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날 위기의 제주 선흘곶 _ 박현철.이성수
















제주 생태계의 허리 지역이 막개발에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34일, 제주 중산간 곶자왈 지대에 위치한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인 선흘곶에서 골프장 60만 평과 850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짓는 묘산봉관광지구개발사업이 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통과했다. 조건부 통과였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분포정밀조사를 하고 제주고사리삼의 분포현황추가조사를 하는 조건이었다. 결과는 뻔히 예상됐다. ‘동굴분포조사 결과 추가적인 동굴의 확인은 없었고 기존에 발견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이외의 군락지 또한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를 토대로 제주도의회는 4월 12일 이 사업에 동의했다. 현재 5월 20일로 예정된 제주도의 최종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사업은 1994년 제주도가 지정한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의 하나로 묘산봉관광지구가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7년 라인건설이 묘산봉지구의 국토이용계획의 변경을 신청하고 관광지개발을 위한 군유지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곧 부도를 내고 사업은 중단됐다. 다시 2003년 4월, 사업자 공모에 당첨된 (주)에니스는 그해 7월 사업지구인 선흘곶 김녕리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토론회를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다음달 (주)에니스는 사업이행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의 임원을 추가하는 등 반대운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2005년 11월까지 제주환경연합을 중심으로 한 선흘곶 생태조사와 생태기행, 토론회, 곶자왈보전대책 건의 등 대책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이 사업은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주민설명회도 성사됐다. 2년여 동안 주민대책위의 활동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했다. 사업자가 주민들과 협약을 맺어 대규모 발전기금 조성을 약속했던 것이다. 현재 김녕리 청년회를 중심으로 오히려 주민들이 사업예정지를 순찰하면서 외인 출입을 막는 등 사업자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양수남 제주환경연합 교육팀장은 특별법의 문제를 일차적으로 지적했다. “2005년 말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 올해 2월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인해 제주도는 제주의 문제를 제주인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됐습니다. 묘산봉지구개발사업만 해도 영향평가에서 환경부 등 전문기관의 권한은 그저 권고할 수 있을 뿐, 제주지사의 사업승인에 관해 어떠한 법적 강제력도 없습니다. 결국 특별법은 제주 도민들의 역량과 의식이 높을 때는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관과 기업의 개발의지, 주민들의 개발욕구가 환경파괴적인 개발로만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그 다음 지적될 것이 지역 학계 전문가들이 개발사업들을 학문적으로 승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묘산봉지구 내에는 한국 특산양치식물(고사리삼과의 새로운 속)인 제주고사리삼의 서식지가 확인된 데만 61곳이다. 이 식물을 발견한 제주대 김문홍 교수는,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심의회 추가조사 보고에서 ‘더 이상의 군락지는 없고 있어도 이식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제주 내에서 식물학 관련 최고 권위자로 그가 제주고사리삼의 현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전향적인 판단을 했다면 평가 통과는 어려웠을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식 후 제주고사리삼의 생태적 안정성이 유지될 것인가.’인데 문제가 없다는 김 교수의 판단은 상식에 반한다. 또한 동굴분포조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낸 제주동굴연구소 손인석 소장 또한 제주 동굴학계의 권위자다. 그는 ‘더이상의 동굴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시민조사단의 말은 다르다. 미발견 용암동굴들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자가 사업예정지 내의 동굴 보호를 위해 동굴에서 20미터 이내로는 공사를 않겠다고 하나 20미터 가지고는 공사로 인한 진동 등으로 동굴에 끼칠 위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학계가 학적 진실이 아니라 지역의 개발의지를 추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선흘곶 곶자왈 지대는 거문오름에서 시작된 두 종류의 용암의 흐름이 그 하부에 많은 용암동굴과 지하수를 유입하는 숨골들을 숨기며 상부에 암반 평탄지형을 만든 곳이다. 그 평탄지형 위에 한반도 양치식물의 80퍼센트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빗물을 지하수로 바꾸는 곳이고, 제주 습지의 거개가 존재하는 곳이며,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한라산 권역과 함께 제주 최대의 생태계이다. 묘산봉지구개발사업은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중산간 곶자왈 지역인 선흘곶을 개발지구와 보존지구로 칼질하면서 이분시킬 것이다. 선흘곶은 사업지구와 인접한 제주도 지방기념물인 동백동산과 묘산봉지구를 합한 지역이다. 개발로 묘산봉지구가 개발되면 하나의 생태계로 이루어진 선흘곶은 크게는 두 개, 좀더 자세히는 수십 개의 생태섬으로 조각나고 말 것이다.

