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었건만 두물머리에 봄은 언제 오려나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쫓겨난 최요왕 씨. 인근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두물머리에서 농사짓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두물머리에 대한 기억을 묻자 최요왕 씨는 그 순간을 생각하는 듯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업은 회원들을 묶는 농사법이었다고 한다. 두물머리가 인가도 없고 외진 곳인데도 회원들끼리 모여서 농사짓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하는 것이 참으로 재미났다는 것이다. 두물머리에서는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도 일정한 장소를 정해 두고 필요한 사람이 쓰고 갖다 놓으면 다른 사람이 또 사용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공유경제의 앞선 모델이었던 셈이다. 
 
그랬던 이들이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만나면 애틋하고 가슴만 아프다. 최 씨는 이를 두고 ‘농지’ 부채의 덫에 걸린 아픈 현실이라고 했다.     
 
 

두물머리 사람들

 
두물머리 농민들이 4대강사업의 광풍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자존심, 자존심 때문이었죠.”라며 배시시 웃으며 답한다. 이어 “농사가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유기농업을 하면서 한강수질오염도 줄이고 밥상도 건강한 재료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농사를 지어왔어요. 근데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돌연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원인이라고 하잖아요. 그건 자부심이 무너지는 이야기이고 때문에 인정을 할 수 없었죠. 유기농업에 대한 명예회복이 가장 절실한 마음이었어요. 그러한 명예회복이 행정소송 1심에서 이기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최 씨는 두물머리를 4대강사업으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대부분 귀농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하천부지는 농사를 시작하기 쉬웠던 땅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되었고 팔당생명살림협동조합도 가능하게 됐다. “4대강사업이 두물머리 지역에서는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 대안으로 조성한) 생태학습장으로 편입된 부지들이 다 농사를 지었던 땅들입니다. 농경지 면적이 줄어들면서 생협 또한 어려움이 커졌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두물머리 지역은 농지 지력이 좋아서 생산력이 3~4배 정도 높았다.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다른 지역으로 간 사람들은 지력이 좋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두물머리 사람들이 땅으로부터 뿌리 뽑혀 여기저기 흩어지게 되었고, 생태학습장도 어렵게 합의를 했지만 농지를 상실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쳐다보기도 싫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농지’ 부채의 덫

 
지금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춘래불사춘”이란다. “농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문제는 두물머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농지관리시스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과 같이 농지가 사유화되고 농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 그 비용을 지불하고 농사를 지어서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다. 농지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데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상으로부터 땅을 물려받은 사람도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데, 농지를 새로 구입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도저히 지금의 구조에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농지에 대해서는 ‘공적소유제도’를 도입해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농지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농지부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일정한 비용을 내고 임차를 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꿈꾸는 두물머리

 
그가 꿈꾸는 두물머리는 어떤 것일까. “살아남아서, 농사로 식구들을 아이들을 먹여 살리면서 사는 것”이라고 최 씨는 이야기한다. 얼마나 큰 위기감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최 씨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최요왕 씨가, 두물머리 사람들이 살아남아서 유기농업의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본다. 두물머리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마음 속 깊이 응원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당장 두물머리에서 쫓겨난 농부들이 지금 한창 딸기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체험을 다녀오는 것은 살아남아서 유기농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두물머리에는 두머리부엌도 생겼다. 유기농 생산자들이 공급하는 먹거리로 밥상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듯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두물머리에서 다시 살아남고자 오늘도 힘을 내고 있다. 그들을 만나 힘을 나눠줄 수 있기를.
 
 
 
 
 
 
딸기체험문의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788-1  최요왕 체험농장
문의: 010-5130-4796

글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 ecovis@hanmail.net  사진제공 환경안전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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