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생명의 물을 지킨 영웅들

2021년 제13회 물환경대상 시상식에 모인 물환경 대상 수상자들 ⓒ환경운동연합
 
2021년 물 환경 대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물 환경 대상은 물과 환경을 지키는 데 솔선하여 탁월한 업적을 이룬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는 상으로 환경연합, SBS, 환경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이 후원하고 있다. 2021년 물 환경 대상은 △대상 나일무어스 새와생명의 터 대표 △시민실천 부문상 김어진 유튜버 △시민사회 부문상 김영선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 △교육·연구 부문상 변영호 국산초등학교 교감 △정책·경영 부문상 아로마티카가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나일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사진제공 물환경대상 사무국
 
한반도와 황해 생태 권역 물새와 습지 현황에 대해 한국 사람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영국 태생 나일 무어스 박사다. 그는 국내 갯벌과 습지 자료가 부족했던 1990년대부터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연구내용을 중심으로 습지와 물새의 가치를 알려낸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이다. 그는 학술적 활동뿐만 아니라 <습지와 새들의 친구>, <새와 생명의 터> 등 국내 전문 환경단체 창립에도 앞장 서는 등 30년 넘게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나일 무어스 박사는 어린 시절 시각과 촉각만이 자신이 아는 세계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다 4살 때 병원 치료 후 처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꾸꾸꾸꾸” 처음 들었던 소리를 그는 “천사의 나팔 소리”라고 기억했다. 나중에 그 소리의 정체가 기러기 울음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고, 무어스 박사가 바깥세상과 만나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그는 새에 관한 관심을 두게 됐고 틈나는 대로 새들을 보러 다녔다.
 
나일 무어스는 지역의 개발과 파괴를 경험하면서 다른 나라의 습지와 물새의 생태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90년 일본 하카타만 시민연대의 간척사업 반대를 위한 생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일본 규슈대학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때부터 현장 전문가이자 환경운동가의 삶을 시작했다. 1993년 람사르 총회에서 우리나라 새만금 연구자와 북한 전문가를 만나면서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다. 1996년 람사르 총회에서 그는 한국에 람사르 습지로 등재할 곳을 선정하고, 물새 서식 현황에 대해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직접 실천했다. 1998년에만 300회에 가까운 탐조를 했고, 60회가 넘는 발표를 했다. 이를 통해 1999년 람사르 총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습지 보고서가 발표될 수 있었다.
 
그는 북한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2014년 이후 12회 정도 방문해 북한 지역의 갯벌과 습지를 연구했고, 2018년 문덕과 선봉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새들을 볼 때면 그들이 사는 곳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곳이 파괴될 때는 너무 고통스럽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장면을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에 대해 무어스는 “과학적 성과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새만금을 지켜내는 데 실패했지만, 그 새만금 연구가 중국에 영향을 줘서 중국이 습지를 매립하는 것을 막아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한반도에 사는 새들의 생태 기준선(baseline) 정보를 집대성한 백서를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환경이 바뀌는 사이 원래의 모습은 어땠는지 그 기준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뀔 수 있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밝히며 “새가 나에게 보여준 새로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라고 말한다.
 

새 덕후

김어진 유튜버

 
사진제공 김어진
 
초등학교 4학년 때 파주환경연합 탐조 프로그램으로 민통선 안에서 독수리를 보고 새의 매력에 빠진 김어진 유튜버는 자타공인 ‘새덕후’다. “도감 속에서 봤던 새를 실제로 만난 순간의 황홀감에 심장박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라는 그는 청소년 시절인 2012년 『도시 소년이 사랑한 우리 새 이야기』라는 책을 낼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생태 사진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2018년부턴 ‘새덕후(Korean Birder)’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연 다큐와 브이로그(Vlog)를 결합한 영상을 올려 2021년 11월 기준 구독자 26.4만 명, 총 조회 2900만 뷰를 기록했다.
 
그는 2006년경부터 탐조 활동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기록해갔다. 어린 시절 BBC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며 ‘세계를 돌면서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꾸게 됐다는 그.  “어릴 적부터 4대강, 새만금처럼 환경이 파괴되는 걸 보면서 많이 분노했다.”면서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자연과 새를 알릴 수 있는 일을 해봐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3만~5만 명 정도가 꾸준히 자신의 채널을 찾아준다고 한다. “제 영상을 보고 탐조를 시작했다거나 새에 관심이 생겼다는 분들이 생겼다. 새를 알면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게 제가 바라던 것”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운영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탐조 콘텐츠가 워낙 많아서 망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도전해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시작했다.”는 그다. 고가 촬영 장비는 자신이 모은 돈과 부모의 지원으로 마련해 시작했지만 이제 홀로서기 운영을 할 예정이라 생계와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최근 새덕후 굿즈로 만든 흰머리오목눈이 티셔츠 판매 수입금과 구독자 후원을 모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20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앞으로 새만금 해수 유통 관련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더 활성화해 큰 기업들의 ESG 차원의 후원을 이끌어 두루미를 위한 땅 한 평 사기, 탐조대 설치 등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희망하고 있다.
 

생태환경교육에서 양서류 보호까지

변영호 국산초등학교 교감

 
사진제공 변영호
 
1999년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한 변영호 국산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와 환경”이라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부임한 초등학교에서 변영호 선생은 생태교육의 핵심으로 생태계 보전을 내세우고 학생들과 함께 하천조사를 시작했다. 어느 날 학생이 손에 무얼 들고 와 “선생님, 이게 뭐에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직접 해외 자료 등을 조사해 긴꼬리투구새우라는 멸종위기종임을 발견했고, 이를 알려 환경부가 전국적인 조사단을 꾸리는 계기로 만들었다.
 