정상배 제주환경연합 조사위원은 “사업을 끝까지 완성시키지 못해도 사업자로서는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인식이 개발업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사업승인을 받았던 사업부지의 땅값은 확실히 상승하기 때문에 골프장을 건설하다 못 지어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길 때 이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실제로 묘산봉지구개발사업은 애초의 사업자로부터 회사가 바뀌고 또 대표자까지 두 번이나 바뀐 (주)에니스가 현재 사업자이다. 지역의 작은 개발업체에 불과한 이들이 거액의 사업비용을 다 댈 수 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비록 동부건설이 재정 보증을 선다 해도 대부분은 ‘남의 돈 꾸어 사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높은 투자위험을 무릅쓴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지가상승의 마술이란 뜻이다. 정 위원은 최근, (주)에니스에서 기획과장으로 일하면서 사업과 회사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를 빌미로 강제해직당한 권혁성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됐다. 다음은 정 위원과 권 씨의 인터뷰다.

-재직 시 제기한 사업과 운영상의 문제란 뭔가?
“당시의 대표이사 김택용 씨 등에게 사기, 공금유용 등 비리가 있었다. 또 J고문(현재 이사)이 동거인 명의로 지구 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문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대표이사가 계속 바뀌었는데?
“김택용 씨가 이사회에서 제명되고 이대봉(참빛가스 대표이사, 참빛그룹은 제주 이어도골프장 사업자) 씨가 재직하다 현재는 김정욱(LG건설 출신) 씨가 맡고 있다.” -당시의 회사사정과 현재 변화된 내용은?
“가장 중대한 변화는 지급보증 겸 투자사가 (주)국민자산신탁에서 동부건설로 바뀐 것이다. 회사 내 요직에 제주 본부장 출신 인사와 도청 공무원 출신 J씨가 포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는데?
“2004년 1월 당시 대표이사 김택용 씨와 당시 김녕리 이장 한태홍 씨가 협약을 맺어 △마을발전기금 35억 원 출연 △200억 원 지역투자 △주민 고용 △공사 시 지역업체 배정 △지구 내 판매장 개설권 주민 보장 등 25개조의 협약서를 체결했다. 현재 약 10억 원 정도가 마을기금으로 기부됐다.”

김 씨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이 사업이 제주 도내 개발연대의 작품임을 알게 된다. 제주 선흘곶의 생태가치를 140만 평의 관광유락지로 훼손할 묘산봉지구개발사업의 핵심은 골프장이다. 「골프장의 입지기준에 및 환경보전 등에 관한 규정」(문광부 고시)은 총 임야면적의 5퍼센트 이내에만 골프장 조성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있다. 현재 제주 내의 운영중이거나 승인·절차이행 및 사업 예정 골프장은 총 38개소에 초지면적의 4.78퍼센트(최근 사업계획이 진행중인 18홀 골프장이 허가되면 4.98퍼센트)에 이른다. 포화상태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 다른 골프장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오리란 보장은 없다. 실제로 2005년 제주도 소재 골프장 이용객 78만 명 중 27만3천 명, 35퍼센트가 제주도민이었다. 묘산봉지구에 들어설 골프장이 선흘곶의 생태계만 망치고 바라던 지역발전을 도리어 저해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제주 골프장 포화의 포말이 될 위험성을 안고 사업은 최종승인이 목전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묘산봉지구개발사업이 제주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가 제주다울 수 있는 것은 제주만의 독특한 지형지질과 생태환경 때문이지 골프장 때문이 아니다. 골프장을 핵심으로 하는 묘산봉지구개발사업은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박현철 기자 parkhc@kfem.or.kr
사진/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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