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왕찔레를 아시나요? _ 윤미숙



▒ 거제통영환경연합이 발견한 국내 미기록종 거제왕찔레 꽃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해안선의 길이가 300킬로미터가 넘는다. 그 속에서 살다보면 실지로 섬인지 육지인지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실감이 어렵다. 맨 처음 이 특이한 식물, 거제왕찔레를 만난 것은 2000년 봄 바닷가 마을에 주민지원 사업을 나섰다가 어디선가 폴폴 풍겨오는 찔레향 덕분이었다.
‘무슨 찔레향이 이리도 진하노.’ 하면서 무심코 고개를 올려다본 거기, 외딴 농가의 뒤편 언덕에 온통 하얀 꽃송이들이 만개하여 가득히 매달려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꽤 큼직한 소나무 하나를 온통 휘감아서 덮어버린 모습으로 장미 같기도 하지만 장미도 아닌, 찔레라고 하기엔 홑꽃이 너무나 큰 ─어른 손바닥 만 한─ 꽃들이 수백 송이가 피어 있었다. 이 꽃나무가 주변에 더 있느냐고 물어보니 저쪽 산기슭에 많았는데 도로개설로 대부분 없어지고 몇 그루는 있다는 얘기에 산기슭 도로변에 찾아가보니 열서너 그루가 야생상태로 환하고 큰 꽃을 송이송이 피우고 있었다.


국내 미기록종 거제왕찔레 발견
2000년 첫 발견 당시에는 우선 사진을 찍어 와서 나름대로 식물 꽤나 안다는 지인들에게 돌려보았다. 그리고 두껍디 두꺼워서 베개로도 곧잘 쓰이는 식물도감을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에 쫓겨 얼마간의 시간이 무심히 지나갔다. 다시 2004년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차에서 내려 식물의 생태를 자세히 기록하고 한국의 자원식물에 대한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산림청의 이유미 박사에게 문의하고, 한국야생화연구소 김태정 박사에게도 연락을 취해 자료를 보내고 자문을 구했다.
김태정 선생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지리적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일본 원산지 식물이 아닌지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몹시도 궁금해서 사계절 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식물을 공개 수배했다. 아무한테도 ‘그 꽃을 안다’는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김태정 박사로부터 일본종도 아닌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2005년 마침내 소식을 접한 식물학계의 유명한 전의식 선생 일행이 현장을 방문했다. 혹시나 자생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서 환경연합 영상팀 복진오 감독이 거제까지 내려와서 영상으로 꼼꼼히 촬영을 해두었다. 전의식 선생은 국내 미기록종이 확실하다는 답변과 함께 식물학회지에 정식 보고할 계획이며, 발견자는 통영거제환경연합의 윤미숙으로 하겠단다. 작명 의사를 묻길래 ‘거제왕찔레’로 명명해 줄 것을 당부하며 개체수가 워낙 적으므로 자생지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했다. 2005년의 겨울나기를 한 번 더 살펴보고 사진을 전송해달라고 해서 다시금 상록수임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인공배양 성공으로 대량번식 길 열어
2006년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에 인공배양을 의뢰했고 담당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줄기 서너 개와 뿌리가 있는 어린 묘목, 그리고 씨앗을 채취, 인공배양에 들어갔다. 2007년 봄, 마침내 인공 증식에 성공했다는 전화연락과 함께 샘플화분을 들고 사무국을 방문했다. 우리는 모두 반가워서 환호했다.
인공번식 성공으로 거제가 자생지인 국내 미기록종 ‘거제왕찔레’는 머지않아 거제의 거리를 아름다운 흰 꽃으로 장식할 또 하나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거제농업기술센터 윤명원 연구팀이 보내온 「거제왕찔레의 시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생지에서 이식해온 순으로 삽목시험과 발아시험을 한 결과, 씨앗은 발아하지 못하는 위과(헛열매)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삽목의 결과가 아주 좋아서 곧 대량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시험연구팀은 2006년의 시험으로 얻어진 모종 40여주를 농업기술센터 내 야생화증식포장에서 군락을 조성, 시험 재배하여 전문가로부터 1차 검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어 올해는 대량증식을 통해 거제왕찔레 모종을 생산하여 이를 낙석방지 휀스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거제대교-고현구간의 도로변에 식재하여 낙엽성인 장미를 대체하여 사계절 푸른 잎을 가진 거제왕찔레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거제시의 이름이 붙은 거제왕찔레를 지역특화 화훼수종으로 육성하여 널리 보급한다는 계획도 아울러 밝혔다.



▒ 덩굴식물로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데 무려 10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자생지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절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생지에 대한 보호대책이다. 현재 거제왕찔레는 야생상태로 극히 제한된 특정지역에만 분포해 있으며 그 개체수는 10여주에 불과할 정도로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또한 시험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듯 열매가 위과(헛열매)로 밝혀짐에 따라 씨앗을 통한 자연증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자생지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거제의 소중한 식물자원이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생지를 보호하는 일도 증식만큼 중요한 일이다.



▒ 꽃송이는 장미와 비슷하지만 진한 찔레향이 나는 거제왕찔레는 현재 10여 중에 불과하다


윤미숙 1960-cj@hanmail.net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사진제공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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