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고현 앞바다 매립,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거제시가 메워버릴 예정인 고현 앞바다
 
14번 국도를 타고 외지에서 거제로 들어온 고속버스가 종착지인 고현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기 직전, 부랴부랴 짐을 챙기던 승객들은 창가 쪽에 시선을 빼앗긴다. 산으로 둘러싸이며 만입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과 밀집한 상가가 모두 바다와 접해있는 시청 소재지 고현동은 거제 주민뿐만 아니라 거제를 찾는 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도심 한가운데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공유하는 고현 앞바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거제시는 고현 앞바다 18만 평을 메워버릴 예정이다.
 
 

35만 평 매립한 고현 바다

 
사실 고현 지역 바다는 이미 매립 전적이 있다. 30여 년 전인 1982년, 주식회사 고려개발이 거제시 신현읍 고현과 장평, 사등면 사곡의 공유 수면을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매립 면적은 무려 113만5736제곱미터(약 35만 평)로, 오늘날 고현 버스터미널을 비롯해 일대에 보이는 상가며 백화점, 아파트 단지 등이 모두 30여 년 전만 해도 바다였다. 당시의 바다는 훨씬 넓고 해안선도 자연스럽게 굴곡진 형태였을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추가 매립계획의 모태는 지난 2008년에 나왔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남아있는 고현 바다를 메워 아일랜드형(섬 형태)의 ‘워터프런트시티’를 조성하겠다며 거제시에 사업 의향서를 제출했고, 이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왜 바다 매립을 추진했던 것일까? 김해연 전 거제시의원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추측해보건대 삼성조선소와 연계성을 두려고 했던 것 같다. 거제지역은 외국인 선주들이 기거할 공간이 비교적 적다. 특히 삼성조선소가 있는 고현에는 거의 없고 주로 옥포 지역에 있다. 부속도서로서 조선소와 더불어서 개발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7월 사업은 돌연 중단됐다. 사업 추진 주체인 삼성중공업이 사업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그룹차원에서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사업이 중단되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사업은 사장되는가 싶었지만, 그해 12월 이번에는 거제시가 시의회에서 ‘워터프런트시티 조성 사업’을 ‘고현항 항만 재개발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왜 매립에 목매나

 
“기존에 매립한 땅도 분양이 다 안 되다가 얼마 전에 분양이 다 됐다.” 김 전 의원의 말이다. 토지가 부족해 문제인 것도 아닌데 왜 거제시는 공유수면인 바다를 굳이 매립하겠다는 걸까? 여기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김 전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은 누구나 개발에 목 메이게 되어 있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사업을 해야 사람들이 ‘아 이 사람 뭔가 하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니까 단체장들은 계속 압박이 있다.”라며 불필요한 난개발 사업도 무리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기업들은 국민들의 공유수면인 바다 매립으로 한 몫 챙기려는 분위기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여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2008년 삼성중공업이 매립계획을 세웠을 때 총사업비는 5000억 원 정도였다. 4면에 호안축조를 해야 하기에 돈이 많이 드는 아일랜드형이었고, 6개의 교량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현재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매립 계획은 아일랜드형이 아닌 일반 매립이어서 축조해야 할 호안과 다리가 대폭 줄었다. 그런데도 사업비는 7300억 원이나 된다. 3~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돈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이 변경된 것을 감안하면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해연 전 의원은 “시행사업자의 시행수익률은 법적으로 6퍼센트로 정해져 있다. 문제는 실제 건설을 하기 위해 시공사업단을 만드는데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해서 공사의 하도급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결국 공사비를 최대한 벌려 놓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사업비를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은 기업이 아닌가? 돈을 써야 하는 기업이 사업비를 늘린다니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김 전 의원은 건설 분야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기업이 투자한 돈을 다시 가져가느냐? 그렇지는 않다. 대신 그 금액만큼 땅을 받아간다.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이 매립 후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사업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2008년 당시 삼성중공업의 계획보다 공공시설이나 항만 면적은 크게 줄고 상업 시설 면적이 크게 늘기까지 했다. 모두 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에 치중한 탓이다.
 
