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댐의 시대는 끝났다

댐은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우리를 구제할 만능인가 아니면 자연파괴의 부메랑인가 ⓒ수자원공사 소양강댐 관리단
 
“왔노라, 보았노라, 압도됐노라(I came, I saw, and I was conquered)” 
 
1935년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완공된 후버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후버댐은 미국의 애리조나와 네바다 주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 협곡에 세워진 아치형 댐이다. 후버댐의 높이는 221미터이고 저수용량은 320억 톤으로 소양강댐보다 약 100미터 높고 저수용량은 11배 많은 엄청난 규모이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토목사업을 대규모로 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후버댐 건설이었다. 후버댐은 미국의 자존심의 상징이었고 자연을 인간의 기술로 정복할 수 있다는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후 전 세계 하천에서는 경쟁적으로 댐 건설의 광풍이 불었다.
 
우리나라 역시 1972년 소양강댐의 준공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댐 건설을 시작하였다. 현재 약 1만8000개의 크고 작은 댐들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고, 국제대형댐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대형댐은 약 1200개 정도이다. 댐 개수는 세계 7위, 단위면적당 댐 밀집도는 세계 1위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에는 댐이 많다.
 
 

국토부의 댐 추진 방식

 
2012년도에 발표한 댐건설장기계획을 살펴보면 14개 댐에 대한 규모, 필요성, 기대효과 등 댐 건설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없다. 댐 건설 위치를 개략적으로 설정하고 댐의 규모, 필요성 등은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의 입맛에 맞도록 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리산댐의 용도가 당초 용수공급에서 용유담 수몰문제가 불거지자 홍수조절로 바뀌었다.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용수공급을 위하여 지리산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현재 이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댐건설장기계획은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정계획인데 장기계획에서 제시한 댐들은 그 용도조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계획에 댐 이름만 포함되면 온갖 협박과 회유 그리고 다양한 꼼수로 댐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현재 국토부의 댐 추진 방식이다. 
 
또한 국토부는 댐을 건설할 때는 홍수조절효과를 부풀리고 건설된 후에는 홍수조절효과를 줄이는 절차를 거쳐 또 다른 댐 건설 계획을 수립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승인을 위한 법제상 귀찮은 장애물로 취급된다. 이에 대한 결론 또한 댐의 환경파괴는 경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저감 가능하며 댐건설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환경문제는 해결 가능한 것으로 기술한다. 
최근 들어 수자원공사는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여 댐 부근을 공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여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 국토부는 향후 대책으로 어김없이 댐건설계획을 들고 나오는데, 댐은 그 부정적 요소는 사라지고 전지전능하고 유일무이한 해결책으로 치장된다.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했던 주요 댐에 대한 예측사업비와 실측사업비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댐들은 평균적으로 예측사업비의 4배 정도의 사업비로 건설됐다. 전두환 때 만들어진 합천댐의 경우 예측사업비의 17배의 예산이 투입됐다. 우리나라 댐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럼에도 댐 건설 사업이 법적 타당성을 갖고 추진되는 이유는 댐 건설 공무원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수자원개발과와 수자원공사의 수자원개발처가 존재하는 이상 해당부서는 댐을 건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나아가 댐 건설을 확대하는 것이 이들 조직의 주어진 사명이다. 한번 만들어진 공무원조직은 현상유지 수준을 넘어서 확대하려는 본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조작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댐 건설과 그로 인한 예산낭비, 환경파괴와 생활터전 상실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댐 건설을 할 수밖에 없는 조직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일부 분야에서는 시대적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댐 건설 아닌 댐 철거중

