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5] 중국의 물 문제

중국의 물 문제
추장민/중국북경대학교 환경과학센터 박사과정

중국역사를 보면 치수(治水)의 성공 여부가 역대 왕조의 흥망을 좌우한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4천년 전의 요순(堯舜)시대 이래 중국에서는 ‘치국선치수(治國先治水,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물을 다스려야 한다)’라는 말이 권위를 가져왔다. 사료에 의하면 기원전 206년부터 1949년까지
중국에서는 평균 2년에 한번 꼴로 1천92차례 수재(水災)가 발생하여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에도 여전히 수재가 빈발했고 90년 이후에는 거의 매년 수재
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70년대 말 이후 인구증가,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연평균 10%
의 고속경제성장 등으로 만성적인 수자원 부족현상이 초래됐다. 한편 수질오염과 하천생태계
파괴 등 또다른 치수 문제가 나타났다.
중국의 치수 문제는 한편에서는 수해, 다른 한편에서는 극심한 물 기근, 그리고 전국의 강과 호
수의 심각한 오염과 생태계 파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치수는 이제 홍수를 다스
리는 일만이 아니라 수자원 고갈과 수질오염 문제 등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종합적인 물 문제
로 확대되었다.
홍수피해는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주요한 물 문제 중 하나다. 3천4명의 인명손실과 2억2천3백
만명의 이재민, 그리고 한화로 약 26조원의 직접적인 경제손실을 가져온 98년 대홍수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홍수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여 있는 양자강유역을 포함한 남방지역
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지역이라는데 문제
의 심각성이 있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5억명의 인구와 1백여
개의 도시, 국민총생산의 60%를 생산하는 지역이 하절기에 항상 수재위협을 받는다 한다. 이처
럼 홍수 문제는 중국인의 생존과 발전에 직결된 심복지환(心腹之患)인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은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수만개에 달하는 다목적댐과 저수지를 건설하
고 방둑을 쌓는 등 홍수방지에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에는 다른 국가들처럼 댐 건설을 통한
물과 전력의 확보라는 경제적인 동기도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에 따르면 1950
년~1959년까지 10년간 총수재면적은 7천3백95만ha인데 비해, 1990년~1996년까지 7년간의 총수
재면적은 1억1천42만ha로 오히려 수재면적이 43% 이상 증가했다.
막대한 투자를 했어도 중국의 수재피해가 확대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후온난화로 인한 엘리료
현상 등 세계적 기상이변도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은 세계 여러 나
라에서 확인되듯이 다목적댐과 방둑에 의지하는 방법이 근본적인 홍수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는 오폐수의 말단처리가 수질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홍수방지의 상책은 하천생태계의 보호와 정비를 통해 자연생태계의 홍수조절능력을 배가시켜
홍수의 발생량을 줄이고 물을 제대로 소통시키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양자강과 송화강 홍수
가 상류지역의 산림남벌로 인한 산림피괴와 토사유실 등 자연생태계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점
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은 지난 40년 사이에 양자강 상류의 원시림지역에서만 1억㎥의 목재를
남벌했으며 산림남벌은 당연히 심각한 토사유실을 야기했다. 그 결과 매년 24억톤의 토사발생
으로 양자강의 하상은 매년 1cm의 속도로 높아지고 있으며 토사의 누적으로 물길이 좁아져 곳
곳에 급류가 형성된다.
이렇듯 자연생태계의 홍수방지체계가 인위적으로 파괴돼 홍수에 매우 약한 상태에서 댐을 쌓고
방둑을 높이는 방안은 물의 흐름을 막아버려 오히려 더 많은 수재를 자초했던 것이다. 자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인간에게로 물이 향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귀결이다. 중국정부는 삼협댐이
건설되면 양자강의 홍수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댐의 홍수조절능력을 여전히 신
뢰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양자강 상류지역의 자연생태계 회복 없이는 삼협댐의 홍수조절
능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결국 중국 홍수 문제의 근본적인 치유책
은 댐 건설과 같은 말단대책보다는 자연생태계의 회복과 물길을 제대로 터서 물을 순치(順治)
하는 일에서 찾아진다.
