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그대로 두라

지리산은 지금 모습 그대로가 가장 정겹고 아름답다 사진제공 김석봉
 
경남도지사가 정부로부터 지리산 일대에 산지관광특구를 지정받으려고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되고 아니하고의 결과야 보나마나 하니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 도민이 살아가는데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하면 해괴한 망상일 뿐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답을 찾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낙후 내세우는 ‘낙후된 생각’

 
대개의 개발론자들은 경제적인 잣대로 현황과 사물을 평가한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내세우던 경제성마저 뒷전으로 밀리거나 가치를 잃게 되고 오직 개발을 위한 개발 합리화에 집착한다. 새만금이 그랬고 4대강사업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이 광기에 가까운 개발의 시대에 합리적으로 그 존재가치를 보장받을 자연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경남도지사가 추진코자 하는 산지관광특구 지정사업도 마찬가지다. 낙후한 산지라는 수식어는 산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낙후한 농촌’, ‘낙후한 도시외곽’처럼 어디에도 어울리는 말이다. 코에 걸면 코에 걸리는 말이요, 귀에 걸면 귀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말이 바로 그 ‘낙후’라는 용어다. ‘낙후’했기 때문에 방폐장과 원전을 들이밀고 ‘낙후’했기 때문에 카지노와 골프장을 허용한다. 그곳의 현황과 사물은 아무런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
 
지리산은 결코 낙후한 산지가 아니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에서 지리산의 농업생산성을 평야지대보다 서너 배나 높게 평가했다.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지리산을 꼽았었다. 봉건사회가 붕괴되는 시기 도망한 노비의 목적지는 지리산이었고, 지리산은 그들을 넉넉한 품으로 맞아들였다. 지금도 지리산은 그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넉넉하다.
 
경남도지사는 지리산 일대에 산지관광특구 지정사업을 추진하면서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산지이용을 사례로 들고 있다. 참으로 기가 차고 황망한 비유다. 만년설에 쌓인 5000미터 험준한 산악지역을 지리산에 대입하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멸치를 잡는데 고래잡이배를 띄우는 꼴이다. 산악열차는 뭐며 산악호텔은 또 뭔가. 알프스 산지에 관광열차가 다닌다고 해서 지리산에도 관광열차를 운행해야하는 이유가 합당하기나 한 것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개발계획을 보면 오직 정치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민들을 우매한 군중으로만 여기는 천박한 통치이념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고서야 이따위 계획을 내세울 리 없다.
 
 

사기에 가까운 정치인들의 행각

 
몇 해 전에 전남 구례군이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자 경남 산청군도 덩달아 법석을 떨었었다. 한창 농번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산청 덕산장터 옆 덕천강 변 공터에 선거유세장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모였다. 호기를 맞은 지역 정치꾼들은 주민 사이를 오가며 마치 자기가 모든 일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그때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법을 새로 고치지 않고서는 하래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곧 케이블카 사업이 성사될 것처럼 설치고 다니는 부류가 있었는데 그들은 대개 지역 정치꾼들이었다.
 
정치꾼들에게 있어서 밑져야 본전인 것이 바로 이런 일이다. 하면 한만큼 이익을 얻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이다. 하다 안 되면 중앙정부를 탓하거나 법을 고쳐주지 않은 국회를 탓한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여론몰이로 마구잡이 추진한 지역 정치꾼들은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찬사를 듣는다.
 
경남도지사가 지리산 일대를 산지관광특구로 지정하려는 사업도 정치논리에 불과하다. 법제도로 산지이용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자연공원법과 백두대간보호법이 거의 전부다. 물론 산지관리법 등 다른 법제도가 있긴 하지만 산지이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이용할 방향도 포함하고 있는 법률이다. 합리적인 내용과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산지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경남도지사는 산지관광특구 지정이 안 되면 산지를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것처럼 내용을 호도한다. 특구로 지정받아 재해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는 꼼수를 쓰면서 정치적 치적 쌓기에 올인하는 것이다.
 