 
미국과 유럽에서는 댐으로 홍수를 방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생태계의 파편화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더 심하다는 인식이 댐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 연방개척국장은 199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댐의 시절은 끝났다(The era of dams is over)”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 댐 건설을 지원하던 세계은행(World Bank)도 최근 댐의 부정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댐 건설을 위한 예산지원을 대폭 줄였고, 수력발전 댐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의 404조에 따르면 하천에 댐을 건설하려면 ‘피할 수 없는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만 댐 건설사업이 승인된다. 또한 유럽연합의 물 관리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은 댐 건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댐 철거에 바탕을 둔 생태계가 살아있는 하천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들어 과학자들은 하천이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천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미국에서는 650개 이상의 댐이 철거되었고 일본에서도 326개의 댐과 보가 철거되었다. 철거의 이유는 댐의 노후화와 유지관리의 어려움이었지만 최근에는 생태계 회복 또는 하천복원 차원에서 댐을 철거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보도자료(2010. 3. 31.)에서 ‘미·일에서 철거되는 보·댐은 본래의 기능 상실한 것들’이라며 애써 댐 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4대강사업이 시작될 무렵인 2008년 환경부·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작성한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복원 및 수질개선효과」를 살펴보면, 보고서 제목 그 자체가 결론이고 또한 ‘하천복원의 취지에 맞고 하천본래의 모습에 가까운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에 어도를 조성하거나 보 형태의 개량보다는 보의 완전철거에 의한 하천복원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양구군에서 발표한 「소양강댐 건설로 인한 양구지역 피해산정(2012)」에 따르면 소양강댐이 건설된 이후 42년 동안 양구군 주민들이 입은 피해액이 3조 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 다수의 댐들이 철거되고 있다. 우리도 댐 건설이 아닌 불필요한 댐의 철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

 
댐으로 조성된 새로운 담수는 주요 생태계 중 가장 황폐한 곳으로 전락했다. 댐은 강과 그를 둘러싼 유역의 생명체들이 엮어놓은 복잡한 사슬을 해체하고 수변생태계를 파편화하기 때문이다. 댐은 현재 세계 담수 어종 9000여 종의 20퍼센트가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한 주요 요인이다. 이 비율은 댐이 밀집된 나라일수록 높다. 또한 댐은 자연의 역동성(홍수와 가뭄)을 사라지게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댐은 오히려 자연하천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자연하천은 작은 유량과 큰 유량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역동성을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댐으로부터 토사유출이 차단되어 댐 하류에 어류서식처가 감소하는 것 역시 하천의 역동성을 저해한다. 강제 이주자들이 댐 건설 과정에서 댐 반대운동으로 심신이 지쳤거나 고향이 수장된다는 정신적 상실감에 시달리게 하는 사회적 문제도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하천관리 패러다임에 주목할 시점이다. 먼저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Society Living with Flood)를 만들어야 한다. 완전한 홍수방어는 인간의 기술로는 가능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하다. 하천에게 본래의 물길을 돌려주고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인식을 하천관리의 철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등으로 갈수록 커지는 홍수를 막기 위해 댐과 제방과 같은 구조물적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래 하천이 가지고 있던 모습을 현실의 제한성을 염두에 두면서 다시 복원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천변저류지 설치, 하천 폭 확대, 홍수터 편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2006년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 따르면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천변저류지 20개소를 만들어 홍수조절(5500만 톤)과 생태계복원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4대강사업으로 천변저류지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추진했던 저지대 거주지를 높은 곳으로 이주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하천변 저지대는 사람이 살기에 적절하지 못한 하천의 공간인데 2006년 태풍 에위니아가 몰고온 홍수 때 저지대에 살던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능을 다한 댐과 보를 철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하천 복원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담론으로 이행하기에는 아직 우리사회가 댐 철거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 등 하천관리 선진국에서는 댐 철거를 하천정책의 중요한 핵심사항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늦었지만 불필요한 댐의 철거를 새로운 담론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댐은 하천개발사에서 빛나는 성과물인가 아니면 자연 파괴의 부메랑인가. 적어도 댐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는 더 이상 강이 아니다. 강의 본질은 흐른다는 것이고 저수지의 본질은 그것이 고여 있다는 것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ckpark@c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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