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섬을 삼킨 골프장 제주는 지금

제주도에 자리한 한 골프장. 우후죽순 건설된 골프장이 지금 된서리를 맞고 있다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착륙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한라산과 중산간의 풍광은 나도 모르게 카메라에 손이 가게 한다. 그러나 자연을 담고자 하던 마음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숲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골프장들이 유독 눈에 거슬린다. 요 10년 새 제주의 골프장은 3배 가까이 늘었다. 한라산은 골프장으로 둘러쳐져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다. 
 
골프장 건설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의 관광산업 육성전략은 대규모 자본유치의 핵심이었다. 지난 2002년 수립된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제주를 세계적 수준의 골프관광지로 만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골프장 및 골프관광객 확대를 위해 골프장에 대한 조세와 부담금 감면이 이어졌다. 골프장 건설시 부과되는 대체조림비, 대체초지조성비, 농지조성비 등이 대폭 감면됐다. 골프장에 대해 5배에서 최고 25배까지 중과하는 취득세,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의 지방세 중과가 일반과세로 전환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골프장 입장료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체육진흥기금, 관광진흥부가금 등을 면제했다. 
 
제주도의 골프장 확대정책으로 대규모 자본이 몰리면서 2002년까지 9개 업체 15개던 골프장은 현재 29개 업체 40개가 운영중에 있다. 사업 승인된 5개와 절차이행중인 4개까지 합하면 제주도내 전체 골프장의 면적은 40.7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2.2퍼센트를 차지하며, 여의도 면적의 14배다. 제주도의 골프장 확대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친김에 임야면적 대비 골프장 면적 비율 제한규정도 제주도특별법 개정으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폐지했다. 
 
 

골프장 건설로 위협받는 생태환경

 
골프장의 건설 확대정책은 제주 중산간의 환경과 경관을 크게 변화시켜 놓았다. 골프장의 입지는 주로 마을공동목장이 표적이 되었다. 골프장 건설규모에 적합한 대규모 토지가 한 필지로 되어 있어 토지매입이 쉽고, 해안지역에 비해 지가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을공동목장은 대부분 해발 200〜600미터 사이의 중산간 지역에 분포한다. 제주의 중산간은 한라산의 산악지역과 해안 저지대를 잇는 생태축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제주의 하천과 습지, 오름이 분포하고 있어 생물종 다양성이 뛰어나다. 제주사람들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지하수 생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골프장 입지로서는 당연히 부적합한 지역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골프장 확대정책은 중산간 지역을 야금야금 먹어들기 시작했다. 마소가 풀 뜯던 광활한 초지와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잔디밭으로 변했다. 오름의 생태계는 골프장 한가운데 섬처럼 격리되었다. 공사로 하천이 훼손되고, 골프장의 빗물이 한꺼번에 유출되면서 하류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골프장의 토사가 해안까지 흘러 옥빛 바다는 흙탕물로 변했다. 
 
제주 생태계의 허파역할을 하는 곶자왈 지역도 골프장의 위협으로 안전할 수는 없었다. 토양 발달이 미약해 농사짓기가 부적합했던 곶자왈 지역은 주로 목장용지나 산림 생산물의 공급지 역할을 했다. 그런 이유로 곶자왈은 이차림 지역이지만 자연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골프장 개발에 급급한 제주도는 곶자왈 지역도 마찬가지로 자본의 투자의사가 있자 기꺼이 내주고 말았다. 현재 11개 업체의 골프장이 곶자왈 지역에 들어서 있다. 면적으로 보면 9930제곱미터로 곶자왈 전체면적의 9.1퍼센트에 달한다.
 
심지어 제주도가 소유한 공유지 곶자왈 수백만 제곱미터도 헐값에 팔아넘겼다. 선흘 동백동산과 이어지는 한반도 최대 상록수림지대이며,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중앙에 위치한 선흘곶자왈 402만여 제곱미터를 개발사업자에게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민속촌의 자회사인 에코랜드가 골프장, 숙박시설 및 기차를 운행하는 휴양놀이시설 등을 조성한 교래곶자왈 334만여 제곱미터도 공유지 곶자왈 지역이었다. 이 사업들은 추진과정에서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불법·편법을 동원해 사업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개발특혜 사업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규모 공유지 곶자왈을 골프장 개발을 위해 개발업자에게 매각하고는 곶자왈을 보전하자며 곶자왈 공유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재 제주도의 모습이다.  
 
