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푸른길을 상상을 경험을 더하자

광주에는 푸른길이 있다. 광주푸른길공원은 길이 8.08km, 면적 12만㎡(4만여 평)의 폐선부지가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지금은 폐선부지 즉 철길을 활용한 공원을 전국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시작을 연 것은 광주 푸른길공원이다. 푸른길공원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공원이 아니다. 시민들이 3년 동안 요구했고 행동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공원이다. 
 
1998년 광주시가 폐선부지를 도시철도 2호선(경전철) 부지로 활용하려 계획하면서 푸른길 운동은 촉발되었다. 폐선부지를 경전철 활용이 아닌 푸른길조성을 요구하며 도심에 왜 푸른길이 필요한지, 푸른길은 도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시민들이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며 도시의 미래를 그렸다. 푸른길공원은 시민에 의해 탄생한 공원이다.
 

푸른길이 바꾼 일상

 
6월의 폐선부지 푸른길공원은 연두빛에서 진초록을 향한다. 느티나무 숲, 단풍나무숲, 팽나무 숲길은 터널을 이루고, 숲 그늘 아래 벤치에는 이웃들과 가족들의 다정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작은 광장에서 통기타 소리가 들리고 버스킹하는 예술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시민들의 눈을 훔치듯 마음도 훔치는 마술쇼가 열리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는 인형극이 열린다. 작지만 기다란 푸른길공원을 하루 3만 명의 시민들이 찾는다. 녹음 진 길을 통해 주민들은 학교와 직장을 가고 이웃을 만나러 가고 시장을 간다. 그리고 때론 천천히 때론 빠르게 걸으며 산책을 한다. 푸른길공원은 시민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공원, 슬리퍼를 신고 이용할 수 있는 공원, 버스킹부터 대형 공연까지 다양한 쉼과 문화, 활력이 있는 공원이다. 
 
푸른길공원의 활력은 주변 마을 곳곳, 원도심 곳곳으로 퍼졌다. 푸른길과 접한 옛 집들은 카페와 책방, 창작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푸른길과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를 연결하는 원도심은 광주의 핫플레이스가 되어 젊음의 공간이 되었다. 
광주 도시재생의 축, 녹지축, 문화의 축인 푸른길공원의 오늘과 내일은 무궁무진하다. 
 

변화가 필요한 광주선

 
광주송정역과 서광주역(왼쪽), 광주역(오른쪽)을 잇는 철길(광산구 공항역 주변)
 
 
 
 
광주선은 광주송정역~광주역까지 철길이다. 광주 원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광주역을 기준으로 동남쪽으로 남광주역과 효천역이, 북서쪽으로 극락강역과 광주송정역이 연결된다. 이 철길은 모두 도심을 관통해 다양한 도시, 환경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80년대 광주시와 철도청은 도심을 관통하는 철길을 외곽으로 이설키로 하고 1단계로 광주역에서 효천역을 잇는 철길을 폐선하고 효선역~서광주역~광주송정역을 있는 새로운 철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폐선부지 10.8km는 푸른길공원이 되었다. 그러나 2단계인 광주선(광주역~극락강역~광주송정역)의 폐선계획은 실종되었다. KTX를 광주역까지 진입시켜 쇠락해가는 역 주변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요구로 광주역은 남겨졌지만 현재까지도 KTX가 들어오지 않는 광주역은 1일 새마을호 4편(왕복), 무궁화호 12편(왕복)이 오가며 , 하루 평균 617명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2021년 기준, 통근열차 미포함) 
 
광주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철도 주변의 상황들도 달라지지 않았다.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도심철도 주변에 높은 방음벽과 철도건널목, 지하보도(차도), 육교(고가도로)가 설치되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70년대, 80년대 조성된 철도변 주거지역은 개발되었던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도시의 숨구멍이라고 할 수 있는 녹지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송정역에서 서광주역(왼쪽)과 광주역(오른쪽)으로 오는 철길(광산구) 
 
광주역은 올해로 개역 100년을 맞는다. 광주선의 역사도 같다. 오랜 세월, 광주선은 광주와 다른 지역을 연결해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도왔다. 그러나 이제는 철길도, 철길 주변도, 시민의 삶도 ,도시의 공간도 변화가 필요하다.
 

광주선에 푸른길을 더하는 3가지 방법

 
우리의 삶과 도시를 바꾸기 위해 <광주선푸른길더하기시민회의>가 지난 4월 26일 결성되었다. 철도변 주민과 시민, 시민 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광주선 푸른길더하기운동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결성식과 함께 열린 토론회에서 광주선에 푸른길을 더하는 세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다. 첫째 광주선의 폐선, 둘째 광주선의 지하화, 셋째 도로 지하로 철도의 이동(신설)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된 광주선의 폐선은 광주선을 폐선해 푸른길로 잇고, 넓은 공간에는 공공시설(도서관, 어린이집, 문화공간 등)을 공원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넓은 광주역 부지는 복합개발도 가능하다. 두 번째 방법인 지하화는 철도기능을 유지하는 대신 철길을 지하화하는 것이다. 교통기능을 지하화하고, 지상은 녹지로 만드는 여러 도시들이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철길이 도로 밑으로 가는 방법이다. 지상은 도로, 지하는 철도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단선 철도는 열차운행의 한계가 있기에 넓은 6, 7차선의 하남대로 지하로 철도를 만들어 열차를 운행하고, 광주선은 푸른길로 만드는 방법이다.
 
광주선을 푸른길로 만드는 방법은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시민의 자부심이 더해지는 도시
 
지난 4월 26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열린 광주선 푸른길더하기시민회의 결성식 및 토론회
 
‘전국 최초의 시민참여 도시계획사례’, ‘시민참여 도시공원 조성사례’, ‘민관협력을 통한 녹지 조성사례’, ‘시민참여 공원 관리사례’ 등 폐선부지 푸른길공원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폐선부지 푸른길공원의 시간은 시민의 시간이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폐선부지 푸른길운동’을 이끌며 푸른길공원의 결정과 조성, 관리까지 24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마을 앞에 생기는 푸른길공원을 반기며 나무를 헌수하는 주민, 철길 옆 학교를 다녔던 추억을 회상하며 나무를 심으러 함께 온 동창생들, ‘나도 참여해 함께 푸른길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뽐내는 시민, ‘푸른길에는 열대야가 없다’며 여름밤 푸른길로 나온 시민들, ‘푸른길을 산책하며 부부싸움이 없어졌다’는 부부, ‘매일 운동하며 이웃을 사귀게 되었다’는 주민, ‘공연을 하면 함께 즐기는 시민이 있어 푸른길버스킹을 자주한다’는 청년 등등. 
 
푸른길공원은 숲을 통해 도시의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고, 새로운 삶의 문화를 싹틔웠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도시공동체를 회복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푸른길이 만들어온 변화를 광주선에 더하는 ‘광주선 푸른길더하기’는 어제의 경험과 오늘의 행동으로 내일을 변화시키는 활동이며 도시의 공간계획에 배제되어왔던 시민들이 도시계획에 참여하고 도시를 결정하는 활동이자 내가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도시에 대한 책임과 시민의 자부심을 더하는 활동이다. 
 
‘광주선 푸른길더하기’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공공의 공간, 철길을 활용해 모두가 누리는 공간으로, 도시의 생명길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도시의 변화를 꿈꾸고 만드는 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제 출발한다.   
 
 
글·사진 /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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