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가기 전 알아야 할 몇 가지

지역의 한 동물원. 토요일 아침부터 가족들과 연인들로 동물원은 붐볐다. 표를 끊자마자 아이들이 달려간다. “와 곰이다 곰, 근데 왜 이렇게 좁은 데 있지?” 에조불곰 우리 앞에서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일곱 살 아이 눈에도 150킬로그램이 넘는 에조불곰의 우리는 너무 작나 보다.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원 기린
 

동물원에서 야생동물로 산다는 것

 
호기심이 많고 뛰어난 냄새 맡기 실력으로 먹이를 찾으며 개보다 빨리 달리며 수영도 잘한다는 설명이 무색하게 작은 콘크리트 안에서 에조불곰은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다. 우리 안에는 불곰이 호기심을 둘만 한 그 어떤 것도 없다. 쇠창살 밖에서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도 불곰은 꿈쩍하지 않는다. 비탈진 시멘트 바닥은 편하게 누워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경사진 시멘트 바닥은 남은 음식물이나 배설물을 청소하기 쉽도록 한 것”이라고 동행한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가 설명한다. 에조불곰 옆 우리 안 반달가슴곰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멸종위기종이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지정 취약종 반달가슴곰이지만 철창 안에서는 감옥 안에 갇힌 죄수와 다름없다. 무기력한 곰, 지저분한 곰에 실망한 아이들은 다른 동물을 찾아간다.  
 
침팬지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올라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눈 밝은 사람들이 침팬지를 발견하고는 과일을 던져 유혹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쟤 엉덩이 봐, 정말 빨개.” 사람들이 모여들고 손가락질하며 웃는다.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침팬지는 점점 더 얼굴을 가린다. 놀림을 많이 당하는 동물들은 소심해진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몇 걸음 옮겨 일본 원숭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발아래 있다. 뻥 뚫린 공간에서 사람들은 일본원숭이들을 내려 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받도록 전시하는 방식은 서로 동등한 입장이 아니라 상하관계를 강요한 것으로 동물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전시법이라고 전 대표는 꼬집는다.  
 
하마는 시멘트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왜 안 움직여요?” 아이의 말에 한 남성이 하마에게 당근을 던졌다. 당근에 맞은 하마는 괴로운 듯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 하마를 움직이기 위해 사람들이 던진 당근과 사과 조각이 하마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다. 해당 동물원 홈페이지에는 ‘야생에서 하마는 낮에는 물속에서 생활하며, 해가 지면 물에서 기어 나와 풀을 뜯어 먹으러 초원을 수 킬로미터씩 돌아다닌다는 정보가 실려 있다.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란 거다. 이 같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을까?     
 
아시아 코끼리는 성숙한 암컷이 이끄는 가족단위가 다른 가족단위와 결합하여 30~40마리의 집단을 이룬다. 친구에게 몸을 비비면서 코를 서로 감거나, 또 상대방의 입 속으로 집어넣어 인사를 한다. 하지만 동물원 코끼리는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코끼리만 있을 뿐 인사 나눌 동료가 없다. 야생에서 하루에 수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코끼리에게 동물원이 허락한 공간은 스무 걸음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 끝에서 멈춰버린 코끼리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갑자기 코끼리가 이동을 멈추더니 머리를 좌우로 심하게 흔든다. 코끼리의 눈에는 초점이 없다. “전형적인 정형행동”이라고 전 대표는 말한다. 좁은 공간과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인 것이다.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은 또 있었다. 키가 3미터가 넘는 기린 한 마리는 사람들이 없는 구석에서 홀로 서 있다. 다가가보니 철로 된 봉을 입에 넣고는 좌우로 움직이며 빨고 있었고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동물원 동물들은 행복해졌을까?

 
2002년 환경연합 회원소모임 ‘하호’가 동물원 동물들의 열악한 환경을 담은 보고서 ‘슬픈 동물원’을 낸 뒤 13년이 지나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 대표는 잘라 말한다. “서울대공원은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동물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낡은 시설부터 문제다. “지역의 동물원은 1970년대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그때 지어진 동물원의 시설은 1950년대 기준으로 건설됐다. 낡은 시설을 개·보수한다 해도 외관 페인트칠을 하거나 울타리를 보수하는 등 동물 복지와는 거리가 있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새로 지은 전시공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면적만 조금 넓어졌을 뿐 철장 대신 통유리로 관람객들이 안을 들여다보게 돼 있고 동물들이 흥미를 유발할만한 것들은 없다.”고 지적한다.   
동물원의 무기력한 동물들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자 동물원이 내놓은 것이 동물쇼와 동물 체험이다. 사람들은 사육사가 지시하는 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물들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도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일을 좋아한다. 덕분에 동물 쇼와 동물 체험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동물 쇼나 동물 체험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동물 학대도 심심찮게 부른다. 지난해에도 한 동물원에서 쇼에 동원되는 바다코끼리를 훈련시키면서 학대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논란을 빚었다. 
 
야생에서는 낮에 물속에서 잠을 자지만 동물원 하마는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던지는 과일조각 때문에 힘들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최소한 동물 복지를 고려한 동물원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몇몇 동물원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동물원 동물들의 적정한 사육환경이나 관리 등 동물 복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다보니 일부 동물원 동물들은 고유한 생태적 습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식환경과 관리를 받지 못하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동물원 내 가혹행위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동물보호단체는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 2013년 9월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동물원 법’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은 환경부장관 소속의 ‘동물원 관리 위원회(이하 위원회로 명시)’를 두고 동물원 설립에 대한 사항을 심사하게 하고, 동물원에서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훈련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동물이 수의학적 처치를 필요로 할 때는 즉시 조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자연상태의 습성 등 종 고유의 특성상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동물을 ‘사육 부적합 동물’로 매년 지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규정도 들어 있다. 
아이와 동물원 야생동물들을 위해 할 일
 
동물원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만나는 공간이다. 그 동물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엿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동물원 시설과 문화는 야생동물에 대한 교육은커녕 열악한 환경에서 무기력하게 전시된 동물들만 보여줄 뿐이다. 그것을 본 아이들이 공존의식을 기르고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갖기는 어렵다. 
 
동물원을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동물원에 갇혀 있는 야생동물들이 자연 상태와 비슷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당장 동물의 사육 공간을 좀 더 넓히고 시멘트 바닥 대신 흙으로 된 바닥과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할 때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시 목적의 동물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물원이 스스로 변화하기란 힘든 일이다. 동물원을 찾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요구해야 동물원은 변화할 것이다.  
 
“동물원은 우리 안의 자비심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다. 또한 인간이 함께 사는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디트로이트 동물원 원장 론 케이건의 말이다.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권한다.   
 
1.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동물원보다는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을 가라. 
2. 동물원을 가기 전 만나고 싶은 야생동물의 습성과 생태에 대해 알아본다. 동물원 홈페이지 등을 참고할 수 있다.  
3. 동물원을 보지 말고 동물을 만나자. 공간은 충분한지, 숨을 곳은 있는지, 먹이는 충분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동물원에 건의하자.
4.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 동물의 서식지가 지켜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행동한다.
 

글•사진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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