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회화나무는 왜 불타올랐나

아파트 개발 때문에 부산 사상구 주례 마을에서 진주의 한 농원으로 강제 이주된 500년생 회화나무. 이 주례 회화나무는 2022년 3월 재개발이 완료된 뒤 지역을 꾸밀 용도로 다시금 강제 귀환을 당했다
 
회화나무는 콩과 회화나무속 2종 중 하나로 학명은 Sophora japonica L.이다. 가을에 잎을 떨구는 낙엽활엽교목인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학자수’라 불리며 상서로운 나무로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저 유명한 함안 영동리의 천연기념물 제319호 회화나무나 당진 삼월리의 천연기념물 제317호 회화나무에 비견되던 것이 바로 부산 사상구 주례의 회화나무였다. 주례 회화나무는 여름날 가지를 펼치며 푸른 우주를 보여주던 당당한 노거수였다. 수령 500살, 흉고 둘레 6.4m,  수고 12m, 수관 동서 17m 남북 15m의 위풍당당했던 이 회화나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부산 사상구 주례의 회화나무가 겪은 사연을 전하자니 그만 가슴에 심열이 끓어오른다. 이 나무의 운명은 터 잡은 자리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다른 회화나무 노거수들과 달랐다. 사지를 절단당하고 뿌리째 뽑혀 낯선 지방으로 내몰림 당했다가 최근 본래 자리로 또다시 강제 이주, 이식되는 과정에서 불타는 운명에 처했다. 
 

강제 이주 당한 수령 500년의 노거수

 
사건은 4년 전, 2018년 겨울에 시작되었다. 그해 연말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부산 사상구의 주례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현장 내의 회화나무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2014년부터 부산지역 마을 노거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기 때문에 주례 회화나무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조사는 주로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거목이나 보호수에 준하는 나무를 조사하는 사업으로 ‘터줏대감나무’라 명명한 부산의 노거수들이 처한 실태 조사였다. ‘터줏대감’들은 지역의 유서 깊은 마을들마다 있었다. 불행하게도 주례의 이 노거수 회화나무는 보호받을 수 있는 그 어떤 법적 지위도 부여받지 못했다. 관내 노거수에 대해 무관심했던 기초지자체나 부산시의 노거수 관리정책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강제 이주 전 주례 회화나무 
 
주례 회화나무는 이웃한 온골마을 회회나무와 더불어 이 지역의 역사를 대변해왔다. 무분별한 개발과 시가의 확장으로 뿌리조차 내릴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음에도 지역의 노거수들은 계절을 달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주민은 노거수와 더불어 생활했다. 안타깝게도 직선거리 266m를 두고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재개발로 인해 생사가 갈리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온정나무 역시 주택가 마당 귀퉁이 담벼락을 의지해 힘겹게 버티고 있었지만 뿌리 뽑혀 나갈 신세는 아니었다. 주례 회화나무는 택지개발 부지에 자리하고 있던 터라 개발의 삽날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12월 27일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비록 동공이 있긴 했지만 회회나무는 줄기며 가지 끝이 누군가 상처주거나 베어내지 않는 이상 200년은 더 살 수 있을 만큼 건재했다. 이런 나무는 그 자체로서 지역의 보물이자 랜드마크였다. 나아가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구심점일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유전자원의 보고이자 도시 생물의 피난처이자 쉼터 역할을 한다. 여기에 노거수는 인공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자연의 상징으로 인문의 시작이다. 그런 나무를 택지 개발에 불편하다고 없앤다는 것은 하늘에 죄 짓는 일이었다. 환경단체는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부산시와 사상구청을 상대로 보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기사화되고 한 달 뒤 관할 구청이 현장에서 이식과 존치에 대한 토론을 제안했다. 당연히 보호해야 할 노거수의 명운을 개발허가 주체인 관청에서 ‘어찌할지 토론’하자니 그 제안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응하지 않자니 그것을 핑계로 참담한 결정을 할까 두려워 토론에 응했다. 나무병원의사, 조경학과 교수, 환경단체, 시·구의원, 지역주민, 재개발조합 관계자, 행정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나무 처리에 전권이 있는 조합 측과 시공사는 ‘이식과 존치’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단지 내부에는 여유 공간이 없고 나무의 높이만 10m에 달해 외부 이식 과정인 도로 수송에서의 교통문제와 ‘전선 걸림’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거수 뿌리가 아래로 넓게 뻗어있어 존치 시에 반경 20m 가량을 보전해야 해 공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이 나무는 해당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 한 동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역사”라며 “문화자원으로서 그에 맞는 예우 조치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반박했다. 관점과 견해가 충돌했지만 결론 없이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더 튼 개발이익을 바라는 이들의 아우성은 그렇게나 힘이 셌다.
 