 
 

과장된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

 
제주의 환경적 가치와 배치된 채 우후죽순으로 건설된 골프장들은 지금 된서리를 맞고 있다. 골프장 수는 늘었지만 골프관광객 수는 정체상태거나 증가율이 미미해 경영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5년간 제주지역 골프관광객 수를 보더라도 그 정체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2009년 도외 골프관광객은 100만1000명이었고, 2010년에는 94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5.4퍼센트 줄었다. 2011년은 113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20퍼센트 증가했지만 2012년은 108만3000명으로 다시 5퍼센트 감소했다. 지난해 제주는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으로 관광 호황기를 맞았지만 골프관광객은 110만1000명으로 1.6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특히, 제주지역 골프장들은 자기자본 없이 금융권에서 건설자금을 확보한 후 회원권 분양을 통해 빚을 갚는 구조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회원권 가치가 하락해 5년이 지나면서 골프장의 회원들이 입회금 반환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었고 골프장들은 자금난으로 제때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입회금 반환소송이 크게 늘었다. 그러면 골프장은 다시 자금 확보를 위해 처음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원권을 분양하면서 입회금 반환소송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제주지역 7개 골프장 업체가 지방세 117억 원 상당을 체납했고, 이중 4개 골프장 업체의 부동산을 제주도가 압류하고 있으며, 2군데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회원권 반환소송에서 패소해 입회비 7억 원을 주지 못해 경매에 붙여지는 골프장이 생기고, 눈썰매장으로 개장한 골프장이 있을 정도다. 
 
골프장의 줄도산은 골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기도 한다. 2012년 부도 처리된 제주의 모 골프장이 공매에 나서면서 새로운 위탁관리업체가 임금체불에 이어 정규직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다시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부당해고를 자행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지역 골프장 확대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산업전반의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지만 그 기대효과는 요원하다.
 
지역주민의 고용효과도 의문이다. 제주도가 내놓은 2011년 기준 제주도내 골프장 28개 업체의 지역주민 고용현황에 따르면 정규직 총 1572명 중 지역주민은 164명으로 10퍼센트에 불과했다. 특히, 10개 업체는 지역주민을 정규직으로 단 1명도 채용하고 있지 않았다. 비정규직 317명 중 65명이 지역주민이었으며 캐디 총 1588명 중 지역주민은 134명으로 8퍼센트에 그쳤다. 대부분의 고용인원은 해당  외 지역의 도민과 외주용역, 일부 도외 인원이었다.
 
골프장 건설로 위기에 처한 곶자왈
 
 

골프장, 제주관광의 대안 아니다

 
한국이 국가부도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 결승 연장전에서 맨발 투혼으로 연못가의 공을 쳐내 우승하는 장면이 방송으로 수없이 반복되었다. 외환위기로 시름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일이라며 모두들 환호했다. 김대중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선언하기에 이르고, 노무현 정부 때는 골프중흥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골프 대중화 정책은 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인식변화도 가져왔다. 1992년의 여론조사에서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이라는 응답이 72퍼센트였는데 지난 2012년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48퍼센트로 낮아졌다. 과거에 비해 골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친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치단체의 골프산업 확대정책은 오히려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골프장 확대는 환경적 입지조건도 고려하지 않은 채 국토의 생태환경을 크게 훼손했다. 지역주민의 고용창출은커녕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과대평가되었다. 제주의 자연을 체험하려는 관광객이 늘고 있고, 제주를 세계 환경허브로 만들겠다는 제주도의 비전을 보더라도 골프장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 
 
인간의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은 자연을 착취하고 억압하며 즐기는 운동이 결코 아니다. 골프는 어떤 운동인가.
 

글•사진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leeyu@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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