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소시지 아이들 먹이기 무섭다 _ 이상백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이제 그른 말이 되었다. 시중에 유통중인 햄, 소시지, 산적 등의 육가공품 대부분에 들어 있는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 함유량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질산염은 육가공품에 붉은 색이 나게 하고 오래 보존되도록 하는 식품첨가물의 일종으로 대량 섭취할 경우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의 효소운반능력이 떨어지는 등 헤모글로빈 대사작용이 저하된다. 특히 유아는 메트헤모글로빈 환원효소가 부족해 섭취를 삼가야 하는 물질이다. 최근에는 체내에서 아미노와의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N-니트로소아민의 발암성까지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4월 28일 육가공품 속에 함유된 아질산염 잔류량 검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이하 식약청) 기준에 의하면 아질산염의 하루 섭취량은 체중 1킬로그램당 0-0.06밀리그램(0-0.06mg/kg)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이 나가는 어린이라면 하루 섭취할 수 있는 최대허용치가 1.2밀리그램(20kg×0.06)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식약청 기준을 보면 아질산염은 육가공품 1그램당 0.07밀리그램까지 첨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엮어서 봐야 실제 우리 식생활에서 아질산염을 얼마나 먹고 있나 가늠하기가 쉽다. 그래서 이번 조사는 햄 한 조각을 25그램짜리로 만들고(보통 깍두기 네다섯개 정도 합친 크기) 실제 먹는 양을 고려해 그에 따른 아질산염 함유량을 추정했다(표 참조). 이를 보면 20킬로그램 몸무게를 지닌 어린이가 한 조각 먹었을 경우 21개 제품 중 6개 제품이 하루최대섭취량을 초과했고 실제 두세 조각 이상은 먹는다고 볼 때 세 조각만 먹으면 86퍼센트에 달하는 제품이 최대섭취량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이런 기준은 성인 위주여서 햄과 소시지류를 특히 더 좋아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건강은 더욱 우려된다.

<표> 육가공품에 포함된 아질산염 섭취량 안전성 판정

(20kg 어린이 기준 ADI(1일 허용섭취량) 0∼1.2mg)
제품명잔존량(mg/1g) 한조각(25g)함유량두조각(50g)함유량 세조각(75g)함유량
주부9단 김밥햄0.0571.4252.850 4.275
마포주먹갈비0.0561.4002.800 4.200
백설스모크햄0.0551.3752.750 4.125
건국햄윈너0.0521.3002.600 3.900
김밥속햄0.0521.3002.600 3.900
숯불구이김밥햄0.0451.1252.250 3.375
숯불김밥햄 프리미엄0.0441.1002.200 3.300
치즈스테이크0.0370.9251.850 2.775
청정원불고기햄0.0360.9001.800 2.700
베이컨(96.72%)0.0350.8751.750 2.625
목우촌베이컨0.0340.8501.700 2.550
궁중숯불구이0.0320.8001.600 2.400
청정원베이컨0.0270.6751.350 2.025
동그랑땡0.0250.6251.250 1.875
동원앙코르런천미트0.0240.6001.200 1.800
하이포크팜0.0220.5501.100 1.650
천하장사0.0160.4000.800 1.200
스팸0.0160.4000.800 1.200
0.0140.3500.700 1.050
농심덴마크햄0.0140.3500.700 1.050
바베큐떡갈비0.0100.2500.500 0.750

: 미표기 제품


한편 아질산염을 사용하고도 표기조차 하지 않은 제품은 목우촌의 치즈스테이크, 씨제이(CJ)의 동그랑땡, 진주의 천하장사로 밝혀졌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장재연 교수는 “미표기된 제품이 있어서는 안 되고 경고성 표기를 크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제품별로 잔존량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많은 제품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양의 아질산나트륨을 써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어린이들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안전한 육가공품을 위해 발색제로서 아질산염 사용을 금지 △식중독균 문제 해결을 위한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에 따른 철저한 관리 및 유통기한 단축 △제조회사 아질산염 프리 선언 △제조품 중심이 아닌 섭취하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식품첨가물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식약청 항의 방문 및 항의 메일 보내기(m_kfda@kfda.go.kr), 서명운동, 지속적 잔류량 검사, 제조회사 항의 방문 등을 할 계획이다.

구미의 경우 몇십년간 논란을 거듭한 끝에 발색제로서 아질산염 사용은 이미 금지된 상태다. 다만 제품의 보존을 위한 용도로 소량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발색제로 아질산염 대체품이 없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제조 기준치를 만족시키는 육가공품, 그러나 몇 조각만 먹어도 하루최대섭취량을 넘게 되는 기준도 문제지만 발색제 정도는 기업들이 포기할 수 있도록 하려면 소비자들이 보기 좋은 것보다 ‘먹기 좋은 것’을 고를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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