학생들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거제 산양천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남방동사리를 발견한 것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5년 동안 ‘이곳이 남방동사리 서식지’라는 현수막을 걸어두면서 개발 압력에 맞섰다.
 
그는 “학교에서 생태환경 교육을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생태교육 현장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가 양서류라는 것까지 이어졌다. 2004년부터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모임>을 중심으로 양서류 연구에 나섰다. 이어 2006년부터 경남양서류네트워크를 만들어 본격적인 양서류 보호 운동을 벌였다. 그는 양서류가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 당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운전자에게 주의를 알리는 현수막을 만들어 도로에 내걸었다. 직접 두꺼비를 잡아 이동시키기도 했다. 부산경남 30개 단체가 시작한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는 현재 전국적으로 210개 단체가 참여할 정도로 확산됐다. 
 
변영호 선생은 사람 개구리 명함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봄철 웅덩이에서 말라 죽는 양서류 알을 옮겨주자는 의미의 ‘1004 운동’과 연계한 활동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통해 “이곳은 양서류 보호구역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올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변영호 선생이 꼽은 보람 중에 하나다. 그는 “미국 등 생물 권리를 인정한 법들이 만들어진 나라도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생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향후 활동 구상을 밝혔다.
 

장록습지를 국가 습지로

김영선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

 
사진제공 물환경대상 사무국
 
김영선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은 대학 졸업 후인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운동을 시작한 광주전남 환경운동가 선배 그룹에 속한다. 그는 환경생태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광주전남 녹색연합 대표로써 활동하면서 영산강 지류인 황룡강의 장록습지를 국가 습지로 지정(2020.12)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년 이상 장록습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의 결실이었다.
 
2.69㎢ 넓이의 장록습지(원래 3.09㎢)는 광주 시내 위치한 탓에 각종 개발 압력에 시달렸다. 김영선 부소장은 2008년 환경부 전국 내륙 습지 조사에서 장록습지가 습지 평가 ‘상’으로 분류되면서부터 관심을 두게 됐다. 도심 가까운 곳에 중요한 생태적 거점이 있다는 것이 환경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4대강사업구간 영산강 6공구에 장록습지가 포함되고 훼손이 되며 국가습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2013년경 훼손된 습지의 원시성이 회복되면서 본격적인 장록습지 보전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수달, 흰목물떼새, 퉁사리 등 멸종위기종 4종을 포함해 829분류군의 생물종이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 장록습지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원은 장록습지에 축구장,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뺨이라도 맞을 각오로 개발을 추진하는 구의원과 지역 주민, 주변 상가를 찾아다니면서 설득하고 훼손을 막고자 했다. 그녀는 2~3년 동안 관련 단체와 세미나를 매 월 개최하며 주민 설득을 했고, 참석한 전문가, 시민 138명을 메신저 단체 대화방으로 연결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허리를 다쳐 시골에서 요양하는 중에 장록습지의 하중도 준설이 거론되자 복대를 차고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습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처음에는 국가 습지 지정을 반대하던 주민들도 습지 보호지역 지정의 좋은 점을 알게 되면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김영선 부소장은 장록습지 핵심 구간 0.9㎢가 국가 습지 구간에서 제외되었다며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의 헌신적 활동이 있었기에 주민 85.8%가 찬성하는 국가 습지 선정이 있을 수 있었다.
 
김영선 부소장은 자신의 활동 원동력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라 말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자신과 달리 광역시인 광주가 고향인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고향이 되려면 100년 후 관점에서 자연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이후 그녀는 자연의 권리를 대변해 주는 ‘자연의 변호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어 자신처럼 ‘연구 활동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생각이며, 환경생태 관련 대중 과학 도서 저술도 계획하고 있다.
 

“피부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아로마티카

 
사진제공 물환경대상 사무국
 
아로마티카는 “우리는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고, 지구 환경을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환경 보전과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라고 밝히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전문기업이다. 아로마티카는 ‘피부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Save The Skin, Save The Planet)’을 주요 모토로 삼고 있다.
 
아로마티카는 지속가능 경영 선언문에서 △제품기획 단계에서부터 1차 용기(제품용기, 라벨) 외 2차 포장(제품상자, 기타 포장물) 사용 최소화 노력 △생분해 소재의 제품 사용을 늘리는 목표 수립 및 성과 측정 △화석원료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재활용률을 최대화 등을 밝히고 있다. 배현정 팀장은 “아로마티카는 합성향 등 인공적인 성분의 주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으로 시작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배 팀장은 “화장품 업계가 플라스틱을 어쩔 수 없이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생산 원가와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는 것을 감안하고도 유리 용기로 빠르게 전환했다.”라며 “소비자가 사용하고 재활용 된 플라스틱인 PCR(Post-Consumer Recycled) 활용을 화장품 업계에서 전격적으로 도입한 첫 브랜드”라고 덧붙였다. 
 
아로마티카는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고 화장품 전 성분을 공개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화장품 공병을 수거하거나 고객이 일정량 모아서 택배 수거 신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에 있어서 환경을 고려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현실이다. 대형 매장을 열 때 타 기업보다 20~30%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배 팀장은 “비용을 감수한다는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배 팀장은 “브랜드 매출과 환경에 관한 우리 메시지는 별개가 아니다. 우리 브랜드를 찾은 고객은 내가 이 브랜드를 쓰면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판매 실적과 연결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아로마티카가 환경에 대한 큰 노력과 고민을 들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것이 아쉽다.”라고 피력했다. 배 팀장은 “아로마티카가 아예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과 우리 인체에 관련된 우리가 낼 수 있는 메시지는 끊임없이 계속 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글 /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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