억지 귀향 되풀이된 강제 이주

 
토론 한 달 뒤 기어이 주례 회화나무는 분해되어 진주 모처의 농원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노거수 테러였다.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 주례2지구 롯데캐슬 재개발조합과 롯데건설은 이 노거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안 강구’라는 부산 시민사회와의 최소한의 합의 자체를 깡그리 뭉개버린 것이었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이 그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부산시와 사상구청을 상대로 ‘주례 회화나무 고사 방기 무책임 행정과 주택조합, 시공사는 석고대죄하라’며 규탄기자회견을 벌였다. 2019년 2월 14일의 일이었다. 
 
2018년 12월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은 주례 회화나무의 진주 강제 이식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결국 아파트 개발이익을 좇는 이들은 회화나무를 진주로 보내고 말았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원형 보존이 핵심인데, 형태가 파괴됐고 사전 조치인 뿌리돌림(이식 후 생존을 돕기 위해 미리 뿌리를 잘라 새 뿌리를 만드는 방법) 없이 경남으로 향하는 2시간의 운송 과정 동안 수피(나무줄기 바깥조직)와 뿌리의 수분이 증발해 최악의 생육상태에서 ‘강제 이송’을 당한 것”이라며 “이식 사실도 뒤늦게 확인하고 관리·감독도 하지 못한 채 ‘역사적 재산’의 파괴를 방임한 부산시와 구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주례 회화나무 이식 현장에는 나무가 뽑혀나가면서 생긴 거대한 웅덩이와 운송 편의를 위해 잘라내 버린 잔해가 쌓여 있었다. 시민들의 눈이 있어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이식하기로 한 것인데 그 이식 결정의 이면에 도사린 개발이기주의에 진저리가 쳐졌다. 500년 수령의 터줏대감을 그토록 일방적으로 생사를 도외시해 강제 이식할 권리가 과연 조합과 시공사에 있었단 말인가. 아파트 시공 상의 불편,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이 주례 회화나무가 진주로 강제이주를 당한 진짜 이유였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갈 일은 롯데캐슬 재개발조합과 롯데건설이 세간의 비난에도 이식을 강행할 수 있었던 근거이다. 나무병원 관계자들의 기술맹신주의가 그것이다. 그들은 이식을 하면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무의 역사적 가치가 있기에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이식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는 논리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식 시 고사 위험성은 잔재하지만, 수백 년간 잘 자라왔고 현재도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진단은 ‘살고 죽는 건 그 회화나무의 운명’일 뿐이란 말과 다르지 않았다. 설령 이식된 회화나무가 살아난다고 해도 그게 저 기술자들의 진단 덕분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토박이 지역주민이 진주 모 농원으로 이식된 회화나무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해 온 것이다. 사실 진주에서 다시 부산으로 모셔오겠다는 이야기는 2021년 여름부터 돌았다. 어불성설이라고 제발 그냥 그 자리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호소했지만 들어야 할 이들은 그 호소를 묵살했다. 2022년 2월 26일 주례 회화나무는 다시 뿌리째 뽑혀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식 장소도 원래 터를 잡고 살던 주례가 아닌 사상근린공원이었다.
 
재이식 과정에서 뿌리를 감싼 철곽 해체 시 튄 불똥이 화재로 이어졌다
 
사고는 이식 과정에서 발생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산으로 실려와 재이식하는 과정이었다. 뿌리 보호용 철재박스를 해체하면서 용접봉의 불똥이 튀었다. 불길이 일고 회화나무는 치유하기 어려운 화상을 입고 말았다. 무슨 이런 귀향이 있단 말인가.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귀환잔치를 벌이려던 구청의 애초 계획과 달리 검게 그을린 회화나무의 몰골은 시민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와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환경단체가 ‘주례 오백 살 회화나무의 어처구니없는 귀향에 분노한다’는 규탄 기자회견에 이름을 실었다. 2022년 3월 1일이었다.
 

불타오른 생명 앞에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례 회화나무는 ‘부산광역시 보호수 및 노거수 보호관리 조례’ 개정의 계기이자 주역이었지만 그 혜택은 받지 못했다. 주례 회화나무의 비극적 귀향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제기한다. 끝 간 데 없는 개발이익의 추구의 욕망은 정당한가. 이른바 기술주의에 경도되어 생명의 본질을 왜곡하는 엉터리 전문가의 횡포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전시행정이 부른 참사에 대해 행정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가. 주례 회화나무의 비극은 철저히 인간의 관점으로 나무의 터와 삶을 재단하고 유린한 비극이자 노거수 살해사건이다. 노거수들을 그저 토지주와 개발사업자의 재물이며 조형물로 보는 황폐한 생태적 감수성이, 생명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인식의 저열함이 불러온 것이 주례 회화나무의 비극이다. 비단 그 하나의 비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을에서 나무들이 사라진다면 결국 마을도, 사람도 살지 못한다. 이 자명한 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대관절 우리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글∙사진 /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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