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꼭대기를 무등산의 것으로!

호남의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아마도 무등산이 선봉에 있을 것이다. 무등산은 물리·환경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정신·철학적 가치와 의미를 찾게 하는 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광주에 소재한 많은 학교의 교가에는 무등산이 등장한다. 무등이라는 상호명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호남지역에서 무등산의 입지는 상징하는 바가 크며 지역민의 애착도 크다. 무등산이라 이름 지어진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등(無等)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와 해석은 가볍지 않다. 등급 구분과 차별이 없는 대동세상을 지향하는 의미를 ‘무등산’에서 되뇌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추상적 가치는 무등산이 갖는 생태 환경, 지리지형적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 무등산에 깃들어 형성된 문화, 즉 사람들의 삶과 인식의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이렇게 지역민들의 정신적 버팀목이며 어머니의 산인 무등산의 정상은 온전히 무등산의 것이 아니다. 무등산 정상부에는 공군 방공포대가 마치 점령군처럼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정상부에 군부대가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무등산이 유일하다. 
 
국립공원 무등산의 정상부는 군부대와 통신시설 등으로 점령당한 상태다 ⓒAuteurkims
 
 

군부대 이전 요구하는 지역민들

 
국방부는 1966년 무등산 정상 10만8000제곱미터 부지에 방공포대를 주둔한 뒤 1985년부터는 10년간 점•사용허가를, 그 이후 현재까지는 광주시와 협약을 맺고 3년마다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아니라 광주시, 전남 화순군, 사찰이 소유하고 있다. 국방부는 광주 그리고 전남지역 지자체의 협조와 동의로 무상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지키기 위한 안보 목적의 방공포대 주둔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기체계의 변화, 기술의 발달로 방공포대가 높은 산에 위치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즉, 안보 목적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방공포대에 적합한 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무등산 정상부에 주둔함으로써 무등산의 훼손 문제와 이로 인한 무등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무등산 정상의 군부대 이전을 주장해 왔다. 이런 연장에서 2007년 광주시가 국방부에 군부대 이전을 요청하여 이전이 구체화 되는 양상이 되었다.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 광주시와 환경부는 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 노력을 포함한 무등산 복원을 위한 과제 해결에 대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작년 말 국정감사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이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 문제를 지적하고 국방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면서, 여론이 다시 환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방부도 무등산 군부대 이전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며, 이전 지역 검토까지 진행된 것이 재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국방부가 이전 비용을 비롯하여 새 후보지 확보를 광주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기부대 양여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등산 정상 복원의 첫 과제인 군부대 이전을 국방부와 환경부가 앞장서서 해결해 주어야지, 지자체로서는 무리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 여론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 12월 12일, 권은희 의원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무등산 정상 공군 방공포대 이전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국방부 관계자가 군부대 이전 요구를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전 방식도 기부대 양여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실행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2월 1일에는 무등산 탐방로 초입인 문빈정사 앞에서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87초록깃발 캠페인’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무등산 정상 해발고도 높이인 1187미터와 복원을 상징하는 초록깃발이라는 이름으로 무등산 군부대 이전과 복원을 촉구하는 시민캠페인을 본격화한 것이다. 
 
1187초록깃발 캠페인 시작을 알리는 지역 주민들 ⓒ무등산복원시민모임
 
 

폭넓은 공론화 필요해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등 무등산 정상부를 비롯하여 입석대, 서석대, 규봉암 등 기둥처럼 솟은 바위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무등산만의 독특한 지형, 지질 환경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용암이 분출하고 냉각 수축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원형, 오각형, 육각형 등 다각형의 돌기둥은 웅장하면서 강직하지만 우악스럽지 않다. 도드라진 바위군이 부드러운 무등산의 능선에 유연하게 스며들어 있다.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인 훨씬 더 먼 옛날 지구가 혈기 왕성한 시절을 보내던 그 시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렇게 시간과 생명을 품고 있는 무등산에 안겨 위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자연에 경외감을 느끼는가 하면, 또한 포근한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전국 각지에서 무등산을 찾고 있다.
 
무등산이 온전히 무등산으로 복원되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도리일지 모른다. 복원에서의 짧지 않은 물리적 시간뿐만이 아니라, 폭넓게 협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 또한 분명히 감안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의 첫 단추는 군부대 이전 문제의 매듭을 푸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cjh062@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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