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2] 갯벌·철새·늪/ 한국의 철새 6 - 청둥오리

갯벌·철새·늪/ 한국의 철새 6 - 청둥오리

청둥오리(Mallard: Anas platyrhy-nchos)는 기러기목(Order: Anseri-formes) 오리과(Family:
Anatidae)에 속하는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겨울철새다. 청둥오리가 속해
있는 오리류는 지구상 조류 9천여종 가운데 매우 큰 무리에 속하여 종류수가 거의 1백40종
에 이른다. 세계의 오리무리 안에는 백조라고도 불리는 고니류가 6종, 또 기러기류 14종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오리류로 약 36종이 있고, 그밖에 고니 3종, 기러기 9
종이 기록되어 있다.
오리류는 화석상의 근거로 볼 때, 지금으로부터 약 8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분화가 이
루어진 것으로 믿어진다. 본시 물갈퀴를 가져, 바다 또는 민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 알맞
은 모습으로 발달한 새 무리의 하나다. 그들은 역시 물이 풍부한 곳, 또는 거대한 원생환경
으로 존재했던 습지를 생활무대로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리류의 대부분은 알에서 깨어나는 대로 눈을 뜨며, 솜털로 덮힌 자기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있는 소위 ‘조성성’ 물새이다. 오리류는 특히 물새들 가운데서도 태어나고 몸이 마르
는 대로 곧 어미를 따라 헤엄을 치며 또 먹이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다른 어
느 물새류보다도 오리들이 가장 자연스런 물새로 여겨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청둥오리 암컷은 갈색이며 수컷은 이름그대로 녹청색의 머리와 목에 가느다란 흰 띠가 있어
쉽게 구별된다. 집오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인데 이는 바로 청둥오리가 서기전(B.C.) 2500년
부터 사육되던 집오리의 조상으로 믿어지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하나다. 겨울철에 어린이들
과 함께 강이나 해안 일대의 거대한 담수호에 새보기 체험행사를 안내하다 보면, “오리들
이 저렇게도 잘 날아요?”하고 놀란 표정으로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야생의 오리류를 관찰
할 만한 기회를 갖지 못한 탓에 오리라고 하면 집오리만을 생각해왔던 탓이다.
어쨌든 청둥오리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겨울철새이다.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 북
위도 지방 하천과 습지 일대 어디서나 흔히 번식하고, 가을부터 큰 무리를 이루어 우리나라
를 비롯한 남쪽지방에서 겨울을 나게 된다.
그런데 청둥오리 무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예전과는 다른 행동 유형을 보이
고 있다. 예전에는 겨울마다 웬만한 강가, 호수나 시골의 작은 저수지, 혹은 농경지 위에 흩
어진 작은 무리가 흔히 보였지만, 요즘에는 크고 너른 인공 담수호나 해안지대에 수만 마리
이상의 보다 큰 무리로 한데 모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작은 규모의 농경지나 저수지에는 사
람에 의한 훼방요인이 크게 증가한 반면, 강 하구와 해안지대에 거대한 매립 농경지와 담수
호가 자리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이다.
한편, 우리나라 중부지방 일부 지역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나라에 그대로 남아 번식하는
청둥오리 개체들이 아직은 드문 편이지만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청둥오리는 이른 봄부터
물가의 마른풀을 모아 잘 숨겨진 둥지를 짓고 그 안쪽에는 암컷이 자신의 솜털을 뜯어내어
포근하게 단장한 뒤, 9∼13개 정도의 크림색 알을 낳는다. 둥지 짓기와 알품기, 새끼 돌보기
등 모든 노력은 마른 풀섶과 잘 어우러지는 몸 색깔을 가진 암컷이 홀로 담당한다. 알이 부
화하는데는 28일 정도 걸리고, 부화된 새끼들은 날개 깃이 충분히 돋아나기까지 어미를 따
라 다니며 보호를 받는다.
때로는 물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서 번식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부화된 새끼들이 어미를 따
라 물가로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물위에서 새끼들은 당분간 어미를 따
라다니며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천적으로부터 몸을 피할지 등 생활방식을 배워나간다. 간혹
물 속으로부터 자라, 남생이와 같은 민물거북류, 또는 큰 물고기들에게 새끼들이 잡아먹히기
도 하는데 실제로 어미 새가 되기까지 성장하는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가 될 수 있
다.
그래도 청둥오리가 어디서나 흔하다 할만큼 성공적인 새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
람중심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면이 있고, 워낙 넓은 분포권을 가지고 일찍부터
유전적 다양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먹이 폭을
가진 점들이 주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둥오리는 잡식성 새로 사계절에 걸쳐 동물성 먹
이와 식물성 먹이를 고루 먹는다. 또 바다에서 살아갈 때는 바닷물도 마실 수 있도록 적응
하는 능력도 가졌다.
어떤 이들은 가끔, 청둥오리는 많이 오염되어 더러운 물도 마다하지 않고 모여드는 새 정도
로 이해하기도 한다. 청둥오리라고 굳이 더러운 물을 좋아할 리는 없겠으나, 먹이선택의 폭
이 큰 새인 만큼 아직 먹이거리가 있고, 또 요즘에는 그 보다 더, 사람에 의한 훼방요인이
적은 곳이라면 어디든 모여들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생활하수처리장에 모여든 청둥오리가
물위에 떠 있는 높이와 하수 중에 녹아 있는 비누 등 세척제 함유량과의 정비례 상관 관계
를 밝힌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서양 여러 나라 사람들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새들에 대한 애
정이 지극한 경우가 많다. 새끼들과 함께 찻길을 건너는 청둥오리 가족을 위해 한참이나 자
동차들이 멈춰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보기도 한다.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새들부터 하
나 하나 이해하고 이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쌓아가는 심성은 본받을 만하다. 우리도
도심의 공원과 같은 생활주변에서 비록 청둥오리처럼 흔한 새일지라도 그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항시 대하고자 한다면 우리 안에 그런 심성이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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