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주댐이 우리 강 내성천을 삼키고 있다

소백산 작은 샘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봉화와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 110킬로미터의 긴 여정을 흐르는 동안 강은 크고 작은 산들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흐르고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 금빛 모래를 내려놓았다. 모래의 강이라 불리는 내성천이다. 하지만 2014년 12월 찾아간 강은 제 모습을 잃고 있었다. 강과 함께 흘러가야 할 모래는 도로 한쪽에 모래산을 이루었고 너른 금빛 모래밭은 곳곳이 쓸려나가 자갈이 드러났다. 그나마 붙어있는 모래밭에는 풀씨들이 내려앉아 모래밭 위를 덮고 있고 회룡포 안에는 그 풀을 제거하기 위한 굴착기 작업이 한창이다. 더 흉물스러운 것은 강을 가로막고 선 높이 50미터 길이 380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 영주댐이다.  
 
 
수몰예정지 평은면의 2011년 5월(위쪽)과 2014년 7월 풍경
 
 

영주댐으로 굶주린 강

 
내성천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1999년에도 시도된 바 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낙동강과 내성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고 낙동강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겠다며 내성천에 댐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송리원댐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던 댐 계획은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2001년 댐건설장기계획(2001~2011)에 포함됐다. 하지만 동강댐 백지화 운동 이후 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고 댐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여기에 2004년 진행된 타당성조사 결과 영주댐 사업비(8696억 원)가 예비타당성 조사 때 추정했던 사업비(3996억 원)보다 2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면서 댐 건설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내성천의 댐 계획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09년 발표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안이었다. 송리원댐에서 영주댐으로 이름을 바꾼 댐은 타당성조사 때와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국토교통부는 영주댐은 4대강사업 후 낙동강수질개선을 위해 필요한 댐이라며 영주댐 계획을 밀어붙였다. 낙동강 수질이 악화되면 영주댐에서 확보한 물을 흘려보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나 토론 과정도 없이 영주댐은 4대강사업 광풍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9년 12월 30일 착공한 댐은 2014년 12월 현재 댐 공사를 거의 끝내고 올해 상반기에 담수할 계획이다.    
 
아직 영주댐이 담수를 하지 않았지만 내성천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가장 큰 이유는 영주시의 준설 때문이다. 국토부는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영주시에 준설허가를 내줬는데 2012년 한해 영주시가 내성천 바닥에서 긁어낸 모래양이 176만 세제곱미터나 된다. 8년치에 해당하는 모래를 불과 1년 만에 준설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이것이 앞으로 내성천에 닥칠 예고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성천은 토산인 소백산에서 흘러내려오는 토사를 운반하는 대표적인 모래강이다. 낙동강 모래의 80퍼센트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내성천에서 유입되는 모래양은 상당하다. 하지만 영주댐이 건설되면 모래는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낙동강 모래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수공은 댐으로 흘러들어오는 모래를 막겠다며 영주댐 상류에 콘크리트 보를 세웠다. 
 
수공은 내성천의 연간 모래발생량 80만 세제곱미터 중 14만8000세제곱미터의 모래가 유사조절지를 통해 차단되고 영주댐에서는 3만8000세제곱미터의 모래가 차단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공과 국토부는 이는 지자체가 준설했던 모래양과 차이가 없으며 영주댐에 배사문을 설치해 모래유입 감소에 따른 내성천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성천 하상에 변화가 생기고 영주댐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자 수공은 그동안 지자체가 준설을 많이 한 탓이라고 말을 바꿨다. 배사문 역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가로 5미터, 세로 5미터 크기의 배사문은 영주댐 크기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당초 기본계획서에는 두 개의 배사문을 설치하도록 권고했지만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영주댐 시공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개만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 드러났다. 결국 영주댐으로 인해 차단될 모래양은 더 많다. 
 
지난 12월 11일 영주댐과 내성천을 찾은 맷 콘돌프 교수는 “모래 없이 물만 흐르는 강은 굶주린 강”이라고 표현했다. 버클리대 교수이자 하천복원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그는 강은 물과 유사를 동시에 이동시키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유사 없이 물만 흐를 경우 강이 갖고 있던 에너지가 강바닥과 제방을 침식시키고 그 현상은 하류로 갈수록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영주댐으로 굶주린 강은 내성천뿐만 아니라 낙동강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콘돌프 교수의 의견이다.  
 
 
고운 모래밭이 펼쳐졌던 댐 하류 약 3킬로미터 일대는 2011년 6월까지만 해도 고운 모래밭이었지만 2014년 5월 모래가 쓸려나가고 돌이 드러나고 있었다(위)
 
 

우리가 필요한 것은 댐인가 강인가

 
영주댐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영주댐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당장 댐의 목적이기도 한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의 수질개선 용수 확보 주장은 물이 많으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해괴한 논리로 이미 4대강사업으로 가둔 보에서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었다.  오히려 모래와 함께 흐르면서 스스로 물을 정화시켜 맑은 물을 흘려보내던 내성천을 댐으로 가두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무엇보다 이미 4대강사업이 사기극으로 드러나고 4대강의 재자연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영주댐의 목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댐 운영과 안전성도 논란이다. 유사조절지가 있지만 영주댐에 퇴적되는 모래가 상당해 댐의 수명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댐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모래 위에 지어지는 댐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카멜강에 지어진 댐은 모래 위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현재 철거 계획이 진행중이라고 콘돌프 교수는 전한다.  
 
그래도 내성천에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운 곳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댐은 빨리 철거할수록 좋다.” 수년간 댐 철거를 지켜본 맷 콘돌프 교수의 말이다. 현장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내성천은 망가진 낙동강을 복원하는데 꼭 필요한 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이라도  영주댐 가동을 포기하고 모래와 강물을 흐르게 한다면 내성천도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낙동강이 스스로 재자연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영주댐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댐인가. 내성천과 바꿀 정도로 필요한 댐인가. 4대강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영주댐과 낙동강 복원을 위한 내성천,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댐인가 강인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박용훈 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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