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저어새 연구로 잇는 두개의 조국

저어새 연구로 잇는 두개의 조국



최근 세계적 희귀조인 저어새 연구의 권위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조총련계 대학인 일본의 조선대
학교 교육학부장인 정종열 박사. 그는 저어새 연구를 통해 남북으로 갈린 겨레를 하나로 이으려
는 조류학자다. 지난 7월 22일 남북한 생태학자들의 모임인 <남북환경포럼>의 초대로 입국한 정
박사는 23일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저어새 종보호와 남북협력체계’를 주제
로 강연했다. 한편 정 박사는 7월 28일, 환경연합을 방문해 임길진·최열 공동대표와 만나 민간
차원의 남북환경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정 박사를 만나 저어새 보호를 위해 남북이 어떻게 협력
해야 하는지 물었다.

-저어새 인공번식에 성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1987년 조선대가 주최한 ‘조일저어새보호심포지움’을 계기로 북에서 일본 다마동물원에 저어
새 세 마리를 보낸 것이 인공번식사업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공번식사업은 10년만인 지
난 1996년 성공을 거두었다. ”

-저어새를 아시아의 새, 한반도의 새라고 부르시는데 그 까닭은?
“저어새는 한반도 서해안에서 번식하고 한반도와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월동
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1996년 저어새 월동지와 번식지가 있는 아시아 7개국의 조류학자들이 모
여 ‘저어새보호국제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서식지 보호를 비롯한 다섯가지 주요한 합의사항을
만들어 실천했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과 보호로 2003년 1월 현재 저어새는 1070마리로 늘
어났다. 아시아의 노력이 저어새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저어새 보호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저어새를 보호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보호활동에 나서게 하
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주민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는 특히 강화도와
관련해서 중요하다. 대만의 사례는 지침이 될 만하다. 내가 처음 대만에 갔던 지난 80년대만 해
도 오직 연구자들만 저어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작년에 갔을 때 그곳 월동지는 국가적인 관
심을 가지고 만들어진 유명 탐조지대가 되었다. 부총통이 와서 그 지역의 ‘저어새 축제’에서
축사를 하는 등 대만이 이제 저어새의 세계 최대 월동지라는 긍지를 가지고 저어새를 보호하고
있었다. 저어새를 생태관광의 주요 이슈로 삼아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이
다.”

-번식지로서 한반도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결국 남북한의 협력이 문제일 텐데.
“한반도 서해안이 저어새의 주된 번식지다. 번식지 환경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를 위해 충분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군사분계선 내의 비무장지대에 연구자
들이 출입하기 어렵다. 저어새뿐만 아니라 두루미도 같은 처지다. ‘몇쌍이 번식하고 올해 몇 마
리가 늘었나’ 이런 기초적인 조사도 정치·군사적인 이유에서 못 하고 있다. 앞으로는 남북 긴
장완화를 통해 남북한 정부기관들과 민간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사업을 더욱 활기차
게 벌여나가야 한다.”

