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을 정원으로

부산그린트러스트의 정류장 가드닝
 
부산 BRT 정류장 가드닝 Ⓒ이성근
 
버스를 타려면 버스 정류소로 가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5분에서 20분 사이. 오직 차량이 매연을 뿜는 풍경 속에서 보내는 그 시간은 무료하고 때로 고통스럽다. 요즘 지자체별로 시민복지 차원에서 그늘막과 온열의자를 정류장에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그 버스 정류소가 ‘생태적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사실 ‘아니다’라고 답하는 게 현실적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심 버스 정류소가 그런 현실이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육상교통로 가운데 가장 중심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이다. 버스 전용차로를 생각하면 어떤 길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기존 부산 버스 정류장의 문제점

 
‘부산그린트러스트’(이하 BGT)는 애초 ‘부산 BRT’(이하 BRT) 개설 과정에서 가로 환경과 경관 훼손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해왔다. ‘BRT가 훼손하는 도심녹지에 대한 고려를 하면서 추진하라’는 시민 여론과 시의회의 질타를 무시하고 부산시는 오직 BRT 신속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저 버스만 정류시키는 기능을 획득했다. 그래도 BRT 1차 노선 개발 이후 ‘도심 차량 정체해소와 교통 흐름 원활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차 노선 개발이 강행됐다. 또한 1차 개발 때처럼 가로수들이 베어졌다.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낸 자리에는 주로 어린 이팝나무들이 듬성듬성 식재됐다. BGT는 BRT를 생태적으로 수선하기로 했다. 
 
BGT는 BRT 구간의 시내 주요 버스 정류소 모니터링을 2021년 4월부터 8월 말 사이 진행했다.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공단, 교외, 원도심 등 샘플 지역 22곳에서 진행된 모니터링 결과, 시민들의 버스 정류장 이용 형태과 서비스 실태는 지역과 정류장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시민들의 교차 이동이 가장 많은 곳이 BRT 구간이다. 지하철 환승과 주요 관공서, 시장을 비롯한 상업시설, 문화 위락시설들이 중앙로를 따라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통량의 증가에 따라 정체가 일상화 되고 사회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다. BRT는 그 타개의 일환이었지만 편의와 기능성에 치우치다 보니 기존의 가로망과 환경성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사실이 모니터링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도시 내부의 ‘바람길’이라 할 수 있는 중앙대로변 가로 환경은 심각한 손상을 당했다. 연산~서면 구간 환경성과 쾌적도 모니터링 결과는 일부 정류소를 빼고는 전반적으로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중앙로의 경우 기존 도로 양옆의 화단과 가로수가 있는 가로 환경에 더하여 BRT버스 정류장이 들어서면서 결과적으로는 3개의 가로수 축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조성 과정에서 많은 수의 가로수가 제거되자 녹지축이 단절되었고 노변 관목류 중심의 화단들도 제거되었다. 주요 교통섬의 녹지대 역시 사라지거나 축소되었다. 결국 6~8월 대기온도 상승기에는 정류장 이용 시민들이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됐다. 동시에 차량 배출 유해물질과 미세먼지 발생에 수목(녹지)의 저지력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지표온도 상승을 가중시키고 도심 열섬현상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모니터링에서 BRT의 생태, 보건적 문제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준 ‘연산~서면 중앙로 구간 BRT 버스 정류장’ 사례를 보자. 이 구간 정류장들은 평균적으로 1개소당 길이 150m 폭 3m의 면적을 점유한다. 여기에 정류장의 끝부분에 철쭉화단이 조성되어 있고(없는 곳도 있음) 이팝나무(흉고 직경 10cm 전후 최소 3~7그루)가 식재되어 있다. 이중 버스이용 승객의 공간은 횡단보도를 포함 약 60m이지만 실제 이용면적은 승강장을 중심으로 한 3분의 1에 불과하다.
 

정류장 가드닝을 시작하다

 
BGT는 모니터링 결과를 기반으로  BRT 가드닝을 준비하고 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사장 성현도)이 주최한 ‘시민행복, 부산시내버스’ 제2회 시민제안사업 공모사업(2021년 3월 24일~4월 9일)에 응모했다. 각계 전문가 심사를 통해 부산지역 민간사회단체들 중 관련 사업 전문성을 갖춘 10개 단체의 제안사업이 선정돼 주최단체와 사업협약을 체결(2021.5.4.)했다. BGT가 제출한 ‘버스 정류장 가드닝’ 사업은 10개 협약사업 중에서도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BGT는 부산시 교통국, 부산진구청, 최영아 부산시의회 의원 등과 협의를 거쳐 오는 9월 24~25일 BRT 가드닝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사업 대상지는 일단, 부산상수도사업본부 앞의 BRT 버스 정류장으로 결정됐다. 조성 대상지 선정과 관련하여,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정하여 BRT 버스정류장 가드닝 정원화 효과를 극대화하기를 희망했지만, 투입 예산의 규모, 조성과정에서 대두될 수 있는 민원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탄소 흡수량과 관련 보통 나무 1그루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5.9014.1㎏이다. 지피식물(지표면을 덮어주는 식물로서 키 50cm 이하)의 경우, 식물마다 차이가 있으나 농진청에 따르면 박하·구절초·노랑꽃창포·붓꽃·억새·꼬리풀·리아트리스 등 11종이 상대적으로 연간 탄소 흡수량이 많은 지피식물로 꼽혔다. 이들 식물이 1㎡당 흡수하는 탄소량은 연간 30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식물로 약 200㎡의 옥상 정원을 가꾼다면 연간 600㎏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 계산에 의거하여 부산상수도사업본부 앞 대상지 400㎡의 가드닝 이후 기대 탄소 흡수량은 연간 1200kg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BRT 전구간에 적용해보면 무시할 수 없는 탄소 흡수를 정원화 된 BRT버스 정류소에서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도로변 배기가스 흡착이나 미세먼지 포집도 일정 이상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버스 정류장의 가드닝은 도시 생태축과 녹지축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시민이 체감하는 정류장 쾌적도 증대, 도로 경관의 개선이다. 
 
가드닝 이후 BRT 정류장 예상도
 
BGT는 BRT 버스정류장의 가드닝에 대해 시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 청취를 보강하여 부산 전역으로 ‘정류장 가드닝’을 확대할 것을 부산시에 정책 제안할 예정이다. 정류장은 그저 차가 지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 탄소와 미세먼지 흡수원, 그리고 새로운 도심 녹지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글 /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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