통영거제환경연합 박광호 공동의장은 “아파트를 짓는데 굳이 바다를 메워서 할 필요가 있느냐. 거제에 지금 묶여있는 땅이 매우 많다. 정 필요하다면 그곳에서 하라. 기업도 당당하게 그런 지역에 투자해서 수익성을 내는 방도를 마련해야지, 왜 반대하는 바다를 메우려고 하나. 그리고 고현에 들어왔을 때 바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라며 매립의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거제시청 앞에서 매일 진행되는 매립반대 시위
 
 

침수 위험 매우 커져

 
30여 년 전 매립한 현재의 고현 도심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인해 아파트단지 및 상가가 300가구 이상 침수되는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지대가 해수면과 고작 1미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도가 거의 없는 지역임에도 해수면 상승만으로 큰 침수피해를 입었다. 거제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중곡동 아파트단지를 지나며 “여기가 예전에 침수피해가 크게 났던 곳이다. 원래는 바다 한복판이었다. 산을 하나 완전히 들어내서 메웠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매립 계획은 기존 매립지와 2미터 가량 높이 편차를 둘 예정이다. 그런데 아일랜드형으로 매립하지 않고 육지와 이을 경우 기존 시가지는 상대적으로 저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침수 위험이 큰 지역이 더욱 위험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현항 재개발사업 지역협의회’는 사업계획을 검토 후 15개의 수정 사항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역협의회에 참여했던 박광호 공동의장은 “15개 중 다른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없다. 아일랜드형으로 하라. 그리고 주민들의 공유수면을 메워서 만드는 공사이니 계획상 40퍼센트 정도인 공공시설 용지를 60퍼센트 이상이 되도록 하라.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큰 수익을 위해서다.”라며 주민의 안전과 권리를 무시하는 시와 기업의 횡포에 혀를 내둘렀다.
 
기존 시가지 상권의 몰락도 예상된다. 고현항 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 위원장인 배진구 신부는 “지금의 시가지도 예전에 매립된 곳이다. 당시 매립이 된 후 위쪽에 있던 상권이 밑으로 내려왔다. 만약 또 매립이 되면 기존 상권은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한다. 신시가지가 생기면 중소상권이 아닌 대단지 상권이 들어올 것이다.”라며 지역 상인들의 우려를 대변했다. 실제 고현에서 만난 거제 시민들은 2006년 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하자 전통시장 등의 지역 상권이 다소 침체되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대단지 상가가 새로이 즐비하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안중에도 없었던 주민 의견

 
이렇게 주민의 생활과 지역 상인의 생계가 밀접한 사안이었지만, 정작 이들 중 누구도 사업 계획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김해연 전 의원은 “정부나 지자체는 일단 정보를 은폐한다. 사전에 알면 걸림돌이 되니 일단 모르게 다 해놓고 난 뒤 말썽이 생기면 그대로 몰고 간다는 식이다.”라며 아직도 대부분의 거제 시민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주민 공청회도 형식일 뿐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배진구 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사업 설명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부분이다.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도 형식적으로만 있었을 뿐 자료도 제대로 없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영거제환경연합 조민영 국장도 “당시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공청회에서 토론이 벌어지면 좌장이 주민을 무시하며 ‘왜 고현 주민들은 금싸라기 땅이 생기는데 이리도 분분하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무도 찬성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나와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다.”라고 토로했다.
 
시를 견제해야 할 의회도 한편이었거나 혹은 무능했다. 지난 6월 27일 임기 만료를 3일 앞둔 제6대 거제시의회는 통상적이라면 다음 의회에 넘겼어야 할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대한 시의회 의견청취’를 본격 상정했다. 결과는 조건부 찬성으로 공공시설용지를 50퍼센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공원 규모를 확대하며, 아일랜드형 폭 50미터 수로 설치를 지역협의회와 협의하라는 조건이었다. 얼핏 들으면 지역협의회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 같으나 사실 효력은 전혀 없는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적인 절차상 시의회의 ‘의견청취’를 해야 할 뿐 시의회의 결정이 따라야 할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의회가 진정 지역협의회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었다면 불채택 안건으로 분류해 반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지역협의회의 의견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셈으로, 시가 지역 주민의 의견을 구한 것은 그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8만 평 매립 계획이 반영된 조감도 사진제공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모두가 공유해야 할 바다

 
하루가 저물며 낮과 밤이 교차하면 논란의 고현 바다에도 어김없이 붉은 석양이 타오른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젊은 커플, 자전거를 타다 잠시 멈추어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는 중년남성 그리고 산책하는 모녀와 조깅하는 젊은 청년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해변 길을 오간다.
 
어디 사람뿐이랴. 겨울이면 흰뺨오리, 흰죽지, 뿔논병아리 등 철새들이 월동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수달도 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이용하고 있다. “낮에는 보기 힘들지만, 밤이면 다리 밑에서 수달을 볼 수 있다.” 고현 부둣가에서 만난 70대 어민의 증언이다.
 
하지만 매립되면 모두 사라질 풍경인즉, 과연 이 사업은 누구를 위한 매립일까?

글·사진 장병진 기자 nomad@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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