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샵 = 마을자원순환센터?

2021년 12월 서울환경연합은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 연대모임 <도모도모>와 함께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이들 모두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분들이었다. 기자회견을 10일 앞두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종이팩 트리를 시청광장에 모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참여한 제로웨이스트샵들은 각자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종이팩을 트리 모양으로 잘라 종이팩 수거 거점으로 보내달라 요청했다.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기자회견 당일 쌓인 종이팩 트리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일간 173곳의 종이팩 수거 공간을 통해 종이팩 트리 3000여 개가 모였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많은 종이팩을 모을 수 있었을까?
 

제로웨이스트샵? 

 
제로웨이스트샵 <지구샵> Ⓒ서울환경연합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제로(Zero)-웨이스트(Waste),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운동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삶의 방식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생산, 유통 등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운동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은 그렇다면 그런 운동의 공간적 중심이란 뜻일까? 
 
제로웨이스트샵 문을 열면 플라스틱 포장재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면 마스크, 면 커피필터, 재생지 공책과 메모지, 유리빨대, 대나무빨대, 생리컵과 면 생리대, 샴푸바, 설거지바, 천연 수세미에 코코넛 화분까지 이 외에도 나열하기에 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와 재질의 물건들이 진열되어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물건들이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재활용되지 못하거나 환경에 좋지 못한 일반제품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체치약은 복합 소재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힘든 일반 튜브 치약의 대체재이고, 샴푸바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펌프와 플라스틱 통을 함께 구매해야 하는 샴푸의 대체재이다. 또한, 대나무 칫솔도 칫솔모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운 일반 플라스틱 칫솔의 대체재이며, 천연 수세미 역시 설거지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일반 플라스틱 수세미의 대체재이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샵의 물건들은 그 자체만으로 현 쓰레기 문제의 대안이다. 제로웨이스트샵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생활용품들이 재활용도, 자연분해도 되지 못하고 지구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남기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동시에 이렇게 다양한 대체재가 있는데 정작 그런 대체재를 구매할 곳은 얼마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내가 원하는 만큼만 포장재 없이-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의 리필스테이션 Ⓒ서울환경연합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샵에서는 리필스테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리필스테이션은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챙겨간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 무게만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열탕 소독을 마친 깨끗한 유리병을 가져가면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등 각 제로웨이스트샵마다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담고 그 내용물의 가격만 지불해 구매할 수 있다. 만약 용기를 못 챙겨갔더라도 괜찮다. 유리병을 가져오지 못한 손님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리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어느새 4억 톤을 넘고, 그중 3분의 1을 넘는 플라스틱이 포장재로 사용된다. 그렇기에 리필스테이션과 같이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은 동네마다 필요하다. 거기다 1인 가구 6백만 시대인 지금 4인 가구의 용량에 맞춰 판매되는 대형마트 제품들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포장재 없이 재사용 용기에 담아 구매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소비 시스템이다. 
 

재활용 커뮤니티 회수센터

 
무엇보다 제로웨이스트샵은 매장으로서의 역할을 넘어선다. 현재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은 재활용 커뮤니티 회수센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종이팩, 병뚜껑, 종이봉투, 아이스팩, 일회용수저, 브리타 정수 필터 등을 회수를 한다. 이 품목들은 지금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으로는 재활용이 힘든 폐기물들인데 제로웨이스트샵을 거점으로 수거된 뒤 재사용 또는 재활용된다. 예를 들어 배출할 곳이 없거나 배출하더라도 선별 과정에서 선별되지 않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 종이팩을 시민들이 펼치고, 깨끗이 씻은 뒤 말려 가져오면 제로웨이스트샵은 그 종이팩들을 모아 종이팩 재활용 업체나 선별장에 직접 전달해 휴지와 키친타올로 재활용되게 한다. 또 크기가 작아 선별장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들은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져 다양한 형태의 물품으로 재활용되고, 아이스팩은 주변에 필요로 하는 빵집에 전달해 배달할 때 재사용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히 수거, 재사용, 재활용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쓰레기 담론을 구성한다. 앞서 언급했던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 요구 기자회견도 수거 거점으로 활동하던 다수의 제로웨이스트샵과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 연대모임 <도모도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거를 하다 보니 종이팩을 계속 수거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이 스스로 재활용되기를 바라며 수고스럽게 수거거점으로 가져와야 하는 것은 옳지 않고, 캔처럼 집 앞에 배출하면 수거해가는 재활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이중병뚜껑에 대한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지금 병뚜껑 중에는 플라스틱 패킹, 부직포 패킹, 고무 패킹이 되어있는 병뚜껑들이 있는데 이는 패킹들이 분리가 되지 않아 재활용이 매우 어렵고 재활용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된다. 이를 수거거점으로 활동하던 알맹상점이 병뚜껑 내부의 이중 패킹을 없애고 단일 재질화를 요구하는 서명과 해시태그(#이중병뚜껑out #이중병뚜껑아웃 #병뚜껑재활용) 활동을 시작하면서 병뚜껑을 수거하는 다양한 제로웨이스트샵들이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서명 링크 https://www.campaigns.kr/campaigns/570).
 

