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최후의 고행 캄차카를 지켜라 / 시빌 다이버

캄차카의 뛰어난 야생은 문명, 즉 석유와 가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위기에 처했다.
캄차카의 석유와 가스개발은 우리 인류에게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나는 은연어들이 발목을 가볍게 스치는 캄차카의 시냇가를 걷고 있었다. 블루가 고래(bluga whale)들이 부드럽게 내뿜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그들의 매끄럽고 하얀 몸체는 캄차카 해안의 지는 해에 환하게 빛났다. 쿠릴스코예 호수(Kurilskoye Lake)에서 거대한 불곰들이 연거푸 연어를 던지고 네 마리의 새끼 곰들은 엄마 곰이 주는 연어를 서로 잡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는 좋은 의미에서 ‘지구상의 가장자리’라 불린다. 쿠릴스코예 호수는 캄차카 반도에서 홍연어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캄차카는 이런 야생의 경험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캄차카의 뛰어난 야생은 문명, 즉 석유와 가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위기에 처했다. 유가 및 석유 수요가 급등하면서 서캄차카 대륙붕에 저장된 석유와 가스의 가치가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캄차카의 석유와 가스개발은 우리 인류에게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태평양연어
캄차카 반도의 최초 석유시추 사업은 로즈네프(Rosneft)와 한국 컨소시엄 KKS의 합작으로 올 여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컨소시엄인 KKS의 주요지분은 한국석유공사가 소유하고 있다. 시추작업을 위해 올 4월 시추선 두성호가 부산에서 서캄차카의 오호츠크해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곳 오호츠크해는 내가 처음으로 블루가 고래며 참수리(steller’s sea eagle)를 보았던 곳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한국의 북쪽에 접해 있고 쿠릴섬 바로 위에 면해 있는 캄차카 반도의 크기는 한반도의 두 배에 해당하지만 전체 인구는 40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반은 페트로파블로스크-캄차카(Petropavlovsk-Kamchatka)라는 도시에 살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캄차카 반도에는 포장도로가 두 개밖에 없다. 이렇듯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캄차카 반도에 석유와 가스 개발이 가지고 올 변화는 실로 대단하다.
캄차카 반도는 4분의 1에 해당하는 태평양 야생연어의 산란지로 연어의 야생보고지다. 석유와 가스 개발이 진행될 오호츠크해는 세계에서 수산자원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 중의 하나다. 오호츠크해는 러시아 상업용 수산자원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연어, 킹크랩, 대구 등이 100만 톤 이상 생산되는 지역이다. 캄차카의 수산자원은 아태지역으로 수출되는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주요 수입국이다.
지역개발에 관한 주요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캄차카는 항상 석유보다 수산자원을 선택해왔다. 캄차카 인구의 절반은 수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다. 세대를 이어 지역주민들에게 이익을 주는 재생가능한 수산자원과, 대규모기업과 모스크바에 있는 특별이해집단에게만 이익을 주는 석유 사이에서 지역주민들이 전자를 선택한 것은 당연했다. 2005년 석유와 가스 개발사업이 서캄차카 지역에 제안됐을 때 지역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방정부 관리들은 ‘서캄차카 대륙붕 해양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캄차카 지역 주민들에게 수산업과 수산자원은 경제적 의미 그 이상이다. 우연히 만난 택시운전사는 페트로파블로스크-캄차카에서 30분만 가면 만나는 강에서 캠핑하던 기억을 들려줬다. 다시 한 번 저녁에 먹을 은연어를 낚시하고 블루베리를 따서 별 아래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연 석유와 가스 개발로 인한 혜택이 내 삶을 이보다 낫게 할까요?” 라고 물었다.
캄차카의 서해안을 따라 살고 있는 원주민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 만난 이텔맨 원주민은 “석유는 우리의 전통 어업형태를 종식시킬 것이며 이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캄차카에는 이텔맨(Itelman), 코략(Koryak), 캄차달(Kamchadal) 부족들이 이 지역의 해안가를 따라 살면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연어의 귀환에 자신들의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석유개발로 인한 피해
바다 시추 프로젝트에 따르면 6만2천 제곱미터 구역 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아일랜드와 같은 크기로 현재 러시아에서 진행된 석유와 가스 탐사 허가권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석유와 가스 허가 지역은 연어 이동 경로를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이곳은 대구 및 게의 주요 서식지는 물론 다른 귀중한 수산자원들의 서식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곳의 두 해안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으며 오리, 섭금류, 갈매기, 기러기들을 포함한 수천만 물새류의 서식지 및 번식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석유개발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런 모든 생태적 가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결국 연어의 이동과 밀접하게 삶을 유지하고 있는 캄차카 불곰, 멸종위기종인 참수리도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다.
석유와 가스 개발은 몇 가지의 과정을 통해 수산자원은 물론 다른 야생동물에게 해를 입힌다. 석유시추작업은 바다 밑 침전물을 부유시켜 바닷물을 혼탁하게 만든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혼탁한 바닷물은 어류의 이동 패턴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결국 캄차카로 귀환하는 연어는 이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입는 대표적 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된 석유개발 프로젝트는 석유개발이 있는 곳에 기름유출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록 최상의 기술로 석유와 가스를 개발한다 해도 결국 기름유출이 되면 우리의 소중한 생태계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즈호와 한국 서해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은 대표적이다.
오호츠크해에 기름유출이 발생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현재 어획고의 절반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된다. 만약 기름유출이 발생한다면 캄차카는 가장 신선한 생선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러시아의 거의 모든 상업용 게 시장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러시아 수역에서의 국가별 어자원 할당량 또한 피해를 보게 된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2008년에 830억 원(8800만 달러)에 달하는 36만6천 톤의 꽁치 수확 할당량을 받았다고 한다.  