양자강을 중심으로 한 중국 남방지역의 물 문제가 홍수 문제인 것과는 정반대로 양자강 이북의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국 북방지역은 수자원의 절대적인 부족, 즉 물 기근이 물 문제의 핵심과
제이다. 중국의 지표수 총량은 2억8천1백24억㎥으로, 1인당 평균 수자원 보유량이 세계 1백9위
인 2천2백99㎥로 세계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13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6백70여개 도시
중에서 4백여개의 도시가 물 부족 상태이며 특히 북경, 천진 등 1백10개 도시는 ‘심각한 물
부족 도시’에 속한다. 또한 60년대 일부 하천에서 시작된 북방지역의 강과 하천의 단류현상은
90년대 들어서는 80%의 강과 하천으로 확대되었고, 이들 강과 하천은 계절성 하천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중국의 <환경보호총국> 전임국장인 곡격평(曲格平)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중국 담수자원의 최
대수용 인구는 현재 인구의 절반수준인 6억4천만명 정도여서 중국의 인구와 수자원간의 불균형
정도를 알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양자강을 경계로 한 남과 북의 수자원 불균형이다. 양
자강 이남의 습윤지역과 북방의 건조지역에 각각 7억과 5억5천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수자원은
4/5가 남방에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수자원 부족은 중국인의 생존과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중국에서는 매년 중국 식량총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5천만톤
정도의 식량이 감산되고 있으며 도시의 생활과 공업부문에서 약 2천억원(한화 약 28조원)의 직
접적인 경제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사막화와 황막화, 그리고 토사유출 등 자연생태계의 퇴화와
파괴가 계속 확대되어 중국인의 생존공간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중국의 수자원 부족원인은 매우 복잡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9세기 말부터
양자강 북부지역의 기후 온난화와 강우량 격감 등 기후조건의 변화로 인한 전체 수자원량의 감
소 △매년 약 1천5백만명의 인구증가와 경제와 소비수준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용수량의 급격
한 증가 △20~30%에 불과한 공업용수 재사용율과 낙후한 관개시설로 인한 농업용수의 비효율
적 이용 등 수자원 이용과 관련한 저급한 기술수준 △ 황하물 1천톤 가격이 한병의 광천수 가
격에 불과하는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유산인 저렴한 물가격과 그로 인한 물낭비 △각종 오폐
수의 방출과 지하수의 개발로 인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수질오염
△각급 지방정부가 저마다 지방이기주의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댐과 저수지 건설하고 강물을 끌
여들이는 소위 ‘물확보 전쟁’과 수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분배체제의 부재 등을 들 수 있
다.
여기에다 북방지역에 있는 황하를 비롯한 대다수 하천의 상류지역 생태환경이 파괴되어 구조적
으로 자연생태계의 수자원 축적기능이 거의 없는 점도 수자원 부족의 주요한 원인이다. 이점에
서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홍수와 물기근이라는 아주 상반된 물 문제를 동시에 야기한다는 사실
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북방지역의 수자원 부족 해결방안으로 이미 50년대부터 수리전문가들은 소위 「남수북조
계획」(南水北調, 남방지역의 물을 북방으로 끌어들이는 구상)을 줄곧 주장해 왔다. 최근 들어
중국정부도 이러한 구상에 기초하여 사업계획의 구체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
다. 남수북조계획의 기본구상은 중국의 남방 및 서부 청해성지역에서 북방지역으로 동선(東線),
중선(中線), 서선(西線)의 3개 수로와 운하를 건설하여 북방지역의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물부족
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히말라야 산맥의 티베트 고원의 아노장포(雅魯藏布)강에 댐을
건설하여 물을 수송하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수로를 북방지역에 끌어들이는 방안
은 북방지역의 수자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수북조계획의 취
수지인 청해성과 티베트 고원지역은 생태환경이 매우 위약하여 취수를 위한 댐건설은 오히려
이 지역의 수자원까지 고갈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류지역의 물사용과 관련하
여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등 주변국가들과 물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수와 물기근은 비교하여 수질오염은 비교적 최근에 대두된 문제이다. 그러나 수질오염이 사
람의 건강과 자연생태계, 그리고 사회경제에 끼치는 손실은 결코 홍수나 물기근에 못지 않으며
중국 전역의 문제라는 데서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수질오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오폐수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개혁개방 이후 공
업화를 위주로 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소비수준의 상승은 오폐수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와 90년
대 후반 들어 중국에서는 매년 약 4백50억톤의 오폐수가 방출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오폐수의
70%가 그대로 강에 배출되는 등, 중국의 오폐수 처리율은 20% 정도이고 그나마 처리된 오폐
수도 56%만이 환경기준을 만족시킬 뿐이다. 그 결과 양자강, 황하, 회하(淮河) 등 7대 하천을
비롯하여 중국의 대부분의 하천수질오염은 심각할 대로 심각하다. 일례로 7대 강의 수계중에서
40%~70%의 수질이 5급수 또는 5급수 이하의 떨어졌다. 강과 하천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부분
호수도 외부로부터의 오폐수와 양식장 등에서 배출되는 인과 암모니아 등 오염물질 유입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오염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수질오염을 개선하기 위하여 제지업종을 중심으로 한 15개 업종에 걸쳐 수만개의
소규모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또한 수질오염 중점개선대상으로 회하, 료하(遼
河), 해하(海河) 등 3개의 하천과 태호(太湖) 등 3개 호수를 선정하여 95년부터 오염개선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정부는 우선 오염 정도가 심각한 회하에 대해 96년부터 3년간 집중적인 개선정
책을 실시해 일정한 수질개선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최근의 인민일보에 따르면 99년 초에 들어
서서 오염물질의 처리 미비와 오염물질의 증가, 그리고 가뭄 등의 원인으로 회하의 수질은 다
시 악화되고 있다.
한편, 홍수조절을 주요목적으로 건설되는 삼협댐은 양자강에 거대한 정화조를 만들지도 모른다
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매년 거의 처리되지 않는 1백40억톤의 각종 오폐수
가 양자강으로 배출되는 상황에서는 물이 막히면 수질오염이 더욱 악화되고 썩을 것이기 때문
이다.
이처럼 각각의 물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중국의 물 문제는 해당 문제에 대한 따로따로 대응정
책은 성공할 수 없다. 결국 홍수와 물기근, 그리고 수질오염과 하천생태계 파괴 등 다양하고 복
잡한 물 문제를 동시에 고려한 종합대책을 통해서만 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
인다. 현재 중국에서는 물 문제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내부의 가장 큰 위협
요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세기를 목전에 앞둔 지금, 치수 문제는 여전히 중국의
국가적 과제 가운데 하나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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