-저어새 보호를 위한 남북협력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나.
“6.15 선언 이후 열린 장관급회의에 ‘자연환경의 보호가 시급하다’는 의제가 있었다. 이 의제
의 논의 결과, 저어새 보호를 위한 남북 학자들의 연구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번에 와서
환경부 등 남한 담당 기관의 책임자들 말을 듣고 남북이 각각 저어새를 비롯한 생물다양성을 보
호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남북이 이 계획들을 어떻게 통합할까’ 하
는 논의를 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논의는 개별 교류사업들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해나가는 게 옳
다고 본다. 이번 방문기간중 문화재청을 방문해서 공화국에서 나온 저어새 사진첩을 노태섭 청장
께 선물했다. 문화재청에서는 내년에 강화도에서 ‘남북 저어새 사진전’을 열자는 제의를 했
다. 강화도 갯벌에서 전시회를 한다면 저어새 번식지와 저어새를 함께 세계 여론의 주목을 받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애 최초로 남한을 방문한 느낌이 어떤가.
“환경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저어새 보호운동을 포함한 일체
의 환경운동 또한 통일운동의 하나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기 바란다.”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는 2000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EN)으
로 등재됐을 뿐 아니라, 「이동성생물종보호조약」이 정한 특정보호종이다. 지난 80년대 중반까
지만 해도 저어새 연구는 대만 등지를 배경으로 한 외국인 학자들의 월동지 연구가 주류를 이루
었다. 번식지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어새의 생태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정종열 박사가
평안도의 덕도에서 진행한 저어새 번식생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비밀에 쌓여있던 저어새의 번식생태가 드디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전세계 저어새의 수는 겨우 삼백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정 박사는 연구사업
을 통해 저어새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행동을 조직했다. 1987년 1월 제1회 ‘조일철새보호심포지
움’을 조선대에서 개최하고 7월에는 저어새 인공번식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에 정 박사
는 남한 조류학자인 원병오 박사와 저어새를 비롯한 남북 희귀조류에 대한 자료교환을 시작했
다. 『뉴턴』(Newton) 지에 실린 정 박사의 논문, 「조선반도의 희소조류」를 조일철새보호심포
지움 사무국에서 소책자로 내자 원병오 박사가 이를 받아 국토통일원 간행물에서 소개한 것이
다. 이후 1990년 5월, 남북 조류학자들, 그리고 일본 조류학자들과 정종열 박사 등이 주축이 된
‘인공위성을 이용한 두루미 이행조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남한의 원병오 박사, 북한의 박우
일 박사, 그리고 프로젝트의 의장을 맡은 <일본야조회 연구센터> 히로요시 히구치 소장 등이 주
요 참여자였다. 이 프로젝트는 1995년까지 계속되었고 이어 1998년에는 저어새를 대상으로 실시
되어 한반도 서해안에서 번식한 저어새가 일본과 베트남까지 월동을 위해 이동하는 경로가 조사
됐다. 한편 1993년에는 ‘두루미와 습지의 미래 국제 심포지움’이 일본야조회 주최와 일본 외무
성 및 환경청 후원으로 열렸는데 이 심포지움에 남북 조류학자들이 참여해 남북공동의 조류연구
를 위한 기초를 쌓았다. 1995년에는 ‘동북아시아 & 북태평양환경포럼’이 개최되어 남북조류학
자들이 참여했다.
결국 남북 조류학자들을 비롯한 저어새 번식지와 월동지가 있는 국가의 조류학자들은 지난 1995
년 대만에서 열린 저어새보호 워크샵 참가 후 ‘저어새 보호를 위한 실행계획’을 국가별로 세워
서 1996년 베이징에서 다시 모였다. 1996년 시작한 이 ‘저어새보호국제프로젝트’에는 한국, 북
조선, 베트남,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 7개국 조류학자들이 참여했다. 이 심포지움에는 정 박
사를 비롯해, 북한 국가과학원 소속 자연보호센터의 박우일 소장과 한상훈, 이우신 등 한국 학자
들도 참여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이 있었다. 이를 통해 남북의 조류학계가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열
렸다. 이에 따라 2001년과 2202년에 원병오, 한상훈 등 조류학자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한편 대
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제3국 국제회의 때에는 원병오, 이유신, 한상훈, 김수일 등 한국 조
류학자들이 정종열 박사 등과 교류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원병오 박사와 함께 최초의
남북 조류학계 교류를 시작했던 장본인인 정종열 박사의 방한이 가능해졌다. 정 박사는 정부 산
하 연구기관과 시민단체들이 가입한 <남북환경포럼>의 초청으로 입국해 △‘저어새 보호를 위한
남북한의 협력’ 강연 △남북 저어새보호 공동프로젝트 제안 및 논의 △ 2004년 남북 공동 저어
새사진전 개최에 대해 논의하고 7월 28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17년 전 제가 자료교환을 시작한 때로부터 2003년 오늘까지 남북의 조류학자들은 여러 가지 경
로로 저어새를 비롯한 한반도의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한 노력
들이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남북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꽃피고 있습니다.
남북의 조류학자들이 더욱 활발히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펼쳐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앞당길 수 있
기를 바랍니다.”

박현철 기자 parkhc@kfem.or.kr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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