사할린섬의 석유개발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
캄차카 남쪽에 인접해 있는 사할린섬 석유개발은 서캄차카 대륙붕 석유 및 가스 개발로 인한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사할린 광구 I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및 가스 저장 지대다. 쉘(Shell)사를 비롯한 기업과 러시아정부는 지역주민들에게 사회 및 환경보호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으나 그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석유 개발중이던 회사들은 주민의 고용창출과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약속했으나 비숙련노동자들은 러시아에서, 숙련노동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데려와 결국 지역주민의 고용창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석유개발로 인해 축적된 돈은 소수의 손에만 쥐어졌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할린 원주민들은 그들이 세대를 이어 종사해오던 어업을 잃었다.
경사가 급한 곳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은 조악하게 만들어져 부식되고 연어가 서식하는 강은 막혀 버렸다. 파헤쳐지고 쓰레기가 투기된 사할린 아니바만(Aniva Bay)의 어장은 황폐화됐다. 지구상에 1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한 서태평양귀신고래(Western Gray Whale)는 여름에 주요하게 먹이를 섭취하던 곳을 잃었다.

지구적으로 해결하자
서부 캄차카대륙붕 석유 및 가스 개발은 로즈네프(Roseneft)와 한국기업콘소시엄의 합작 프로젝트다. 로즈네프는 프로젝트의 60퍼센트를, KKS는 나머지 4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다시 KKS의 40퍼센트는 한국석유공사가 50퍼센트, 나머지는 GS칼텍스, SK, 대우, 금호석유, 현대가 소유하고 있다. 캄차카 개발 프로젝트 운영권과 석유개발허가권은 캄차네페가스(Kamchatnefegaz)가 소유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 진행될 캄차카 개발 계획과 관련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과 NGO들은 재생가능하지 않은 자원 개발보다는 대안에너지 개발과 지역 수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와 석유회사들은 지역주민의 반대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과 경제 이슈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왔다. 지구시민으로서 우리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환경이슈를 알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 경제 지도자들은 어떤 지역이 개발돼야 하고 어떤 지역이 생태적으로 보전돼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캄차카 지역은 지금까지 석유와 가스개발이 한번도 진행되지 않은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연어 보고지인 캄차카 지역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도 캄차카의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캄차카를 지킨다면 캄차카는 세대를 이어가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글·사진/시빌 다이버
<태평양환경> 러시아 캠페이너
역/박소연 jerri76@naver.com
자원봉사자


사진

러시아 캄차카 반도.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고 연어 등 수산자원의 보고인 캄차카 반도는
지금 한국석유공사 등이 진행하는 석유와
가스 개발 계획으로 위기에 처했다


캄차카 지역 원주민들은 해안가를 따라 어업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홍연어는 캄차카 반도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


캄차카 주민들은 석유개발이 전통어업을 종식시키고
전통문화를 파괴할 것이라며 석유가스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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