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 월드디자인시티에 수도권 상수원 내놓으라고?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 가운데 하나인 암사취수장 사진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정부는 수돗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연간 약 12조 원(2012년 기준)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에선 상수원 인근 지역 개발을 방치해 수도권 시민의 먹는 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의 강줄기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잠실 상수원 인근 구리시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라는 4대강 쌍둥이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취수장으로부터 불과 550미터 떨어진 곳에 상설전시장과 엑스포시설을 비롯하여 호텔, 병원, 학교 등이 들어서게 될 계획인데, 사업예정지 바로 아래에는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인 풍납취수장, 암사취수장, 자양취수장, 구의취수장 등이 있다. 공사 과정과 사업 완료 후 이들 상수원 취수장의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취수원을 이용하는 서울시, 성남시, 인천시는 상수원 오염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구리시는 주변 지자체와의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상수원 수질을 위협하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은 과연, 구리시의 주장대로 정부의 창조경제와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발일까?
 
 

외국인 투자 10조? MOU 협약서뿐 

 
지난해 10월 구리시민 200여 명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친수구역조성사업 추진 관련 ▲구리시의회 개별협약서 동의안 처리 시 위법 여부 ▲사업주체의 위법 여부 ▲개발협약서의 구리시 등에 대한 재정적 손실초래 조항 변경 등에 대해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2월 23일 경기도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에 관한 주민감사청구 결과, 구리시에 ‘주의’를 통보했다. 경기도는 “협약서 내용이 쌍방 간에 권리와 의무관계 위주로 된 내용으로 비용 추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구리시가 비용 추계가 불가능하자 비용 추계를 시의회에 제출하지 못했다”며, 재원조달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지방자치법령 위반’이다.
 
구리시는 이미 2차례 진행된 행정자치부 투•융자 심사에서도 재원조달 불투명의 사유로 ‘재검토’ 결과를 받았다. 외국인 투자 약속도 양해각서(MOU) 수준이거나, 투자 의향을 발표한 정도일 뿐 이제까지 실질적인 투자 계약서는 없다. 중앙정부와 해당 지역의 주민들도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개발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리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김상철 공동대표는 “박영순 구리시장이 지방의회 의결을 받지 않고 타당성 심사도 없이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수억 원의 예산을 불법으로 미국의 자문기구에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영순 구리시장은 명예훼손으로 김상철 대표를 고소했다. 지역구 시민을 시장이 고소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편법으로 얼룩진 개발사업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을까?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토지의 환경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하여 환경등급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총 5개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1•2등급은 보전대상으로 3•4•5등급은 개발 허용지역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그러나 15년째 졸속으로 운영되어 개발제한구역이 엉터리로 해제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가 무분별한 개발에 악용하고 있다. 역시나 구리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구리시는 당초 사업 대상지의 면적 중 개발 가능한 3등급지를 99.5퍼센트로 발표했는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등급평가 추진 과정에 끊임없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의 재조사 결과, 3등급지가 37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애초 구리시가 발표한 수치의 3분의 1가량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또한 박영순 구리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 사업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당시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요청 충족 완료”, “2012년 국토부 승인 그린벨트 해제 진행중”이라고 적힌 홍보용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80만 원 벌금형을 받았고, 검찰은 2심에서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현행법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당선이 취소된다.
 
구리시가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 대상지 환경평가 등급을 편법으로 조작한 사실이 지난해 말 드러났다 사진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구리시민 역시 경기도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주민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재원조달이 불투명해 사업성이 없다고 드러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 그러나 남경필 지사는 지난해 10월 경기도가 앞장서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자치부(당시 안전행정부)의 투•융자 심사 발표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구리시의 재정 파탄이 예상되는 사업을 지지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남 지사는 경기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상수원 보호구역 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 아니라, 시•도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 철회를 건의해야 한다.
 
 

팔짱만 낀 국토부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 심의 기구인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이하 중도위)에 그 책임을 떠넘긴 지 오래다. 지난해 중도위는 6차례 심의를 거쳤으나 재원조달 불투명과 주변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매번 ‘재심의’를 결정했다. 2년 넘게 끌어온 심의는 2015년 중도위원 일부가 개편이 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중도위에 떠맡겨졌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결정권자는 국토부다. 또한 상수원 보호구역 보전을 통해 식수원을 지키는 것 역시 국토부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시민단체들의 의견서에 일언반구 없이 구리시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 
 
국토부는 수도권 시•도민의 먹는 물 안전을 최선으로 고려해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 이는 먹는 물 안전을 위해 들이는 막대한 세금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고, 이 물을 먹는 1000만 수도권 시•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이혜진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lovepeac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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