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멋진 백양산에 골프장이 무슨 말이고?

양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으로 불렸다. 남쪽은 당감동 뒷산의 천년고찰 선암사에 의해 선암산으로 불렸고, 그 반대편 서쪽에서는 모라 운수사의 이름을 본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명명됐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놓고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를 반출하였다. 

 

백양산은 해발 642미터로 부산의 등줄산맥인 금정산맥의 주능선에 솟은 산이다. 부산도심의 주요하천으로 우리나라 상수도의 시초가 된 성지곡수원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동천의 발원지가 된다. 수계가 발달하여 소규모의 습지가 산재하고 약수터가 많아 인근 주민이용이 많다. 

5월이면 백양산 주능선인 불웅령에서부터 삼각봉 능선 양쪽에 철쭉이 만발한다. 백양산은 부산지역을 조망하는 곳으로 최상의 수준이다. 동남쪽으로는 해운대를 비롯해 영도 봉래산까지를 보여주고, 해운대구, 진구, 남구, 연제구, 동구 시가지, 황령산과 수정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편 서북쪽은 진구 일원과 사상구와 북구, 강서구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낙동강 하류와 금정산맥의 능선을 보는 것도 장쾌한 맛을 보여준다.

 

롯데 10년 동안의 거짓말

지난 1999년 (주)롯데호텔은 백양산 일대 40여만 평을 매입하여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위해 부산시에 도시계획시설 결정 신청을 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2000년 1월 계획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2002년 5월 롯데는 골프장건설을 재시도, 또 다시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철회했다. 거듭된 반대에도 롯데는 백양산 골프장 건설을 2008년 12월부터 노골화시키고 있다. 

최근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필생의 사업 운운하며 고용창출과 세수증대를 내걸며 행정기관의 동의를 구하는 한편 테마공원 ,주민회관, 복지시설 따위로 지역민을 현혹하면서 개발의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백양산은 천년고찰 선암사와 운수사 등이 산재해 있는 역사적 공간이자 인근 지역민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산이다. 더욱이 백양산은 부산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생태적 연결점과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시민의 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백양산의 골프장 예정부지는 부산진구 당감동 산 34번지 일원 약 34만 평이다. 골프장 계획에 따르면 전체 18홀 규모로 부산국제고등학교 뒤편에서 6개의 약수터, 양묘장, 삼각봉, 선암사 등 당감 3동 산 34번지 부지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인근 주민들과 등산객이 이용하는 임도와 숲길이 폐쇄되고, 산 정상에 올라가서도 골프장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결국 백양산 남동쪽 사면에 녹색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백양산은 예정부지와 아파트가 맞닿아 있어 2년 동안의 공사기간동안 발생하는 공사장의 발파소음, 공사차량의 피해,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또한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골프 잔디를 위해 백양산 수림을 모두 베어내고 땅을 완전히 깎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무와 자연의 식생들이 모두 파괴되고 보습성이 뛰어난 산림은 훼손될 것이다. 골프장 잔디는 배수성이 뛰어난 식물로서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이 일반 식물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하루에 무려 1500톤 가량의 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 양은 지역주민 천여 명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물의 양보다 훨씬 많은 것이고 요즘처럼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롯데는 선별적 지역주민의 골프장건설 설명회를 유치하면서 이러한 피해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롯데는 골프장 사업이 지역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의 특성상 실질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수증대 효과도 지방세 약 5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이는 2008년 진구 예산 2121억 원 대비 0.2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롯데는 1990년 첫 부과종합토지세를 단돈 2000원을 냈고, 1991년 3000원, 1992년 4000원을 납부했다. 더 심각한 것은 취득세를 19만4000원을 납부했는데 일반적으로 세금을 낼 경우는 47억 원 정도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모자라 2001년 지방세 환급 행정소송을 통해서 4억5000만 원을 환급받았다. 탈세와 환급의 달인인 롯데가 과연 세수증대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의문이다. 골프장으로 인한 이익은 불분명하지만, 골프장이 들어섬으로 인해 나타날 피해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전국 대도시 가운데 1인당 공원면적이 가장 낮은 부산!

부산의 1인당 공원면적은 6대 광역시 중 꼴찌다. 서울은 14.94제곱미터인 반면 부산은 5.07제곱미터에 불과하다. 법적 기준인 6제곱미터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나마 부산의 2007년 도시 숲 면적만큼은 특별광역시 중 최고라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 이는 부산의 부족한 공원면적을 산이 채워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산의 최근 5년간 산림면적 훼손이 475헥타르로 서울 45헥타르, 대구 36헥타르에 비하면 훼손율이 무려 10배에 달하고 있어 부산 시민들의 숨 쉴 공간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도심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양호한 백양산과 부산 외곽지역인 기장, 양산 일대에 있는 골프장의 경쟁은 명약관화 할 수 있다. 나아가 백양산의 골프장 건설이 기정사실화 될 경우 부산지역 산지 대부분이 사유지인 점을 감안한다면 도심 내에 위치한 금정산이며 황령산 어떤 곳이라도 입지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그 때 부산시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2004년 6월 5일 보궐선거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은 ‘골프장 같은 시설이 건설되지 않기 위해 도시계획법상 녹지보전지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공약한 바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허남식시장은 2004년 부산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백양산을 시민의 품으로

1999년부터 시작된 백양산을 독점하려는 롯데의 탐욕은 끝이 나질 않고 있다. 이번 롯데 골프장 계획 역시 주민들에 의해 무산된다 하더라도 언제 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다시 나설지 모를 일이다. 이제 이 지루하고 오래된 싸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부산환경연합은 백양산 인근 주민들과 함께 골프장 반대를 넘어 백양산에 시민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조례제정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상위 1퍼센트, 귀족들만을 위한 골프장이 아닌, 백양산을 사백만 부산 시민 모두의 휴식처로 만들고 백양산의 자연과 환경을 영구적으로 지키기 위한 운동이 될 것이다.

 

글·사진 이승준 부산환경운동연합 녹지보전 활동가 pusan_sk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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