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5] 진주 상평공단 폐수유출사건

진주 상평공단 폐수유출사건
김석봉/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지난 3월15일 아침 9시경 전화로 걸려온 시민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지금 남강이 온통 시커멓게 썩은 폐수로 뒤덮였다는 내용과 함께 이런 현상을 목격한 것만도
벌써 여러 차례라는 것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활짝
열린 공단 배수문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폐수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공단폐수 불법유출 현장
이었다.
시청에서 공무원이 달려오고, 공단폐수 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시설관리공사 직원도 나왔지
만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폐수는 계속해서 남강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진주시가 유
출되는 폐수상태의 심각성에 놀라 남강댐관리소에 요청, 유지용수의 방류량을 늘리는 응급조치
를 취하는 것이 사태해결책의 전부였다.
한국의 공단은 거의 전부가 우수와 오수 합류식 관거로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수문을 개방해야 하고, 공단지역에 산재한 각종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럴 경우 공장폐수를 오수관으로 연결해 불법방류를 자행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이번 진주 상평공단 폐수 불법배출사태는 바로 그런 구조적 맹점을 이용한 불법행위였다. 배수
문을 관리하는 주체는 환경시설관리공사였고, 우·오수관을 관리하는 주체는 시청 하수과였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비만 오면 공단 내에 모아두었던 각종 오·폐수가 강으로 무단방
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쏟아 부은 엄청난 예산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경시설관리공사 담당자는 이러한 현상을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비가 오면 공단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배수문을 개방할 수밖
에 없고, 그럴 경우 배수구에 쌓여 있는 각종 오수찌꺼기가 강으로 방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
그러나 진주 상평공단의 폐수유출사건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3월14일 오후부터 약 20시간에 걸
쳐 내린 강우량은 불과 52mm였다. 이 정도의 강수량에 공단이 침수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배수문을 개방해 엄청난 양의 폐수를 유출한 책임은 환경시설관리공사에 있는 것
이다. 그러나 환경시설관리공사는 여전히 공단침수 우려 때문에 배수문을 개방했노라고 주장하
고 있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공장폐수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 배수관에 쌓여 있던 오수찌꺼기가 빗물과
섞여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출된 폐수의 성분분석 결과는 공장폐수임을 분명히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공사의 주장대로 유출된 물이 배수관에 고여 있던 오수찌꺼기였다면 오수처리는 더욱 큰 문제
를 안고 있다. 오수는 무방비상태로 강으로 흘러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유출된 오수의
성분은 오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다. 우수와 섞인 오수의 수질은 거의 모든
분석항목에서 심각한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합류된 우수를 제외하고 순
수 오수찌꺼기만을 분석할 경우 거의 모든 분석항목에서 기준치의 수십배에서 수천배를 초과하
는 수치가 나왔다.
한국의 모든 공단은 이렇듯 오·우수 합류식 관거로 설치되어 있어 비만 오면 관례처럼 오·폐
수를 방류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결함이 마치 당연하다는 식으로 공단 배수관리
주체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하천수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런 배수관리 속에서 공장폐수가 하천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
배수문을 관리하는 환경시설관리공사는 배수문을 개방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결코 다른 뜻이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분명한 문제와 의혹이 존재한다. 그 의혹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배수문을 개방한 시각이다. 진주환경련이 제보를 받았을 때는 아침 9시 15분 경이었다.
이 시각에 이미 남강이 온통 폐수로 뒤덮였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폐수가 유출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환경시설관리공사는 9시 15분 경에 배수문을 개방했다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배수문 관리가 적절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유출된 폐수의 성분과 유출량이다. 유출수의 성분 분석결과 명백한 폐수로 밝혀졌으며,
그들의 주장대로 우수로 인한 단침수를 우려해서 배수문을 개방했다면 초기 유출수와 두시간
이후의 유출수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똑같은 오염도로 똑같은 양이 몇시간 동안 지속
적으로 유출된 것은 배수문 관리자와 유출업체간 동의 아래 고의적으로 이뤄진 방류로 봐야 한
다.
셋째, 상평공단 침수 우려 때문에 배수문을 개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폐수유출을 은폐하고, 그
당위성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20시간에 52mm의 강우량은 공단을 침수시킬 만한 강우량이 아니
다. 그만한 비에 배수문을 개방한 것은 불법배출을 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업체
가 존재했기 때문이며, 배수문 관리주체와 협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의 공단지역은 언제나 오·폐수의 방류가능성을 안고
있다. 아니, 비가 내리면 방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낙동강 중·상류지역에 촘촘히
박혀 있는 각종 공단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하천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보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환경부 수질관리국은 공동조사반을 구성하자고 진주환경련에 긴급히 제
안했다. 민관합동조사반이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갔으나 정부는 오·우수 합류식 관거의 구조적
인 결함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사태가 시사하는 원천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
적인 자제로 접근하고 있었다. 한국의 공단 모두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진주 상평공단의 문제해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다행이 진주 상평공단은 약 25억원의 사업비를 지방양여금으로 충당하여 우·오수 분리식 관거
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전국 공단 어디나 배수시스템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역환경단체들은 더욱 철저한 감시와 조사활동을 지역의 공단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지역 시
민들에게 공단의 하수처리시스템이 가지는 한계를 분명히 알려 지방자치단체나 환경시설관리
주체가 시스템 정비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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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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