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멸종위기종 저어새 번식지 수하암의 위기

처음 방문한 타국에 발을 디딜 때 그 나라에 대한 첫인상은 공항 밖을 빠져나올 때의 창밖 풍경이 아닐까. 인천공항에서 영종대교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길. 붉게 물든 영종갯벌 칠면초 군락지는 외국인들이 처음 맞닿는 한국의 이미지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해안,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남아메리카 아마존 하구와 함께 세계 5대 갯벌이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가치를 지닌 서해안 갯벌은 붉은 한복 치마폭마냥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이를 반갑게 맞이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지금 칠면초 군락지에는 준설토 투기장이 건설되고 갯벌 한 가운데를 매립하기 위해 이리저리 굴착기가 오가며 호안축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살아남은 저어새는 270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수하암은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지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살아남은 저어새는 270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수하암은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지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사라진 갯벌, 사라지는 갯벌

 
인천 앞바다에는 약 1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하구역 갯벌인 강화갯벌, 연간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도래하는 영종도 갯벌, 볼음도 갯벌, 영흥도 갯벌, 장봉도 갯벌, 유일하게 육역에 남아있는 송도의 고잔갯벌까지 인천에는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훌륭한 연안습지를 소유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사회적으로 갯벌의 중요성을 최초로 알렸던 방송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의 취재 현장 역시 인천 송도갯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천갯벌은 매립을 통해 육지를 만드는 대상에 불과하다. 삼목도, 용유도 사이에 있던 1400만 평의 영종갯벌은 1992년에 인천공항건설을 위해 매립되어 사라졌고, 최근 기간연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630만 평도 1980년대에 갯벌을 매립해 만든 곳이다. 또한 남동 갯벌은 남동공단조성을 위해 대부분 간척되었고, 송도 갯벌은 1990년대부터 송도신도시 건설을 위해 매립되었으며 현재도 진행중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지난 5년간 여의도 면적(2.9제곱킬로미터)의 11배에 달하는 갯벌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종갯벌은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2단계 호안축조 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항만이 있는 도시는 기본적으로 항로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준설을 한다. 선박의 대형화로 항로의 증심 준설과 계속되는 신항만 건설 그리고 군산 등 하천의 하구언에 위치한 항만의 유입토사 준설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항만 인근에는 대부분 대규모의 준설토 투기장이 조성되어 있다. 사실 준설토 처리 방법에는 갯벌매립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50퍼센트 이상의 준설토가 건설재료뿐 아니라 농업 등 비토목분야에도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준설토의 재활용률은 10퍼센트 정도뿐이다. 준설토 재활용방안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음에도 한국에서만 투기장 건설만이 준설토처리방안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항 준설토 건설로 매립된 갯벌 면적은 최소 1220만 제곱미터로 여의도면적의 4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영종도와 송도에 596만 제곱미터가 넘는 신규투기장조성계획이 추진중이다.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은 이미 준설토 투기가 완료돼 현재는 호안축조 공사가 진행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5일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에 대규모 관광·레저단지인 ‘드림아일랜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준설토 투기가 완료된 투기장은 공공부지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나 어찌된 영문인지 해양수산부는 땅 투기가 목적인 듯 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복합 리조트 개발로 논란을 빚은 미단시티와 가까운 곳인데다 거의 동일한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어 중복 투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2단계 호안축조 공사현장 2014.02.18.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2단계 호안축조 공사현장 2014.02.18.
 

갯벌을 찾아오는 귀빈, 저어새

 
영종갯벌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법정보호종인 저어새,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관찰되고 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5-1호인 저어새는 2012년 1월 기준 전 세계 생존 개체군이 2693마리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며 IUCN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저어새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번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반도에서 번식하고 있으며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저어새의 유일한 번식지이자 고향인 곳이 인천갯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어새는 대부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로 암반과 풀밭 사이 바닥에 둥지를 튼다. 주요 번식지역은 강화지역과 DMZ 지역의 무인도였다. 
 
수하암은 영종도 2단계 준설토 투기장과 단 15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저어새 번식지다. 2010년 항만기본계획과 영종도 2단계 준설토 투기장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수하암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당시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수하암을 제외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면서 수하암과의 정확한 이격거리가 제시되지 않았고, 결국 150미터라는 초근접 거리를 허용한 것이다. 
 
수하암은 저어새에게 최고의 사랑방이다. 저어새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모두 지니고 있다. 돌 틈을 좋아하는 저어새에게 좋은 둥지 자리를 제공하며 주변에서 칠면초 마른 가지나 나뭇가지 등의 둥지재료를 구하기 쉽고, 무엇보다 주변 가까이에 갯벌과 깊은 갯골이 혈관처럼 무수히 연결되어 있어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갯골을 중심으로 먹이를 잡기 쉬워 새끼를 키우기 좋은 장소다. 또한 만조가 되어도 물이 차지 않아 저어새들이 육지로 들어가지 않고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수하암에서 2006년 처음으로 저어새가 10쌍 이상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이후 2011년 42개 둥지, 2012년 45개 둥지로 매년 번식 수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저어새 번식지로서는 국내 4번째로 중요한 곳이다. 저어새들이 언제부터 수하암에서 번식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하암이 방해가 적은 지역이어서 과거부터 번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중단돼야

 
“천연기념물? 어쩌라고요. 나는 먹는 게 아니라면 관심이 없어서.” 
 
“아니 왜 우리 공사하는 곳에 와서 방해야? 우리가 공사를 한다는데 이사 나가야지 저어새인지 뭔지.” 
 
“저것들 알아보는 사람들이 오니까 와 있는 거지. 원래 한 마리도 안 보였다고.”
 
인간의 이기(利己)는 쉽게 생명을 말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비단 생명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문제들이 늘 그렇듯 기업과 관계 기관들, 지자체가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각자의 이해관계와 체계, 절차 따위가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은 그 속에 들어가 생명의 귀중함이라는 숭고하고 비현실적인 가치관을 읊조리는 일이다. 
 
영종도 2단계 준설토 투기장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저어새를 비롯한 귀빈들을 대접해왔던 자연의 사랑채를 지켜야 한다. 귀빈이 다시 오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일은 그만두어야 옳다.
 

곽은혜 인천환경운동연합 활동가 doi875@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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