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경주방폐장 소설 출간한 경주환경연합 정현걸 의장

2011년 후쿠시마 사태의 충격과 함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가동, 원전 부품 비리, 방폐장 안전성 등 각종 핵 안전 논란이 들끓는 한국사회에서 경주방폐장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 소설이 출간됐다. 제14회 한국참여문학상을 수상한 『판도라의 항아리』다.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실록’이라 자신의 책을 정의한 저자, 경주환경연합 정현걸 상임의장(필명 정현)을 만나 독자로서 소설에 관한 궁금증을 물었다.
 

먼저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방폐장이 유치되고, 동경주로 약속된 한수원 본사 이전을 백상승 당시 시장이 시내권으로 이전하려 하자 동경주 주민들이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책위가 조직됐다. 그때까지는 지역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책위에서 ‘고향이 힘드니 도와달라’며 요청이 와 사무부국장을 맡게 됐다. 실무를 전담하며 결국 한수원 본사를 유치했고, 이후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연합의 원전방폐장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때부터 수년간을 원전문제, 방폐장 문제를 모두 다루다 보니 거의 모든 자료를 다 보유하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편소설로 원전이나 방폐장을 둘러싸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가볍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정말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할 사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다. 

장르는 팩션소설(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를 가미한 소설)이다. 역사 드라마도 팩션 드라마지만 사실과 달리 허구가 많다. 가능하면 팩션소설이더라도 허구적인 요소나 허구적인 인물 설정은 10~20퍼센트로 줄이고 80퍼센트 이상은 실제 사실, 실재 인물을 그대로 했다. 역사적 기록으로도 남기면서 소설적 재미도 넣자는 의미다.
방폐장 안전성 문제도 있지만, 당시 한수원 본사를 서로 유치하려고 싸우는 과정, 특히 정치인들의 이기심과 욕심에 좌우되어 경주시민들이 농락당하는 상황에 대해 분개를 많이 했었다. 정치인들이나 정치 모리배들의 이전투구, 이합집산 같은 것들…….
 

그렇다면 소설 속 주인공도 실존 인물인가?

그대로의 인물은 아니다. 두세 사람의 인물이 복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김영호의 경우 김익중 교수, 저, 그리고 얼마 전까지 상임의장이었던 김성대 선생 등 세 사람이 복합적으로 그려져 있다. 김익중 교수나 김성대 선생은 둘 다 경주 김씨다. 소설 속에서 문무왕의 후손으로 나오는 금성 김가인 셈이다. 실제 활동했던 내용도 복합적으로 그려져 있다.
 

형인 성호는 어떤가?

현재 경주 핵안전연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두세 분이 원래 방폐장 유치를 찬성하신 분들이다. 지금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다. 당시 국책사업 유치추진단에서 유치를 주도했던 1등 공신들이 많았지만, 지금 대부분은 안전성 확보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이제는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 사항을 인물에 투영했다.
아버지로 나오는 김윤식 씨는 실제 인물로, 지금 경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이신 김윤근 선생을 모델로 했다. 실제 경주역에서 경주시청까지 1박 2일 삼보일배를 다 하신 분이다. 소설 속 삼보일배는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다. 돌아가시게 한 것은 소설 구성상 형의 참회와 형제의 활동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
 

소설에서 경주만의 특수성이 그려진 것 같다. 예를 들어 성골·진골이라는 표현처럼.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다. 경주 김씨-경주 중학교-경주 고등학교를 나오면 성골 중의 성골이다. 그런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경주 사회가 보수적이면서 배타적이다. 같은 경주 시민끼리, 같은 성골·진골끼리도 그렇다.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지역에 배타적이지만 같은 경주 시민끼리도 배타적이다.
신라 천 년의 자존심과 우월감을 지키면서도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를 비판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보고자 노력하며 썼다. 실제 주인공들도 모두 성골이다. 김익중 교수나 김성대 전 의장도 다 성골이다.(웃음)
 

소설 말미와 에필로그를 보면 결국 경주방폐장은 지하수가 침투되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 같다.

마지막에 킨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와 통화하는 부분은 실제 사실이다. 김익중 교수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는 ‘공식문서로는 곤란하다. 내려가서 구두로 설명해 드리겠다’고 하더라. 안 된다며 잘랐더니 책에 나온 대로 답변 거부 공문이 왔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긴 했다.
무조건 방폐장을 반대하니 폐쇄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를 해서 받아들여야지,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 모든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저 진실을 알리고 싶다. 불편한 진실이다. 여전히 동경주 주민이나 경주 시민 중에 나중에 방폐장의 사일로 안에 지하수와 해수가 모두 들어오고 방사능이 언젠가는 유출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10~20퍼센트나 될까 싶다. 실상을 알리고 안전성을 확보하자고 이 책을 빌어 말하고 싶다.

글·사진 장병진 기자 nomad@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