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 그들의 존재 이유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
그들의 존재 이유


글·사진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kjo@kfem.or.kr


1996년 여름 시민운동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접한 것이 가야산골프장 반대운동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새내기 간사에게 모든 것은 낯설기만 했다. 서명용지를 들고 대구 시내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 날들이 얼마였는지, 농사일 제쳐두고 지나가는 시민들 붙들고 가야산에 골프장은 안 된다고 목이 터져라 호소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대구나들이가 얼마나 잦았는지, 그 뜨거운 태양아래 스님들의 가사장삼은 얼마나 땀에 젖었는지.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 날도 시내에서 가야산골프장 반대서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서명용지가 부족해 급히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가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택시기사 아저씨가 몹시 험상한 인상인데다가 짧은 옷에 내비친 팔뚝에는 갖가지 형상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긴장한 것을 눈치 챘던 것일까? “그 뭔 교?” 하고 묻는다. “아~ 예. 가야산 국립공원에 골프장을 만들려고 해서 반대하고 있어요.” “뭐요? 거기 내 고향인데. 미친 ×들이네.”하시며 끝내 택시비를 받지 않으시던 택시 기사아저씨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해인사와 가야산
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가야산국립공원과 해인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곳이 전국적으로 더욱 유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해인골프장’ 반대운동이었다.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반대운동은 해인사를 시작으로 전국 사찰로 퍼져나갔고, 환경운동역사상 단일사안으로는 처음으로 골프장 반대 100만 명 서명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행을 하던 스님들이 거리로 나오고, 청정지역의 딸기로 유명한 고령의 농민들은 일손을 걷어 부치고 반대운동에 몰입하였다.


해인사 승가대학이 중심이 된 불교계에서는 수행도량인 해인사의 유수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여러 차례의 현장조사, 심포지엄 등을 통해 해인사와 국립공원의 가치에 대해 알려내고자 했다. 특히 해인사에 모시고 있는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해인사에 들어서면 나무목판에 ‘가야산 해인사’라고 새겨져 있다. 이렇듯 가야산과 해인사는 뗄 수 없는 불과분의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때문에 그 당시 해인사를 비롯한 불교계가 가야산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혼신에 힘을 쏟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해인사는 그때의 해인사가 아닌 듯하다.
가야산국립공원에 물줄기는 고령군 덕곡면으로 모두 흐르게 된다. 고령은 전국적으로 딸기가 유명하고 특히 가야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서 모든 농사를 짓고 있는 덕곡면은 청정지역으로 이름이 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과 딸기는 청정지역 가야산이라는 브랜드로 농촌의 소득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길고 긴 싸움
1990년 그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사업을 위해 국립공원 계획 변경을 결정 고시하였고, 1991년 6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가야개발의 골프장 사업시행을 허가하였다. 그러나 (주)가야개발은 사업에 착수하지 않았으며 1994년, 1997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확약과 함께 공사연장허가를 신청하였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시행기간 연장을 허가해 주었다. 1998년 (주)가야개발은 그 때까지도 전혀 사업에 착수하지 않은 채, 2001년까지 재차 연장해달라는 공원사업시행기간 연장허가재신청을 하였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회 연장을 해주었음에도 사업을 하지 않은 채 사업시행기간이 경과되었고,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므로 사업시행기간의 재연장을 불허 한다.”며 재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9년 (주)가야개발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상대로 공사연장불허에 대한 청구소송을 하였지만 2003년 대법원은 ‘공원사업지구 및 주위의 자연환경 및 이 사건 공원 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공원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으로 인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등의 사익보다 훨씬 그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 는 판결 내용과 함께 (주)가야개발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렇게 가야산골프장 문제는 일단락 된 듯했다. 그런데 2009년 (주)해인이라는 이름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 또 다시 골프장 승인 허가를 신청하면서 새롭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현행법상 국립공원에는 골프장을 지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환경부 고시에 여전히 그 지역은 국립공원 내 체육시설 ‘골프장’으로 허가가 나 있고, 사업주의 재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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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무인시스템인가?
그러나 여러 법률가들의 검토의견에 따르면 2003년 대법원 판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기간연장허가불허’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사실상 사업허가권은 소멸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전 공원사업시행허가는 허가 당시 사업기간에 한하여 효력을 가질 뿐이며, 지금은 신규 사업으로서 새로운 허가 신청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행 자연공원법에는 골프장 사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2003년 대법원 판결 이후 환경부는 고시에 대한 적절한 처리를 했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고시는 그대로 둔 채 모든 책임을 국립공원관리공단에게 떠넘기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또한 환경부 고시를 핑계 삼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기관이 부처 정체성에 대한 아무런 고민과 입장이 없다면, 무인지급기에서 현금이 나오듯 그저 사업신청서만 기계에 넣으면 승인허가를 해주고 말면 될 것이다. 그 많은 공무원들과 자문위원들은 왜 필요하며, 아까운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인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공원법 제44조 및 제80조의 규정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환경부장관의 권한을 위탁받아 국립공원의 보호 및 보전과 공원시설의 설치·유지·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다. 즉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하향적 관리체계로 움직이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서로 핑계를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근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한 최종검토의견서를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에 제출하였다. 검토내용에는 대법원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대법원 판결취지, 사업부지의 생태적 가치 및 기능, 지역주민들의 우려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정적인 많으므로 골프장에 대한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고 명시하였다. 이처럼 객관적인 검토의견이 제출된 상태에서 환경부의 의지만 있다면 고시 철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0여 년 전 사업주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을 때 피고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토와 생태계보존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대해 최선을 다 하였고,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함께하며 그들을 지지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사유재산권과 유령이 되어 있는 고시를 운운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 된 사업을 다시 승인해 준다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는 그들의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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