포장이 없을 뿐인데

 
제로웨이스트샵 <더피커>의 리필스테이션. 이곳 송경호 대표는 “매장을 운영하는 부분에서 ‘포장이 없다’는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생산부터 유통하는 과정을 아예 재구성해야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아직은,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가 포장재가 없는 제품을 매장에 들여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원래의 체계와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단 한 사람이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했을 때 쉽게 응하는 제조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비닐을 안 쓰자니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 업체를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라인에서부터 비닐 없이 바로 매장으로 올 수 있는 품목이 무엇일지 계속 살펴보고, 고르고, 소통해야 한다. 신기한 점은 대량생산을 하면 프로세스가 고정화되어 있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고, 작은 업체일수록 변화가 이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필스테이션으로 곡물을 제공한다고 할 때 대규모 농업의 경우 사람이 하는 영역이 적어 예외를 두기 어렵다. 모내기도 기계가 하고 추수와 탈곡이 동시에 기계로 진행되어 포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규모가 작은 소농 생산자들은 개인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다. 
 
매장에 들여오는 많은 품목들을 하나하나 설득을 통해 들여와야 하는 과정은 꽤나 고되고 지치는 일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와 같은 과정을 모든 제로웨이스트샵이 거치지 않도록 <알맹상점>에서는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분들에게만 한해 가게를 열고 싶은 분들이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조금씩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도매몰을 운영하고 있다 (http://almangmarket.co.kr/).
 
제로웨이스트샵은 단순히 이윤을 위한 가게가 아니다. 제품을 들여오고 판매하고, 폐기되는 전 과정을 통해 기존의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생산부터 유통 시스템을 뒤흔들며, 마을의 재활용 시스템으로서 활동하며 다양한 자원순환 담론이 모이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동네마다 제로웨이스트샵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두고 있는 현시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퇴출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에너지로 많이 사용되지만 원료로서도 우리 삶을 가득 채운다. 바로 석유화학사업이며, 플라스틱사업이다. 문제는 화석연료 에너지가 퇴출되면서 급격히 낮아질 석유 가격과 함께 싼 가격으로 새로운 물질 경쟁력을 얻어 더 거대한 양으로 돌아올 플라스틱이다. 우리가 지금 플라스틱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플라스틱은 더 낮은 가격과 편리함으로 영원히 우리의 삶에서 퇴출되지 않고, 기후위기와 함께 찾아올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 삶의 공간인 마을에서 자원순환센터의 역할을 하는 제로웨이스트샵과 같은 공간이 중요하다. 아직은 제로웨이스트샵 이용자가 사회적 다수는 아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가장 유명한 <알맹상점>만 해도 이용자의 70% 이상이 20~30대 여성 소비자로 한정적이다. 특정층을 넘어 시민 전반의 이용으로 확대되어 생활폐기물 원천 감량이 가능한 수준의 확대가 일어나려면 ‘집에서 걸어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이 동네마다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법과 제도를 바꾸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부담 주지 않는 삶을 실험한 『노 임팩트맨』의 저자는 “시스템이 변화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 개개인이 바로 시스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시스템의 변화는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상에서 시작된다. 법제도의 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제로웨이스트샵 이용자가 되는 ‘나의 변화’가 지금 필요하다.  
 
글 /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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