지리산댐에서 보여주는 도지사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지금 지리산댐 수몰예정지에는 두 개의 교량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한 개는 얼마 전에 완공되었고 다른 하나는 강 복판에 교각을 세우는 중이다. 열악한 함양군이 군 예산으로 다리 공사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니 필시 경남도가 도비를 상당히 많이 투입했을 것이다. 댐이 계획대로 건설되면 물속에 잠길 교량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지사는 계속 댐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도 지리산댐도 한결같이 ‘낙후’한 지역발전론을 내세운 사업이다. 댐을 건설해서 늘어난 세수를 지역발전에 투입한다느니, 케이블카를 건설해 관광객을 끌어들여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느니 하지만, 정작 거덜 나는 것은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다. 지금 추진코자 하는 산지관광특구 지정을 통한 대규모 개발계획도 천박한 정치꾼들의 사기행각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낙후’한 지리산 사람들의 삶을 걱정한다면 대규모 관광특구사업은 포기해야 한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알프스 국가들의 산지이용을 지리산에 덧씌워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직 사기꾼들의 행각이다. 향락과 사치와 속도의 문명이 가득 찬 난개발로 지리산 사람들의 삶의 철학에 덧칠해서는 안 된다. 한 가닥 쇠줄에 의지해 오로지 정상으로만 향하는 케이블카 사업도, 지구의 역사가 빚어놓은 용유담 절경을 수장하는 지리산댐도 오직 사기꾼들이 치켜든 도깨비 방망이일 뿐이다.
 
지리산댐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사진제공 김석봉
 
 

지리산은 이대로 행복하다

 
내수시장 진작을 위해 주머닛돈을 풀어야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소비구조에 물든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장기를 팔아 연명하는 사람처럼 현황과 사물의 가치를 팽개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수수를 털고, 콩 타작을 하고, 나물을 말려 처마 가득 쌓는 저 따뜻함을 모를 것이다. 이것저것 팔아 도시에서 사는 아들딸 살림살이를 돕고 궁핍하게 겨울을 나게 되겠지만, 어버이의 그 지고지순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감히 여기 지리산의 수식어로 낙후라는 용어를 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이런 종류의 대형개발사업이 우리 삶과 국토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경험하였다. 강물을 죽음으로 몰고 간 4대강사업이나 개펄을 메워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새만금사업이나 한결같이 공사를 위한 공사로 끝이 났다. 경남도지사가 ‘낙후한 산지’를 내세워 추진하는 이 산지관광특구사업 또한 이전에 보여준 사업결과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지리산 일대엔 이미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고,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느림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리산 둘레길이 인기몰이 중이다. 이제 주민들은 자치적으로 마을을 가꾸고 살림터를 혁신하려는 행동에 돌입하였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리산 둘레길에 마을을 내준 것이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조직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다.
 
그렇다. 지리산은 지금 이대로도 족하다. 지리산에 묻혀 사는 사람들을 결코 ‘가난’하다고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설령 ‘가난’하다고 해도 불편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경남도지사가 계획하는 관광개발특구는 100퍼센트 지리산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김석봉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시인이자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ksb@kfem.or.kr

 

국립공원 난개발 불러올 산지관광특구 제도

 
지난 8월 12일 박근혜정부는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산지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지관광특구 제도’를 도입, 지자체의 신청으로 특구로 지정되면 산지관리법, 산림보호법, 자연공원법 등 관련법상 규제를 일괄로 해제하고 휴양형 호텔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양군의 설악산케이블카 설치와 서울시 신규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 지원할 것이며,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원하는 지역은 설치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산지 난개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산지관광특구 제도의 예고는 ‘산으로 간 제2의 4대강사업’이라 평가되는데, 실제 4대강사업의 경우도 문화재보호법, 하천법 등 관련법을 깡그리 무시하며 초법적으로 진행된 바 있고, 그 결과 강은 점점 썩어가고 생태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근혜정부의 산지관광특구 제도는 이후 언론의 취재에서 환경부 등 주무부서와의 협의도 전혀 거치지 않은 맹목적인 개발 의지인 것으로 드러나 향후 더 큰 논란을 불러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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