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달걀 고르는 비법 하나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른 P씨. 동물복지가 존중된 제품을 고르고 싶었던 P씨는 달걀 코너 앞에서 한참 망설였다. 친환경 자연란, 방사유정란, 건강한 1등급 달걀, 목초란, 무항생제 신선특란 등등 실로 다양한 상품 앞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원하는 제품을 분간할 수 없었던 것. P씨를 헷갈리게 하는 건 문구뿐만이 아니었다. 초원을 누비는 닭의 모습이나 둥지와 같은 자연 상태에 있는 계란 사진, 풀이 있는 뜰에서 동물들이 노니는 농장 그림, 그리고 초록색 배경들…. 정말 포장에 나와 있는 것을 실제 사육환경이라 믿고 그저 적정한 가격에서 택하면 되는 걸까? 그럼 세상에 나쁜 달걀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달걀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달걀과 인증마크의 진실

 

애석하게도 답은 ‘아니오’다. 동물복지를 존중하는 농가는 한국에서 전 축종을 통틀어 실제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산란계(달걀을 얻기 위한 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수명이 20년이지만 20개월에 그치고 마는 산란계 평생의 사육환경은 크게 케이지, 평사, 방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케이지는 배터리 케이지 형태를, 평사는 바닥 사육을, 방사는 방목을 의미하는데 방사, 평사, 케이지 순으로 닭들에게 넓은 공간을 허락한다. 같은 평사 사육 내에서도 닭들에게 허용되는 면적은 편차가 큰데 관리방식도 공간 못지않게 중요하다. 평생을 가두는 케이지보다는 방사나 평사 사육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훨씬 낫다. 하지만 대부분의 닭들은 평생을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날개도 펼칠 수 없는 좁디좁은 케이지에서 감금 사육되고 있다. 닭 한 마리에게 허용되는 면적은 고작 A4용지 크기의 3분의 2 정도. 보통 5~6마리를 넣는 케이지 한 칸이 6층까지 빼곡하고 이것이 가로로도 길게 나열된, 창문 하나 없는 폐쇄적 대형 축사의 모습이 산란계 사육의 진실이다. 초록색은커녕 녹색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오늘날 농가의 모습은 외관상으로도 공장과 흡사하다.

그럼 포장에 있는 온갖 미사여구 속에서 거짓말을 걸러내고 동물복지 면에서 그나마 좀 더 나은, 착한 달걀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달걀에 붙은 다양한 인증마크를 알아보자. 먼저 동물복지 인증은 사육환경, 사육시설, 관리방식 등에서 동물복지 측면이 많이 반영된 인증이다. 2012년 도입된 이래 동물복지 인증 농가는 전 축종을 통틀어 산란계 67, 돼지 3, 육계 1호로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는 최소한 닭을 케이지에 넣어 기르지 않으며 깔짚, 횃대, 산란상자 등 동물의 습성을 존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 농가는 평사 사육을 하고 있으며 현재 12개 농가만 방사(방목) 사육 형태다.

그리고 무항생제와 유기축산물 인증이 있는데, 두 인증처럼 항목 자체가 친환경 인증으로 분류돼 있는 인증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다. 유기축산물 인증은 유기사료를 먹이고 항균제 등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앉고 돌고 활개 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유기축산물 인증 달걀은 최소한 케이지에서 사육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무항생제 인증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무항생제 인증이라고 해서 이름처럼 항생제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했을 시 해당 약품 휴약 기간의 2배가 지나면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잔류량이 식약처가 고시한 식품공전상 허용기준의 10분의 1 이하면 괜찮다. 지난해 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무항생제 인증 농가의 항생제 사용량이 일반농가에 비해 약간 낮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무항생제 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달걀이더라도 닭들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학대되고 있는 경우가 흔하며 일반 농가에 적용되고 있는 축산법상 가축 사육밀도 기준을 거의 그대로 따르기에 일반 농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인증 마크 외에 ‘유정란’, ‘방사’ 등의 광고문구가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유정란’의 사전적 의미는 암탉의 체내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돼 산란된 알로 향후 병아리로 부화될 수 있는 달걀을 말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유정란은 종종 자연교배, 더 자유로운 사육환경 등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극단적인 예로 배터리 케이지에서도 인공수정을 통해 유정란을 생산할 수 있다. 유정란 자체를 닭에게 좋은 사육환경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방사는 원래 방목의 뜻이지만 시중의 포장에서는 방목이 아닌 평사 사육 형태도 방사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 심지어 평사 사육을 하면서 초원에 닭을 풀어놓은 사진을 넣기도 하는데 산란계 방목 농장은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동물복지 인증 또는 유기축산물 인증마크 확인하세요

 

착한 달걀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친환경이나 무항생제 등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동물복지 인증 또는 유기축산물 인증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달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동물들을 배터리 케이지와 스톨과 같은 좁고 비정한 ‘감금틀’에서 해방시켜 줄 진정한 힘은 바로 소비자들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공장식 축산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대신 동물복지 축산물이나 유기축산물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때, 동물복지축산 농가나 유기축산 농가에서도 동물을 더욱 배려해 줄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농가들도 비로소 동물복지 인증이나 유기축산물 인증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김현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arqus@eka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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