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협이 생수를 안 파는 이유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복궁 서쪽 마을(서촌)에 에코생협 종로매장이 있다. 에코생협 매장을 소비자 조합원들만 찾는 것은 아니다. 서촌 마을 관광객들은 이제 한낮이면 잠시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골목과 도심 속 계곡 길을 걷다 눈에 띈 종로 매장에 들러 간식거리나 음료를 사먹는다. 그들 가운데 간혹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생수는 없나요?” 
 
생협에서 생수를 찾아선 안 될 일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긴 엄청난 광고로 생수는 맛있고 안전한 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든 터이고 방송 제일의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가 요리를 할 때마다 생수를 사용한다. 수돗물은 그저 쌀 씻는 데 쓸 뿐이다. 생수 시장은 어린이 전용 상품까지 내 놓을 정도로 호황이다. 이런 터라 몇몇 생협들조차 생수 판매 불가 방침을 바꾸어 매대에 생수를 내놓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벌어진 것이다. 왜 생수의 확대는 비정상인가. 
 
수돗물 음용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수돗물 보급률은 98.6퍼센트 달한다. 어디 가서 수돗물 못 마실 일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왜 물맛이 세계 7위(2012년 세계물맛대회)나 되는 우리나라 수돗물은 외면 받고 있을까? 1990년대 낙동강 페놀사태 등 수돗물 사고로 ‘수돗물은 못 믿을 물’이란 인식이 고착화된 탓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시판을 허가받아 산업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생수산업의 ‘맛있고 미네랄 풍부한 생수’라는 홍보가 의심 없이 소비자들에게 수용돼 ‘수돗물은 허드렛물, 생수는 먹는 물’이란 인식이 일반화된 탓이다. 그러니 “수돗물 드시라!”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거나 ‘사람 어떻게 보고!’ 따위 눈빛을 받기 쉽다. 사실과 다른 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수돗물이 생수보다 여러모로 우수한 마실 물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알려야 한다.
 
생수는 영양학적으로 수돗물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또 생수는 수돗물보다 위생적으로 안전한 물도 아니다. “생수들의 영양학적 차이 무의미(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 교수)”하다거나 “기업에서 미네랄 "수소 함유량을 부각하는 건 과대광고(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생수의 영양학에 대한 진실을 보여준다. 한편 최근 5년간 먹는샘물 기준 단속 결과 위반 사례가 총 88건이나 되고 그중 수질기준 위반 사례가 46.5퍼센트(41건)이나 된다. 게다가 수질기준 위반 생수는 전량 회수해야 하지만, 실제 회수율은 6.8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판매됐다. 생수가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광고와는 다른 현실이다. 
 
500밀리미터 생수는 생산에서 폐기까지 125밀리미터의 석유를 소비한다. 2013년 우리나라 생수는 500밀리미터 기준으로 70억 개 이상 생산됐다. 탄소에너지로 생산되는 생수는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서 수돗물보다 탄소를 최소 750배(페트병) 이상, 최대 2000배(정수기 사용)까지 내뿜는 기후변화를 부르는 물이다. 한국페트병재활용업체가 페트병의 사회적 재활용을 전담하면서 재활용률을 80퍼센트를 넘긴지 수년째지만 그렇다고 최종 재활용 폐기물까지 환경에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자연상태에서 페트병의 분해기간은 450년 이상이다. 
 
생수는 직접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생수시장 규모는 6000억 원.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은 사기업이 아니라 제주삼다수를 파는 제주개발공사다. 점유율 45퍼센트나 된다. 그 대가로 화산섬 제주도의 유일한 민물 자원인 제주 지하수는 하루 2000톤씩 채수되어 상품이 되고, 그 여파로 제주도 지하수위는 2미터 이상 내려갔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권, 음용권은 기본권이다. 물의 공공성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은 공공재인 수돗물을 지키는 길이다. 상품인 생수는 마케팅에 의존하는 비싼 물이고 기본권인 음용권을 보장하는 수돗물은 최대한 싼 가격에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생협의 생수 판매는 ‘안심 먹을거리 판매자 생협’의 이미지 때문에 생수가 수돗물보다 좋은 물이라는 ‘사실과 다른 사회적 공인 효과’가 생기고, 그 결과 안전한 공공음용수인 수돗물의 음용률 저하를 부른다. 생협은 수돗물 음용 확대를 위해 활동해야지 이익을 위해 생수를 파는 마트일 수 없다. 
 
“생수 안 사고 싶어도 밖에서는 수돗물 마실 데가 흔치 않아요!” 이런 지적은 정당하고 상식적이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수돗물약수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수돗물 공공음수대를 상수관거 노후로 녹물이 나오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에 설치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고 벌써 일부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확대돼 수돗물 공공음수대가 노후주택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된다면 일차적으로 수돗물 음용률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물 민주주의와 자연도 함께 살리게 된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주최 행사에서 생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생협이 지자체만도 못해서야 생협이라 할까. 에코생협이 생수를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과 자연에 해로운 생수보다 수돗물이라는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 음용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생협,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글 / 최재숙 에코생협 상무이사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