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미래와 오색 케이블카

최근 지방선거와 맞물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비롯하여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지난 1982년부터 약 40년간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케이블카 설치 요구 등으로 논의가 정리되지 못하고 계속 설치 찬성과 설치 반대의 입장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2020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부동의한 것은 부당하므로 취소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동안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해온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에게는 참 야속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를 오랫동안 추진해온 강원도 양양군으로서는 꺼져가는 희망의 불꽃을 다시 지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 이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로 케이블카 설치는 적극 추진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계기로 여야 후보 모두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하면서 오색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지역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의 의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품고 있는 국립공원 설악산
 
설악산은 자연가치가 매우 중요하여 1965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되었다. 1970년에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자연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설악산은 이처럼 천연기념물과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동시에 지정될 정도로 그 자연환경 보전이 중요하고 널리 알려진 보호지역이다.
 
이와 같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입장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국립공원은 자연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자산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기 위한 보호지역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인간이 생물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생물권의 파괴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약속한 보호지역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현재 세계 약 150개 국가가 참여하여 보호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대상지역을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한다. 이 중 핵심구역은 엄격히 보호하면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조사연구나 교육과 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은 활동만이 허용된다.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을 둘러싸거나 인접한 곳으로 환경교육, 레크리에이션, 생태관광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협력구역은 다양한 농업활동, 주거지 등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케이블카와 같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은 완충구역이나 협력구역에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는 지역은 안타깝게도 핵심구역이다.
 

서식지 조각내는 케이블카

 
지역주민을 위한 생태관광과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 모두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설악산이 국립공원이나 생물다양성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핵심적인 이유가 되는 핵심구역에 케이블카를 놓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핵심지역은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것을 가장 우선해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는 구간은 오색약수터에서 해발 1480m 끝청 하단까지이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1급이며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이 살아간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정상은 아고산대 식생인 분비나무가 일부 생육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외에도 자연적으로 생육하는 잣나무가 곳곳에 있어서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잘 보전된 자연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생태학 이론 중에 서식지 분단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 숲에 도로를 내게 되면 전체적으로 숲 면적은 약간 축소된다. 하지만 생태계는 도로로 인해 두 조각으로 나뉘게 된다. 실제 숲의 면적은 약간 축소되었지만 숲이 가지는 생태적 가치는 반절 이하로 축소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도로를 내게 되면 숲은 다시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생일 케이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도 케이크의 총량은 변화하지 않지만 처음 나누지 않은 케이크의 면적과 나누어진 각각의 케이크 조각의 면적은 큰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작은 조각에서는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기 어렵다. 또는 이런 환경에 적응한 생명들만이 살아갈 수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케이블카는 지상으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서식처를 분단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케이블카 아래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케이블카가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녹지는 연결되어 있지만 야생동물들은 도로와 마찬가지로 케이블카 근처로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악산이 케이블카로 인해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되는 것이다. 케이블카 아래를 어슬렁거리는 야생동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런 동물은 이미 인간의 간섭에 익숙해진 동물원에 있는 동물과 유사한 생활방식을 택하는 동물이다.
 

표를 위해 자연자산 포기하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오체투지 Ⓒ녹색연합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의 원인으로 인간과 자연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촉해서 발생되는 문제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지나친 산림개발 등을 통해 산림 내부에만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 세상으로 확산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핵심구역을 설정하여 인간의 접근을 억제하고 있다. 
케이블카의 설치는 이와 같은 핵심지역에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하는 제목으로 선을 긋는 행동이다. 지금 당장에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설악의 자연자산이 감소하게 되면 케이블카로 얻어지는 수익보다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 피해는 오색계곡에서 살아가는 산양과 설악산을 넘어 결국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여 경제를 앞세우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지역경제를 활성화는 케이블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해 자연자산을 경제라는 이름으로 무수히 훼손해 왔다. 그래서 늦었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자연자산을 보호지역으로 정하여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법으로 정한 국립공원과 국제적으로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생물권보전지역마저 훼손하려고 하고 있다. 정치인에게는 자연이 가지는 미래의 자산가치보다 당장의 표가 급하다. 그래서 중요한 자연자산을 표를 위해 포기한다. 하지만 잘 보전된 설악산은 우리세대만의 자산이 아니다. 현세대가 무수히 파괴한 자연자산 가운데 운 좋게 살아남은 정말 귀한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이다. 
 

보호지역 개발은 바람직하지 않아

 
2022년 3월 30~31일 파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정책위원회 장관급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모두를 위한 회복 탄력적이고 건강한 환경보장’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회의 결과 발표된 선언문에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 중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의 채택과 이행이 주요한 사항으로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는 육상 및 해양보호지역 면적을 최소 30% 이상 보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보호지역 면적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이전의 생물다양성 목표인 육상 면적 17%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이 목표를 거의 달성했지만 이제는 새롭게 추가적으로 13%를 더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잘 보전해왔던 보호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보호지역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보호지역을 잘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글 /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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