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갯벌, 그 섬세함에 대하여

강화갯벌, 그 섬세함에 대하여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leehk@kfem.or.kr

올가을에도 강화도에선 새우젓의 맛의 향연이 시작된다. 임진강과 예성강 그리고 한강이 합류하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강화 새우젓은 어획시기에 따라 5월에 담그는 오젓, 6월에 담그는 육젓 그리고 가을에 담그는 추젓과 겨울의 동백화가 유명하다. 특히 김장을 담을 때 주로 쓰이는 강화도 추젓은 특별한 감칠맛과 높은 영양가를 가지고 있어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갈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새우젓 외에도 강화도 갯벌은 무슨 요지경을 부리는지 맛의 향연을 수두룩하게 빚어낸다. 꽃피는 오월이면 속 좁은 사람을 비유하는 ‘밴댕이 소갈머리’의 밴댕이가 철을 맞는다. 내장이 작아서가 아니라, 그물에 걸리자마자 죽어버리는 성미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비유에 시달리니, 밴댕이로서는 좀 억울하게 생겼다. 그래도 밴댕이는 가을의 명물인 전어와 동급이다. ‘가을에 가출한 며느리는 전어가 불러들이고 봄에 가출한 며느리는 밴댕이가 불러들인다.’고 하니 가을에 전어가 생각나듯, 봄철이면 밴댕이 생각이 간절해진다. 흔히들 아카시아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아까시나무에서 꽃이 필 무렵이면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한 복어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황복이 산란을 위해 한강과 임진강을 따라 올라온다. 20여 년 전만 해도 금강, 섬진강, 낙동강에도 올라왔지만 하굿둑으로 강이 막히면서 이제는 유일하게 강화도 해역을 따라 한강 하류를 거쳐 임진강으로만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맛의 향연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젓새우를 비롯해, 밴댕이, 전어, 황복이 주로 어획되는 강화도 인근 해역에 들어설 조력발전소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괴물처럼 등장한 강화조력발전소와 인천만조력발전소는 그 규모만으로도 세계 최대다. 인천만조력발전소는 방조제 길이만 18킬로미터로 새만금 방조제(33킬로미터)의 절반이 넘는다. 그 댐이 바다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방조제로 갇히는 갯벌의 면적만 105제곱킬로미터(3200만 평)에 달하니, 그 파괴력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몇 해 전 우리 정부는 국제 습지협약의 당사국 총회인 람사르총회를 개최하며 ‘습지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는 갯벌과 해양을 파괴하고 조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갯벌과 바다는 지구상의 가장 유용한 열저장 능력과 온실가스의 저장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바다와 갯벌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30퍼센트 이상 높아지고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그동안 갯벌과 바다는 지상과 대기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을 거르고 분해하며 인간이 버린 오염물질과 탄소를 모두 받아들이며 찢기고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묵묵히 감수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눈이 이익에 가려서 둔감해졌을 뿐, 바다와 갯벌은 가해진 폭력에 반응하며 숱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수많은 해양생물들을 키워내는 갯벌과 바다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고 섬세하게 반응한다. 인천 앞바다의 어획고는 불과 30여 년 만에 3분의 1로 감소했고, 해안은 침식되고 갯벌은 쓸려나가고 해류와 해저지형의 변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강화도를 휘몰아 나가는 바다는 큰 광활한 갯벌과 신비의 모래섬, 해식애 등 해안을 천태만상으로 빚어놓았다. 1957년 ‘꾸욱 꾸욱’ 소리와 함께 수천 마리의 민어가 올라왔다는 장봉도 해역엔, 물이 나가면 드러나고 물이 들면 사라지는 신비의 모래섬, ‘풀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2003년 국토해양부는 희귀 철새가 도래하고, 백합과 범게가 서식하는 이곳을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형의 습지에 해당한다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인천만조력발전소의 발전기가 설치되는 입구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면서 조개 중에 으뜸인 백합의 최대 생산지가 되어버린 장봉도 풀치에서는 ‘그레질’을 볼 수 있다. ‘툭’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 손만한 백합이 올라온다. 지금도 장봉도 어촌계장님댁을 찾아가면 막 잡은 백합탕을 맛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강화도 해역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고향이 바로 이 곳이다. 강화도 남단의 각시섬에서 수십 마리의 저어새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고, 가을이면 수백의 저어새가 남단 갯벌에 도래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겨울이 오면 강화도 갯벌에는 또 다른 진객이 찾아온다. 해질 무렵 학이라 불리는 두루미 가족이 커다란 발로 갯벌을 디디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강화도 해역의 바다 속 생태계는 순환이 끊기고, 수많은 생명들이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조력발전소 건설은 바다와 갯벌과 함께 살아온 어민들의 삶까지 숨통을 죄고 있다. 이 위기 상황에도 우리는 전기와 휘발유를 마음껏 쓰며, 전기가 부족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후 원자력의 무서움은 깨달았지만,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개발이 가져올 악순환은 관심 밖이다. 지구 생태계의 근원이자 탄소와 물의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숲과 해양, 습지를 파괴한다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부를 축적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이고 물질적인 풍요가 구호인 한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해법은 더 많은 경제성장에 목을 매는 지금의 정부, 정당, 국민들의 생각의 변화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전어 굽는 냄새는 아랑곳없고 강화갯벌에서 들려오는 숱한 생명들의 아우성 소리만 가득하다. 이러다간 맛의 향연은 사라지고 강화도 외포리에 어선들과 어민들도 사라지고 새우 없는 새우축제 따위의 썰렁한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앞에 있는 섬들을 연결하여 방조제를 쌓는다 석모도에 사본.jpg
석모도에서 바라본 섬들. 수평선에 걸린 저 섬들을 연결하여 방조제를 쌓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저어새의 번식지, 각시바위 @백원흠 사본.jpg
저어새의 번식지, 각시바위 ⓒ백원흠

강화도 5월 봄날 매화마름 군락지의 저어새 @백원흠 사본.jpg
강화도 5월 봄날 매화마름 군락지의 저어새 ⓒ백원흠

장봉도 범게 작게 인천환경연합  사본.jpg
장봉도 범게 ⓒ인천환경운동연합 

우리나라 70%이상을 소화하는 강화 외포리 새우젓  사본.jpg
강화 외포리 새우젓은 전국 새우젓 생산량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강화도 초지대교 부근 갯벌 함이 사본.jpg
강화도 초지대교 부근 갯벌 ⓒ함께사는길 이성수

장봉도 풀등 사진상태 안 좋지만 꼭 넣어주세요 인천 사본.jpg
장봉도 풀등 ⓒ인천환경운동연합

동검도 선착장의 석양 @백원흠 사본.jpg
동검도 선착장의 석양 ⓒ백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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