R-7의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월성2호기 최종안전성분석 보고서를 원안위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아 몇 번씩 검토했지만 관련 자료가 없었다. 그런데 사무처가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서 해당부분을 누락한 채로 김익중 위원에게 제공했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이는 장하나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제공한 해당 부록 6-A를 김익중 위원에 제보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부록 6-A에는 월성2호기의 어떤 계통들이 R-7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이중 삼중의 밸브를 장착했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R-7은 회의에서 중요하게 제기된 사안이었고 김익중 위원이 지속적으로 질의를 했던 사항이었다. 
 
그런데 사무처가 김익중 위원에게 제공한 최종안전성 분석 보고서에는 이 부분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사무처의 중립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었지만 사무처가 어떤 이유와 경위에서 해당 부분을 뺀 것인지 확인되지 못했다. 원전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만한 상황인데 위원장의 ‘불찰’, 담당 과장의 ‘사과’로만 넘어가버렸다.  
 
또한, 김익중 위원은 사용후핵연료 방출통로와 주증기관 격리밸브 외에도 36개의 배관 등에 월성1호기와 달리 월성2호기에 이중 삼중으로 밸브가 설치된 이유를 R-7 측면에서 질의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언급된 월성1호기의 대부분의 배관과 통로들이 ‘폐쇄 계통’이라  최신기술기준인 R-7 기준의 밸브 이중화 예외조항에 해당되어서 추가 밸브 설치는 필요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월성1호기와 동일한 월성2호기는 그 배관과 통로들이 대부분 ‘개방 계통’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앞서 원안위 사무처가 누락해서 제공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의 부록에 관련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원안위 사무처는 관련 자료를 찾고 있는 위원에게 자료를 누락하고 제공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보고서에 개방 계통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동일한 계통을 폐쇄 계통이라고 보고 자료를 만들어서 원안위에 제출한 것이다. 국회에서 제보가 없었다면 모르고 넘어갈 뻔한 사항이다. 
 
 

원전 안전은 곧 민주주의의 문제

 
지난 2월 방한한 캐나다 그린피스의 숀패트릭 스텐실은 34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끝까지 방청하고 난 뒤에 소감을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역시 1960~70년대에 비슷한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조차도 접근이 차단당하는 철저한 안전 기술자료 비공개, 주민은 물론 시민들의 의견수렴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우리나라의 심의과정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설운영허가를 일괄적으로 받고 설계수명동안 운영허가 갱신절차가 없다. 하지만 캐나다는 운영허가 갱신을 2~5년마다 하고 그때마다 약 1년 전에 공청회를 공지하며 60일 전에 기술자료가 공개된다. 누구나 전문가를 고용해서 자문을 받을 수 있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만5000달러까지 지원해준다. 그렇게 준비된 의견을 최소 10분에서 1시간 반까지 누구나 위원들에게 브리핑할 수 있는 공청회는 2~3주간 이어지고 서면의견서까지 포함해서 수백 건의 의견 제시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일이 반영여부를 보고서에 기재한다. 이것이 현재 캐나다 원자력규제기관의 역할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총 지휘한 뒤 탈핵 전도사가 된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역시 ‘국민 결정권’을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경제산업성 산하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정기점검 이후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했지만 사고 이후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원전이 입지한 지자체의 동의와 함께 반경 30킬로미터 내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전력의 30퍼센트를 담당했던 54개의 원전을 현재 1년 반 동안 가동하지 않아도 전력수급과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는 이들은 원자력마피아의 일원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국민들이 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명 끝난 원전 고리1호기, 월성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합치면 전체 발전량의 1.5퍼센트에 불과하다. 반경 30킬로미터에는 400만 명이 넘는 시민들과 산업 중추시설이 몰려있다. 원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부문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원안위 위원들의 상임위원화, 사무처 개혁, 자료의 공개, 실질적인 공청회와 의견수렴 절차 확보 등은 가장 기본이다. 그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원전 안전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yangw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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